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e Apr 11. 2024

사춘기가 시작되려는 버찌

아직은 귀여운 짓 80%

볼 때마다 바닥에서 자고 있길래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재택근무하는 날 버찌의 잠버릇을 보게 되었다. 분명 집 안에서 잠이 들더니 머리가, 앞발이, 상반신이, 나중엔 꼬리만 남기고 점점 밖으로.......... 나가버리고... 개집은 좁고 세상은 넓은가 보다.

전에는 비 오니까 못 나간다는 말을 전혀 못 알아들었는데 요즘엔 비가 온다고 하면 테라스로 가서 저러고 앉아 있는다. 근심, 걱정, 불안, 초조, 실망, 절망, 공포, 좌절이 섞인 뒷모습... 물론, 비가 온다고 해서 안 나갈 순 없다. 대충 그치면 데리고 나가거나 안 그치면 그냥 맞으면서 돌아다닌다. 

동네에 단골 간식집 앞을 지나칠 때면 유리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린다. 오늘은 안 간다고 하면 그 실망하는 표정이란...

5개월에서 8개월 사이의 개들은 사춘기를 겪는데 버찌도 요새 슬슬 시작이다. 고맙게도 중1 아들과 사춘기가 절묘하게 겹쳐서 나의 인성 함양에 매우 도움이 되고 있다. 

봄을 맞아 할머니가 야심 차게 마련한 텃밭에서 맛있는 흙을 잔뜩 퍼먹어 본다. 야단치니 저 반항스런 눈빛이란... 

목욕하고 수고했다고 뻥튀기를 줬는데 턱에 붙이고 먹질 못한다. 아무리 말썽을 부려도 이런 모습을 보면 어떻게 예쁘지 않을까. 

작가의 이전글 다 되는데 마지막 행은 불가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