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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May 02. 2024

여행을 더욱 풍부하게 하는 방법

오감활용 여행법

드라마 속 제주 즐기기


#제주드라마OST


불과 1,2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드라마를 썩 좋아하지 않았다. 드라마를 보며 악역 배우를 괜히 미워하고 잘난 남자 주인공을 짝사랑하느니 다큐멘터리를 보며 개탄하거나 눈물 흘리는 쪽을 선호했다.


그랬던 내가 드라마에 빠지게 된 계기가 있었다. 글쓰기에 대한 관심이 생기며 인터넷에서 명언을 찾아보다가 드라마 속 명대사를 모아 둔 글을 발견했다.

"이 안에 너 있다." "너 얼마면 돼? 얼마짜리야?"

수없이 패러디되다 이젠 하찮은 취급까지 받는 그런 멘트 말고도 드라마 속에는 인생의 선배가 들려주는 주옥같은 대사가 즐비했다. '어쩜 이런 글을 쓸 수가 있을까.'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이 딱 저건데!' 작가님들의 필력에 감탄했다. 그 후, 대사를 중얼중얼 따라 하거나 필사를 하기도 하면서 1일 1편 드라마 보기가 시작되었다.


제주에 왔으니 제주 배경의 드라마를 보고 있다.    

2년 전 유명 드라마를 이제야 본다.


우리 부부는 저녁 식사를 마치고 미국 주식 시장 시작 전까지 드라마를 시청하는데, 이 시간이 무척 기다려진다.


드라마 속 배경이 마음에 들면 남편에게 “우리도 저기 가보자” 제안하고, 다음 날 오후 스케줄에 그 장소를 끼워 넣는다. 쉬엄쉬엄 여행자의 삶에 드라마 속 그곳으로 떠나는 여행이 더해졌다. 행여 우리가 가본 곳이 드라마에 나오기라도 하면 “앗, 저기다! 우리 저기 갔었잖아 ” 둘이 흥분하여 목소리 높여가며 아는 체를 한다. 익숙한 바닷가 돌담길, 평범한 시골 오일장도 인기 드라마에 비치면 새롭고 특별하게 다가온다. 드라마 덕분에 여행이 확장되고 재미가 더해졌다.


나는, 내가 한때 은근히 깔보던 '드라마에 푹 빠진 아줌마'가 되었지만, 그래도 좋다. 작가가 배우를 통해 전달하려는 말을 곱씹고, 배우들과 함께 마음 아파하고 같이 웃다 보면 어느새 행복해지는 걸 어떡하냐 말이다. 현재의 나는 과거의 나를 향해 "에이그, 잘난 척은~너도 나이 먹어봐라." 눈을 흘기며 어깨를 쫙 편다.


드라마는 끝이 났지만 여운을 날려버리기 아까워 우리들의 블루스 OST를 반복해서 듣고 있다.

음악을 들으면 처음에는 그것을 보면서 따끈해졌던 내 감정이 떠오르는데, 곡이 끝나면 드라마 속 제주 배경이 잔상으로 남는다. 숙소 창 블라인드를 쭈욱 올리고 티브이 밖, 진짜 제주를 감상하며 감정을 정리한다.


시간이 많이 흘러 우연히 이 음악을 다시 듣게 된다면 그때는 무엇이 떠오를까?

아마, 지금 이 순간이 생각날 테지!         



여행지, 향기로 기억하기


#감귤향향수


여행을 떠나기 전, 예쁜 동생이 향수를 직접 만들어 선물해 주었다. 시트러스 향이라 제주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여 요즘 가장 자주 쓰는 향수다. 방에 뿌려두면 내 공간에 은은하게 감귤향이 스민다.

후각이 예민한 편이라 그런지 어떤 장소나 사람을 생각했을 때 향이 제일 먼저 떠오를 때가 있다. 이곳을 떠난 후 제주를 떠올리면 지금 쓰고 있는 향수의 향이 함께 느껴질 것 같다. 반대로 길에서 시트러스 계열 향수를 뿌린 사람이 스쳐 지나가더라도 제주와 이곳에서 보냈던 올봄이 생각날 게 분명하다.

    



어느새 제주에서의 마지막 달을 맞이하였다.

현재를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은 마음에 오감을 동원한다.

시간이 많이 지난 후에도 시각 외 청각, 후각 등 여러 가지 자극에 의해서 지금의 추억이 떠오르기를 바란다.


다시 오지 않을 2024년 봄을 생생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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