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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앙큼대마왕 Jan 24. 2022

4. 베트남 스타벅스에서는 커피가 안 팔린다?

베트남 스타벅스에는 커피가 안 팔린다?


음식에는 그 나라의 역사, 문화, 관습, 기후, 사회현상 등등 수 많은 것이 반영되어 있어 음식 그 자체가 그 민족과 나라의 압축판이기도 하다. 그래서 식음료 산업 트렌드를 보면 그 나라의 속모습을 엿볼 수 있다.


2013년 스타벅스가 베트남에 런칭했을 때 모든 식음료업계는 초긴장 상태였다. 말 그대로 세계적인 커피 브랜드 ‘스타벅스’가 드디어 베트남에 들어왔으니 산업계 판도가 뒤집어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베트남 스타벅스 1호점 오픈 당일 모습


일찌감치 베트남에 자리 잡고 있었던 커피빈은 주요 상권에 신규 매장을 열면서 공격적으로 대응했고 베트남 1위 커피 체인점인 Highland coffee 하이랜드 커피는 메뉴를 새단장하고 적극적인 할인 행사를 했다. 베트남 1호 스타벅스 매장은 연예인들과 유명인사들로 북적이는 말 그대로 핫 플레이스이었다. 하지만 그 인기는 3개월을 못 갔고 2년간 10개 매장을 운영하는 것에 그쳤다.


베트남 주요 커피 전문점들의 매출 현황

시장 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스타벅스는 2019년 783억동의 (한화39억원) 매출을 기록하며 4등과 3백만원 차이로 베트남 전체 커피 체인점 시장에서 아슬아슬한 3위에 랭크 되었다. 글로벌 커피 공룡 스타벅스이지만 2020년 12월 현재 67개 매장을 운영하며 베트남에서 분투하고 있다.


많은 시장 전문가들이 베트남 소비자들의 소득이 낮아서 비싼 스타벅스 커피를 마실 형편이 못된다고 말한다. ‘스타벅스 커피가 비싸다’라는 표현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한다.


커피 값의 절대적인 금액보다는 정서적인 금액이 비싸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적정한 가격’이라는 기준이 존재하는데 우리 식으로 표현하자면 한 줄에 2천원하는 김밥을 미국 브랜드 김밥이 6천원에 판다면 당연히 비싸다는 말이 나올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6천원을 소비하지 못할 정도로 낮은 소득의 국가는 아니지 않는가.


베트남 사람에게 커피는 전통 음료이다.


베트남에서 스타벅스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또 다른 이유는 100년이 넘는 베트남만의 커피 문화 때문이다. 커피하면 많은 이들이 브라질이나 콜롬비아 같은 남미를 떠올리지만 의외로 베트남은 세계 2위의 커피 수출 국가이다.


1857년 프랑스 선교사들에 의해 커피 나무가 들어와 재배가 된 이래 커피는 쌀과 함께 베트남의 주요 수출 품목이자 베트남의 상징이다. 베트남 어느 길거리에서나 로컬 카페들이 즐비하고 골목길에서 우리나라의 목욕탕 의자 같은 작은 의자에 앉아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은 일상적인 풍경이다.


베트남의 커피는 쓰고 신맛이 강한 로부스터인데 베트남 스타벅스에서 사용하는 원두는 미국에서 로스팅한 아라비카 원두이다. 맛의 균질화를 위해 본사에서 공급하는 원두를 사용하는 브랜드 전략인 것인데 베트남 사람들 머리 속에 있는 커피와는 동떨어진 것이다. 아무리 더 고급 커피라고 이야기해도 소비자 입맛에 안맞으면 선택받을 길이 없다.



그래서 베트남 스타벅스를 찾는 베트남 소비자들은 커피 보다는 알록달록한 그린티라떼나 달달한 티 음료들을 주로 시킨다. 메인 음료인 커피는 잘 안팔리고 부가적인 메뉴들이 잘 팔리니 스타벅스도 고민이 많다. 베트남 소비자들이 스타벅스에서 음료를 마실 경제적 수준은 충분히 되지만 커피는 외면당하는 것이다. ‘스타벅스 = 커피’ 인데 커피가 잘 안팔리고 다른 음료가 주로 팔린다는 것은 업체 입장에서는 답답할 노릇이다. 스벅 만큼이나 매출이 더디고 메인 상품이 안팔려서 답답한 식품 업체들이 있으니 맥도널드와 버거킹이다.


