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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May 02. 2024

친근한 시장 가격표

오랜만에 시장 나들이

장을 볼 일이 있으면 아무래도 시장보다는 집 앞 마트를 찾는다. 언제든 가기 좋고 원하는 물건을 한 자리에서 다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시설이 깔끔하고 없는 것이 없어서 그냥 구경하기에도 좋다. 그러다 보니 시장에  가지 않게 되었는데 날이 따뜻해져서인지 문득 시장 생각났다.

 



떠올려보니 시장에 갔을 때 기분이 좋았었다. 사람들과 여러 물건들이 뒤엉켜 복잡했지만 나름대로 질서 있었다. 호객하는 소리와 흥정하는 대화를 엿듣는 것도 재미있었고 사람들이 줄 서 있으면 궁금해서 기웃대기도 했다. 사람들이 물건이 좋다고 하면 계획에 없던 구매를 하기도 다. 어떤 날은 추억의 음식을 만나 옛 생각에 잠기기도 다. 무엇보다 시장의 매력은 계절의 변화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봄이 왔음을 가장 빨리 느낀 곳도 시장에서였다.


오늘 오랜만에 시장에 갔다. 사실 시장에 간 게 아니라 시장 근처에 있는 식당에 밥을 먹으러 간 거였는데 간 김에 겸사겸사 시장에 들렀다. 평일이라 그런지 시장 안은 조용했지만 시장만의 활기찬 에너지 있었다. 초봄에 시장에 갔을 때와는 다르게 푸릇한 채소들이 많이 늘어났고 날씨가 따뜻해져서인지  천천히 구경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길을 따라 걷다 보니 수제로 만든 가격표가 눈에 들어왔다. 박스 한 면을 뚝 잘라 뒷면에 매직펜으로 쓴 가격표인데 투박해도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마트에 가면 가격표가 너무 작고 눈에 잘띄지도 않는다. 하지만 시장 가격표는 몇배로 큰 크기로 굵게 써져있었다. 부추 천 원, 잔파 천 원, 돌나물도 천 원. 요즘 물가가 많이 올라 시장 물가도 싸진 않지만 직접 캔 나들은 렴했다.


직접 키워서 파는거라 저렴하고 덤으로 조금씩 더 주신다.


옆 가게에 가니 또 다른 글씨체로 재료 이름이 정성스레 쓰여있었다. 역시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큼직막하게 써져있어서 나물 이름을 잘 모르는 나에게 유용했다.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고 현금 결제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을 가는 것은 이런 친근한 매력 때문이다. 마트처럼 멋지지 않지만 보는 재미, 덤으로 얻어가는 재미도 좋다. 그래서 시장에 가면 축 늘어진 마음도 살아나는 것 같다. 가끔 볼 일이 없더라도 시장에 들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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