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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고래 Jun 29. 2015

시끄러운 세상 속 적막, 우유니 사막

2013. 볼리비아 ::: 라파스 / 우유니

#1. 상상불가, 4,000m의 위엄! - 미니양

 

 페루를 떠나 볼리비아에 도착했다.

우유니 사막으로 가기 위해 라파스에 도착, 다시 야간 버스를 타고 우유니로 이동했다.

원래는 라파스에서 하루나 이틀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만,

우유니를 하루라도 빨리 보고 싶은 마음에 라파스를 포기하기로 했다.

이 결정으로 이틀 내내 야간 버스를 타는 강행군을 감행해야 했다.

라파스에서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나절. 단 몇  시간뿐이지만 조금이라도 라파스를 둘러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여행은 늘 마음대로 되지 않는 법.

고산병이 다시 찾아와, 다시 숨이 차고 두통이 찾아왔다. 쿠스코에서 4일 이상 머물며 이제는 고산병은 더 이상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해발 4,000m의 라파스는 나의 예상을 보기 좋게 깨버렸다.

쿠스코에서 겨우 적응했더니, 더 높이 올라와 버린 것이다.

해발 4,000m라니.. 2,000m도 올라가본 적이 없는 내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높이에 올라와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도의 위엄이 느껴지는 첫인상이었다.

제대로 라파스를 보고 싶었지만, 술 취한 것 같은 몸과 정신으로는 도저히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덕분에 라파스 구경은 그저 수박 겉핥기로 끝났고, 카페 한 군데에 들어가 휴식을 취할  수밖에 없었다.

 

 쿠스코처럼 적응하며 여유 있게 머물렀더라면 어땠을까 생각이 들었다.

아쉬움을 남긴 첫 번째 도시 라파스를 뒤로 하고, 우유니행 버스에 올랐다.

 

 

 

 


 

 

#2. 소문난 잔치에 먹을 거 많다! 우유니 사막 - 미니양

 

 이틀의 야간 버스 여정을 끝내고 우유니 마을에 도착.

하지만 버스가 중간에 고장 나는 바람에 우유니 사막투어는 하루 연기해야 했다.

덕분에 하루 우유니 마을에서 쉴 시간이 생겨, 밀린 빨래와 잠을 보충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음 날 떠난 우유니 사막투어.

우유니 사막에서 밤을 보내진 않아 별은 보지 못했지만, 당일투어만으로도 나는 큰 감동을 받았다.

투어의 열혈 가이드였던 일라리오에게 감사하며, 나는 인간은 자연 앞에서 한낱 미물이라는 당연한 진리를 다시 실감할 수 있었다.

 

 우유니 사막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소금도, 선인장도 아닌 '적막'이었다.

남미로 떠나기 전 봤던 영화 "그래비티"의 우주공간을 가득 채운 그 고요함 같은 적막.

난 소란스러운 도시의 일상을 살았기 때문에, 그런 적막을 처음 맞닥뜨렸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하지만 이내 그 적막이 마음에 들었다.

눈 앞에는 심플하지만 아름다운 색이 펼쳐져있고, 귀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그런 곳, 우유니.

화려한 볼거리에 지친 눈과 시끄러운 소리에 지친 귀가 제대로 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말로 표현하기는 결코 쉽지 않은, 그런 많은 생각들을 하게 만들었다.

 

 우유니 사막을 보기 위한 여정이 쉽지 않은 만큼 그래서 감동은 더 크게 다가왔나 보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우유니에서 느꼈던 감상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그 기억에는 우유니 사막의 노을 너머로 들었던 데파페페 "격정 멜랑꼴릭"의 기타 선율도 함께.


 요즘같이 시끄러운 세상, 적막한 우유니가 그립다.

  


::: 왜 우유니, 우유니 하는지 알겠더라 :::

 



 



#3. 올 겨울은 안녕하지 못해 - 고래군

 

 연말 분위기가 점점 주변으로 몰려들어온다. 차가운 바람이 귓가를 스치지만, 그보다는 도로를 줄지어 달리는 자동차 소리가 귓속을 채운다. 올 해 남은 시간이 점점 사라지기 때문일까? 그런 게 연말인가 보다. 그런데 모두 어딜 그렇게 숨 가쁘게 달려가시나요?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생각 때문인가요? 아마도 모두들 안녕하지 못하신가 보네요. 사실 한 해가 바뀌는 건 별 의미가 없잖아요. 그저 어제와 오늘이 있을 따름이고, 내일이 있을 거라고 막연하게 기대하는 게 우리 삶의 전부인 걸.

 

 미니양은 우유니 사막에 다녀온다고 한다. 새하얀 소금으로 가득한 세상. 메마르고 메말라서 그 어떤 생명도 거부하는 고요한 세상. 하지만 나는 세상의 그 어느 곳에서보다도 고요한 하루를 보낸다. 어제의 나에게 건넨 소리들은 오늘 내게는 의미 없는 소음을 남기고 지나가는 자동차들처럼 사라져간다. 남는 의미는 하나도 안 보이고, 텅 빈 하루가 어둠과 함께 오늘의 경계 너머 어제로 안개처럼 스며든다. 하지만 내가 잠든 사이 그녀는 새하얀 소금으로 세상의 반을 채우고, 나머지 반은 하늘로 채우겠지. 나의  꿈속 세상을 그녀는 현실로 마주하겠지.

 

 지금까지 걸어온, 그리고 앞으로도 걷고자 하는 나의 길은 지평선 너머까지 이어져 있다. 언제까지, 그리고 어디까지 걷게 될지는 모르겠다. 그저 천천히 어제처럼 내일도 한 걸음 내딛어야지. 대신 가끔은 쉬어가도 괜찮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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