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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Oct 16. 2017

가을 설악산의 계절은 꼭대기로부터 내려오고 있다

오색약수, 대청봉, 소청봉, 희운각, 천불동 계곡, 천당폭포, 신불사

http://cafe.naver.com/hongikgaepo


'무박 산행'이다.

최근 몇 년 큰 산에서는 비박할 수가 없어 새벽에 어두운 산을 달리는 '무박산행'이 일반적이다. 

'무박산행'의 장점은 '설악산'이라는 큰 산을 밤중에 도착해 동이 틀 무렵 정상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는 것. 

래서, 시간을 절약하며 '해돋이'까지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단점은 산을 오르며 졸음 주행을 하므로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산에서 구를 수 있다는 것이다. 

아 또 하나의 단점은 어두운 산길을 줄 서서 복잡하게 가는 점인데 앞사람이 가스를 유출해도 어두운 산에서 누군지 확인이 힘들어 그 맑은 청정 공기 지역이 순간 오염구역이 된다는 것이다. 

어둠이라고 너무 쉽게 공기를 오염하시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색약수'에서 오르는 산은 '설악폭포'까지 쉬지 않고 단숨에 달린다. 

가을밤, 촉촉하면서도 폐부를 찌를 것 같은 차가운 밤 산의 냄새에 의지해 달린다. 

너무 어두워 폭포는 보이지 않고 소리로만 느낄 수 있다. 

'대청봉'까지 가는 길에 이름이 붙어 있는 지명이 '설악폭포' 이 단 하나만 있는 것도 어둠을 핑계 삼아 정상까지 단번에 오르는 동기가 되기도 한다.  

정상에 가까워가자 '꽃들에게 희망을' 소설에서처럼 사람들이 정상을 가기 위해 꾸역꾸역 오른다. 

조금 밝아지기도 하여 멀리 '동해바다'와 '운해'가 산을 이루는 모습이 보이고, 손가락이 얼 정도의 추위가 느껴진다. 

드디어 대청봉 정상에 도달해 해가 오르길 기다린다. 

운무가 꿈틀꿈틀하며 빛을 내더니 알이 터지듯 빛이 새기 시작해 드디어 그 빛이 터져버린다. 

마치 용의 알이 터지듯 그렇게 해가 터지고, 그 아름다운 광경을 넋 놓고 지켜보다가 허기를 느끼고 '중청'으로 내려간다. 






이미 산꼭대기는 추위가 찾아와 영하의 바람이 불기 시작하고 나무들은 그 잎들이 부담스러웠는지 잎들을 모두 놓쳐버려 겨울이다. 

'중청 대피소' 그 아름다운 공간에서 뜨거운 국물의 면을 흡수하듯 해치운다. 

이제부터 하산만 남았다. 

여러 가지 하산길 중에서 내가 가장 애정 하는 '천불동 계곡'으로 가기 위해 덥혀진 몸을 끌고 대피소를 떠난다. 우선 '희운각 대피소 방향'으로 내려가는데 정상에서 바라본 '천불동 계곡'과 '공룡능선' 그리고 저 멀리 '울산바위'까지 아름다운 풍광이 발길을 잡는다. 

어쩔 수 없이 '희운각'까지 못 가고 전에 스케치한곳까지도 못 내려가고, 스케치북을 펼치는 안타까운 인내심을 보여준다. 

인내심의 한계를 보여줬지만 그림에는 나를 담아야겠기에 천불동 계곡 초입 아름다운 기암절벽들을 멀리서 부채를 편 듯 아름다운 그 모습을 그려 넣는다. 

잠시 목을 돌리려 내려온 '대청봉'을 바라보니 운무에 싸여 아름다운 그 모습은 아련해서 잊히지 않는다. 

천불동의 기암절벽을 쪼개서 넣고 있는데 점점 건너 바다의 고려청자 색깔이 짙어지며 바다가 아름답게 보인다. 바다 옆에 이렇게 아름다운 조각들이 황홀하게 놓여있다니 정말 하늘이 만들어 놓은 세계 제일의 수변 조각공원이 아닐까 싶다.  





























조금씩 내려가니 멀리서 혼합되어 보이던 아름다운 단풍색이 하나둘 분리되어 빨간색, 노란색, 주황색, 연두색으로 하나하나 보인다. 

빛이 조화를 부리니 '야광색'으로 보여 현란함에 어지러울 따름이다.

'희운각 대피소'에서 점심 먹고 급히 내려와 점점 물들어가는 야광색 페인트를 혼합한 천불동 계곡에 풍덩 빠져들 듯 하산한다. 

하늘에 올라가듯 물이 끓임 없는 '천당폭포'가 가장 아름다우나 그 위에 있는 이름 없는 폭포도 아름답다. 

다음엔 꼭 스케치해보겠다는 작은 다짐을 한다.

'양폭 폭포' 밑에 있는 '양폭대피소'에서 요기를 하고 굽이굽이 '오련폭포'로 내려간다.

단풍에 어우러져 이 아름다움이 현실인지 가공된 꿈에 의한 것인지 도저히 구분이 되지 않는다. 

'무너미고개'와 '귀면암'을 넘어 '비선대'에 도착한다. 

여기서부터도 입구까지도 한 시간이 넘어 여유를 갖고 간다.

색의 마법이 풀리면서 녹음 가득한 숲이 됐지만 그 청량함에 다시금 힘을 얻어 내려간다. 

다리를 건너고 다시 숲을 지나 '신흥사'에 도달하니 철불이 그 자리에 반갑게 앉아 계시고, 그 뒤로 '울산바위'가 숨어있다. 

삼삼오오 가족끼리 놀러 온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다시 현실세계로 돌아온 듯 꿈을 깨게 했으나 깊고 단 꿈을 꾼 듯 가슴은 상쾌하다. 

























































2017,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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