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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고 파일럿 May 01. 2024

내 아내는 도대체 어느 나라 시차로 살고 있는 것인가


나는 소형기를 타기 때문에 다행히 시차의 큰 변화가 없다. 한국이 UTC + 9이라면, 내가 다니는 노선들은 대개 한국시간 기준, -2 ~ +1시간 정도이다.


반면 아내는 소형기, 대형기를 가리지 않고 타기 때문에 시차가 정말 뒤죽박죽인데 그러다 보니 재밌는 일이 가끔 있다.


예컨대,

얼마 전 아내가 샌프란시스코를 다녀왔는데 연락이 잘 되지 않았다.

물론 우리 부부는, 연애 시절에도 그랬지만 몇 시간 연락이 안 되는 것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딱 한번 연연한 적이 있었다면,

연애하기 전, 소개팅을 하고 두 번째 약속을 잡고 싶어서 내가 카톡을 했지만 5시간 후에 답장이 왔을 때, 내가 그 5시간 동안 천국과 지옥을 오락가락했다는 것 정도.


물론 그 이후는 서로의 직업 특성상으로도 그렇고, 카톡 연락에 집착하며 연연하는 성격이 아니기에 신경을 쓰진 않았지만 유난히 샌프란시스코 비행에서는 연락이 잘 안 되어서


혹시나 걱정되는 마음에 내가 물었다.


"여보 별일 없지? 아까 먹은 랍스터 먹고 탈 난 건 아니지?"


그리고 몇 시간 후에 온 아내의 답장,


"오빠! 나 여기 시간 밤시간이라서 자고 일어났어."


비행 중 보이는 별들과 닌자 표창. 아니아니, 달.


아, 그럴 수 있지.

그렇게 각자 할 일을 하며 각자의 나라에서 시간을 보내고, 한국시간으로 밤 시간이 되었다.


나는 자기 전에 아내에게 연락을 했고, 아내의 답장은 없었다. 늘상 있는 일이라, 동료와 놀러 갔겠거니 하고 다음날 일어나면 연락이 와있겠지 하고 자고 일어났는데, 내가 일어남과 동시에 아내에게 연락이 온다.


"오빠 잘 잤어? 나도 또 자고 일어났어."

"아니 여보 샌프란은 아침 아니야?"

"한국시간으로 밤이잖아."


비행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 나라의 밤에도 자고 한국 시차에 맞춰 한국 밤시간에도 자고

마음이 너무 아파서, 한국 오면 몸보신용 대패삼겹살을 사줘야겠다 마음먹고 물었다.


"근데 여보는 도대체 어느 나라 시차로 살고 있는 거야?"

"한프란시스국"


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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