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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W조웅 Jul 29. 2015

'스타워즈', 소년의 눈을 뜨게 하다.

모두에게 인정받는 피규어 콜렉터가 되기까지...

A long time ago in a galaxy far, far away....

스타워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영화의 첫 장면에 나오는 대사.

어릴 적 아버지 손에 이끌려 처음 가 본 영화관에서 본 스타워즈는 진부한 표현이지만 나에게 꿈과 열정을 가지게 해 준 영화였다. 어린 소년은 영화를 보면서 내가 디자인한 우주선이 우주전쟁에 사용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꿈꿨다. 물론 어른이 되면서 그 꿈이 깨진지 오래지만, 스타워즈는 우주선을 디자인하고 싶어 했던 어린 소년에게 시각 디자이너라는 다른 꿈을 가지게 해 주었고, 나름 여러 공모전에서 큰 상을 받으며 실력을 인정받으며 남들과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프레디'를 만나기 전 까지는...

나의 첫 번째 피규어. "This is not a TOY!"

20대의 나는 영화에 빠져 동호회 활동을 하고, 포스터나 DVD를 모으는 다른 내 또래들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일상을 보냈다. 언젠간 나만의 영화공간을 만들기를 꿈꾸며 관련 자료들을 수집하고 있던 어느 날, 여행을 갔다가 우연히 들르게 된 미국 대형마트의 한 피규어 매장에서 내 인생 최초의 피규어인 나이트메어의 프레디를 만나게 되었다. 영화 속 캐릭터와 흡사한 모습을 하고 있는 피규어는 뭐랄까, 영화배우를 실제로 본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그동안 내가 모으던 영화 관련 아이템들이 전부가 니었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피규어로 꿈을 이룰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겠다는 막연한 기대가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일본에서 한정판으로 발매된 R2D2 자판기. 실제로도 작동한다.

스타워즈 하우스의 시작


한때 국내에서 피규어 수집을 한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스스로를 '오타쿠'라고 인정하는 것으로 인식되던 때가 있었다. 물론 지금은 시대가 많이 변했지만, 프라모델이나 피규어, 구체관절 등 사람들이 보았을 때는 어린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을 모으는 어른이라니... 부모님 마저도 나의 피규어 수집을 인정해주지 않으셨다. 그런 부모님의 시선에 한참을 고민하던 나는 아버지에게 "반드시 10년 후에는 이 취미가 사람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말씀드렸다. 무턱대고 약속을 드리기는 했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눈 앞이 깜깜했다. 놀고 싶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한창의 20대, 아버지와의 약속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나는 내 또래들이 즐기는 것들을 포기해가며 열심히 피규어들을 모았다.


닥치는 대로 피규어를 모으던 중, 문득 내가 하는 수집이들과 차별성이 전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명색이 직업이 디자이너라는 사람이, 나만의 차별적인 수집 방법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니, 어쩐지 부끄러워졌다. 나만의 독창적인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한참을 고민하던 나는 '스토리텔링'만큼 효과적인 게 없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우선 '스타워즈'라는 주제로 내 방 인테리어를 바꿔보는 것부터 시작했다. 무작정 피규어를 늘어놓는 것은 재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현재 내 공간에 어울릴만한 피규어를 배치하면서 집안 곳곳을 장식하기 시작했다.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피규어를 전시하니, 더 즐거웠고 내가 부족한 부분이 어떤 것인지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그리고 2009년 5월, 공들여 만들어 온 나만의 스타워즈 하우스를 세상에 공개했다. 사람들에게 나는 더 이상 어린 아이의 장난감을 수집하는 단순한 수집광이 아니었다. 모두가 나를 피규어 콜렉터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제다이 광선검 , 라이트세이버 (Lightsaber)

피규어 콜렉터로 사람들에게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할 무렵,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격려의 메시지를 보내주었는데 재미있는 건, 나와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보다 그들 가족들의 비중이 높았다는 것이다. 그동안 남편들의 피규어를 수집하는 취미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던 주부님들 (주로 피규어를 모으는 콜렉터들은 남자인 경우가 많기에)로부터 나의 스타워즈 하우스를 보고 감각적인 수집과 전시에 감동받았다며 앞으로 남편의 취미를 인정해주고 싶다는 내용의 메시지가 주된 내용이었다. 그저 인터넷으로 주고받는 메세지였지만, 나에게는 콜렉터로서의 자부심과 용기를 주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동안은 단순히 내가 좋아하는 취미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그들과 함께 공감할 수 있다는 자체에 만족을 느꼈다면, 본격적으로 피규어를 수집하기 시작한 때부터는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하여 항상 고민해왔다. 단순히 수집이나 취미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생활에 접목해 가족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취미로 만들고 싶었다. 스타워즈 하우스도 그런 목적에서 시도한 방법이었다. 스타워즈 하우스가 유명해지면서, 나의 컬렉션들이 대중매체와 인터넷을 통하여 홍보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해외의 한 대학에서는 인테리어 수업자료로 활용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의 열정이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고 느꼈다.

주방에 전시된 스타워즈 미니피규어


피규어 콜렉터로 사람들에게 인정받기


미국의 한 기자분이 해외 피규어 콜렉터들에게 나를 소개하며 쓴 기사의 한 부분인데, 이 문장만큼 내가 추구하는 컬렉션 철학을 담은 표현은 없을 것 같다. 콜렉터는 단순히 돈과 시간만으로 그 열정을 판단할 수는 없다. 또한 수집한 양만으로도 인정받을 수도 없다. 콜렉터가 인정받는 건, 마니아들이 어떤 것에 열광하는지를 파악하여 그 부분에 대해 충족시켜주는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홈바테이블
If you are trying to count the number of action figures,
forget it. It is losing bat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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