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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작가 박혜진 May 02. 2024

2. 엄마, 난 체조가 좋아!

관심이 가는 것은 거침없이 시도하기


강릉에서 텔레비전을 켜 보니, 마침 지역 소식을 알리는 뉴스가 나왔다. 자막으로 커다랗게 '강원도민 체육대회'라고  화면에 뜨는 것을 본 아인이는 무슨 뜻인지 물었다.


"강원도에 사는 사람들끼리 겨루는 대회라는 뜻이야."라고 설명을 해 주면서 전국대회에 나가기 전에 지역 단위로 경기를 치른다고 했더니 대뜸,  "나도 나갈래!"란다.

 



막내 아인이는 4학년이다. 체조를 처음 알게 된 것은 3, 4년 전 텔레비전에서 중계해 주는 올림픽 경기를 보면서였다. 집에 TV가 있기는 하지만 케이블 신청을 하지 않아서 다섯 개 공중파 채널 방송만 나온다. 코로나가 한창일 때 집에서 심심함을 달래준 프로그램 중 하나가 올림픽 대회 중계방송이었다. 종목을 가리지 않고 시청하며, 우리나라 선수들이 시합을 할 때면 TV 앞에서 펄쩍펄쩍 뛰고 박수를 치면서 응원을 보냈다.

인기 비인기 종목 따지지 않고 보다 보니 평소에 접하지 못하는 운동 종목을 많이 알게 되었다. 육상, 펜싱, 수영, 체조...



체조? 아인이가 체조를 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리듬 체조를 떠올린다. 반짝이가 많이 붙은 예쁜 체조복을 입고 음악에 맞춰 오색 리본을 뱅글뱅글 돌리며 묘기를 보이는 그런 체조 말이다. 그런 체조는  Rhythmic Gymnastics(리듬 체조)라고 부르고, 아인이가 관심 있는 것은  서양에서는 Artistic Gymnastics, 예술 체조라고 하는 운동인데 우리나라에는 처음에 '기계' 체조라고 소개되어 지금까지 이렇게 부른다.


기계적이거나 기계처럼 정확하고 딱딱해서가 아니라 철봉이나 도마, 링 등 다양한 도구를 이용한 맨몸 운동을 하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여홍철, 여서정 선수는 부녀지간에 모두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라서 더 유명하다. 이 두 선수 모두 주 종목은 도마지만 마루에서와 다른 기구를 이용해서 경기를 펼친다. 여자 선수는  마루, 철봉, 도마, 그리고 평균대에서, 남자 선수의 경우 안마와 링을 이용한 운동도 있다. 아인이는 여서정 선수를 비롯한 체조 선수들이 펼치는 경기들을 보고 기계 체조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그들처럼 올림피언이 되고, 이후에는 남자 여자 모두 가르칠 수 있는 코치가 되겠다고 한다.




거실은 아인이의 운동 무대이다.

소파 위는 물구나무서기 연습을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푹신하니 쓰러지거나 주저앉아도 다칠 염려가 없다. 등받이가 푹신한 벽 역할을 하니 힘껏 몸을 날려도 아프지 않다. 소파는 약간 쿠션감이 있으니 트램펄린 위에서처럼 뛰다가 풀쩍 뛰어내리기를 하루에도 수십 번을 한다. 뛰어내릴 때마다 쿵, 쿵, 바닥이 울리며 진동이 퍼져 나간다.


소파 앞에 깔려 있는 카펫에는 이중 줄무늬가 테두리처럼 두르고 있는데 아인이에게는 평균대가 되어 준다.  조금 넓기는 하지만 두 줄 사이에 발을 한 줄로 놓고 평균대를 딛고 서 있듯 조심조심 앞으로 걸어갔다 뒤로 돌아왔다를 반복한다. 중심을 잃고 줄을 벗어나 디디면 평균대에서 떨어진 것처럼 아쉬워한다.




코로나 때 마련한 홈짐은 오빠와 아빠가 이용하지 않는 낮시간에는 아인이 차지이다. 벤치를 딛고 올라가서 수시로 매달려 흔들거리고, 원숭이가 나무 타듯 오르락내리락했다.


 13년 전, 첫째가 4학년일 때와는 달리, 막내라는 생각에 마냥 어리다고 생각하다가도 정신이 번쩍 들 때가 있다. 11살이고 충분히 컸다고 여기고 하루라도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는 이 아이는 엄마 아빠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자신의 진로와 미래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고, 몸으로 부딪혀 가며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돌 전에 봤던 이 모습은 찍어 놓지 않았어도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틈만 나면 어디서든 무언가 해 보는 걸 보면, 참 희안하다.

하루의 시작과 마무리는 체조로.

잘 때도 스트레칭 자세로... 반만큼이라도 따라 할 수 있다면! 엄마는 요만큼만 소박하게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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