2014년 햄버거의 대명사 맥도널드가 베트남에 런칭할 때 커피 업계처럼 패스트푸드 업계도 술렁였다. 호치민에 1호점이 생겼는데 맥도널드 햄버거를 먹겠다며 비행기로 2시간 거리인 하노이에서 비행기를 타고와서 먹고 가는 사람까지 생겼었다. 첫 달에만 40만명의 고객이 다녀갈 정도로 대성공을 한 것처럼 보였지만 몇 개월 지나 사람들의 관심 밖의 존재가 되었다. 막상 먹어보니 별거 없다는 반응이었다.


반미 샌드위치 역시 80년 전통의 베트남을 대표하는 음식이다

 많은 외신들이 베트남 맥도널드의 실패로 ‘패스트 로컬 푸드’를 꼽는다. 길거리 행상에서나, 식당에서 쌀국수를 주문하면 이미 삶아 놓은 면발에 고기 고명을 얹어 국물을 말아내기만 하면되니 주문한지 3분이면 테이블에 올려진다. 바쁜 생활 속에서 빠르고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햄버거의 특징이 여지없이 무너져 버린 것이다. 게다가 베트남에는 100년 전통의 베트남 바게뜨 샌드위치 Banh Mi가 있어서 베트남 소비자들에게 햄버거는 반미보다 3배 이상 비싼 짝퉁으로 인식되고 있다. 햄버거 마니아의 사랑을 받는 버거킹은 현재 베트남 전체에 9개 매장만 남았고 최근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샌드위치 브랜드 Subway는 베트남에서 아예 철수했다.


베트남 주요 패스트 푸드 브랜드들의 매출 추이 (Jollibee는 Highland Coffee 매출 합산)

하지만 단순하게 베트남 로컬 음식 때문에 맥도널드가 실패했다고 하기에는 KFC 성공과 롯데리아의 선전은 설명할 수 없다. 1997년에 진출해 135개 매장을 운영중인 KFC, 1998년에 진출해 200여개 매장을 운영중인 롯데리아는 베트남 패스트푸드 업계의 1,2등을 다투고 있다. 맥도널드와 버거킹의 실패 속에 더욱 돋보이는 KFC와 롯데리아 성공 비결은 과감하게 브랜드 아이덴티를 버리고 현지인 고객이 좋아하는 ‘닭’ 메뉴에 집중했다는 것이다. KFC는 메인 상품 자체가 ‘치킨버거’이지만 버거 자체에 관심이 없는 소비자들을 위해 ‘치킨 + 밥’ 메뉴를 선보였다. 최근에는 치킨 덮밥, 치킨텐더 마키와 같은 다양한 치킨 메뉴까지 만들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롯데리아 역시 ‘불고기버거’, ‘새우버거’와 같은 한국에서 인기있는 메뉴를 집중하다가 베트남 소비자 입맛에 맞는 치킨 메뉴에 밥은 얹은 ‘치(킨)밥’ 메뉴를 판매하고 있다.



그런데 베트남 시장은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가파르게 변하고 있다. 해외에서 유학을 하던 젊은 MZ 세대들이 코로나 때문에 대거 국내로 복귀하면서 이들이 소비 시장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베트남 스타일의 진한 커피 대신 콜드브루나 아메리카노, 호주식의 Long Black 과 같은 연한 커피 시장을 확산 시키고 있다. 새로운 것을 쉽게 받아들이는 또래 소비자들에 의해 시장은 더욱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베트남 중산층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고 코로나 팬데믹 상황 속에서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주로 베트남 중상층 밀집 거주 지역과 도심 금융 기업들이 밀집 지역에서 이런 변화는 확연히 드러난다. 단순하게 커피를 먹기 시작한 정도가 아니라 자신의 텀블러를 들고 와서 커피를 받아가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까지 하다. 게다가 이 지역 주말 아침 맥도널드에는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아침 식사를 하는 부모들로 가득하다. 아직 베트남 전체 시장으로 이 모습이 확산까지는 안되고 있지만 유행하기 시작하면 삽시간에 변화하는 것이 먹는 트렌드이다.


베트남 시장은 변화가 빠르다 빠르다 하지만 이제는 풍부한 상상력을 발휘해서 예측해야 할 만큼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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