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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작가 Jan 19. 2022

탄수화물의 누명

평생 다이어트 없이 마음껏 음식을 즐기는 법

탄수화물에 대한 오해와 진실

탄수화물은 많은 오명을 입고 있다. 특히 단백질에 비해. 단백질도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소지만 매일을 움직이고 힘을 내야 하는 우리 몸에 필요한 탄수화물만큼 필요하지 않다. 탄수화물은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탄수화물에 일문 일답을 통해 오해를 풀고 가자.


Q: 탄수화물은 살을 찌게 하는가?
A: 그렇지 않다. 인간은 탄수화물을 지방으로 전환하는데 아주 비효율적이다. 실험을 해보면 탄수화물을 아무리 많이 섭취해도 지방으로 전환되는 탄수화물은 아주 약간일 뿐이다. 여성에게 보통 하루에 섭취하는 칼로리의 50% 이상을 섭취하게 해도 하루에 4g 정도의 지방만 만들어낼 뿐이다. 그것은 겨우 하루 36Kcal 만 추가로 저장된다는 말이 된다. 탄수화물은 오히려 쓰고 남으면 글리코겐이라는 형태로 간과 근육에 무려 1kg이나 저장될 수 있다.  
Q: 그렇다면 무엇이 살을 찌게 만드는가?
A: 고농축 지방과 음식에 들어가는 첨가물이 살을 찌게 만든다. 예를 들어, 우리가 먹는 빵은 대부분 바게트처럼 밀가루, 물, 이스트, 소금만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빵을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마가린, 우유, 심지어 생크림을 다량으로 넣는다. 뿐만 아니라 토핑으로 기름진 다양한 식재료를 곁들인다. 이것이 우리의 몸에서 지방으로 저장되어 살을 찌게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정제탄수화물(밀가루 같은)은 고농축 지방을 실어 나르는 운반체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가공식품은 전부 이러한 비슷한 과정으로 우리 몸을 살찌게 한다.


탄수화물은 오히려 살을 빼준다.

자연식물식의 대가인 존 맥두걸 박사는 녹말 음식을 먹을 것을 주장한다. 여기서 녹말 음식이란 정제되지 않은 통곡물과 같은 자연 상태의 탄수화물을 말한다. 그는 그의 저서에서 녹말 중심의 식사가 몸의 지방을 감소시켜 건강을 활성화시킨다고 한다. 심지어 여드름 같은 피부질환도 개선될 수 있다고 한다. 나는 처음 채식을 시작할 때 가공식품을 모두 끊고 현미밥에 구운 채소, 쌈만으로 식사를 했었다. 나는 키가 170센티 정도 되는데 표준체중은 63kg이다. 30년이 넘도록 끊임없이 다이어트를 해보았지만 단 한 번도 69kg 밑으로 체중이 내려가 본 적이 없다. 그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모두들 표준체중을 목표로 체중감량을 해보면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게 될 것이다. 절망적이다.) 하지만 녹말 중심의 식사는 불과 몇 개월 만에 아무런 운동 없이 나를 표준체중으로 만들어 줬다. 심지어 얼마 전에도 건강검진에서 63.5kg이 나왔다. 3년간 약간의 체중의 변화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다이어트를 따로 하지 않고도 표준체중을 유지하고 있다. 물론 현재는 자연식물식만 추구하는 것은 아니라 일반적인 완전 채식을 하고 있지만 체중은 그 때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다이어트에 대한 걱정 없이 충분히 음식을 마음껏 먹고 즐긴다는 것이다.


마음껏 먹고도 살이 빠지는 음식들

여기 마음껏 먹고 살 빠지는 음식들이 있다. 나는 이 음식들을 다양한 조리를 통해 즐긴다. 채식을 하고 난 뒤 식재료 자체의 풍미를 느끼 것에 민감해졌고 그것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알게 됐다. 마음껏 즐겼으면 좋겠다.


모든 종류의 과일, 모든 종류의 채소, 통곡물과 통곡물 시리얼, 각종 덩굴식물 및 열매(애호박 및 호박, 도토리 등), 모든 종류의 콩과 식물, 모든 종류의 뿌리 식물(감자, 고구마 등), 천연소금 및 천연설탕, 그리고 공장에서 만들지 않은 천연 양념


한국, 채식하기 정말 좋은 나라

우리나라의 대표음식이 언제부터 치킨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정말 안타깝다. 위에 열거한 모든 식재료는 우리나라에서 풍성히 나는 음식들이다. 특히 제철에 나오는 채소들은  맛과 풍미가 너무나 뛰어나다. 또한, 채식을 하며 내가 감탄을 마다하지 않았던 점은 한국의 식재료는  각의 개성이 정말 뛰어나다는 점이다. 어느 식재료 하나도 비슷한  별로 없다. 그래서 같은 양념을 해도  맛과 풍미가 정말 다르다. 그래서 오히려 음식 하기에 편하다. 예를 들어 시금치와 쑷갓을 똑같이 국간장과 소금으로 맛을 내면 전혀 다른 음식이 된다. 시간도 절약되고 돈도 절약되지만 맛은 다양해지는 마법과도 같은 한국의 식재료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채소는 억센 것들을 빼놓고는 대부분 쌈으로 즐겨도 된다. 쌈과 두장(고추장, 된장) 있으면  좋은 식사를   있다. 밥상을 화려하게 나름 있어 보이게(?) 하는 방법 중에 하나가 샐러드를 만들어 놓는 것인데, 우리나라 쌈을 손으로 뜯거나 혹은 칼로 먹기 좋게 채를 썰어  담으면 다양한 풍미와 식감을 가진 음식이 된다. 샐러드용 채소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서양 채소는 한국 채소만큼이나 개성이 뚜렷하지 않다.  각의 특성이 있지만 한국의 것과 비교하면 그렇게 두드러지지 않는다. 단순히 채소만 예를 들었지만 오히려 시켜먹거나  먹는 것보다 손쉽게 채소로 밥상을 차릴  있는데 관심을 두지 않아서 하지 못하는  같아서 너무나 아쉽다.


쌈채소를 메인으로 했던 초기 채식 밥상
여러가지 레시피를 참고하며 다양한 채식음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왼쪽 부터 간장채소떡볶이, 당근두부샐러드, 토마토 된장국
서양식부터 동양식까지 채소만으로 다양하게 요리할 수 있다. 왼쪽부터: 부추버섯두유리조또, 호박버섯견과류 볶음, 우엉잡채

채소는 맛이 없다는 편견

인간이 어떤 맛을 선호하는 경향은 유전적인 것이 아니라, 교육에 의해서 이어져왔다. 우리는 지금 선택한 음식을 좋아하도록 교육받아왔다. 아이를 키우는 내 입장에서 봐도 그렇다. 우리 딸아이들은 엄마 아빠가 좋아하는 음식을 똑같이 좋아하고 즐긴다. 이제 16개월이 된 둘째 딸아이도 엄마 아빠가 먹는 것을 똑같이 먹고 싶어 한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음식을 보면 달려들 정도로 적극적이다. 먹는 양도 4살이나 차이나는 언니만큼 먹는다. 즉, 우리의 입맛은 길들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어릴 적부터 조금씩 맛을 본 음식들은 언젠가 잘 먹을 수 있다.


내 경우에는 채식을 하기 전에는 채소는 김치 정도 먹고 고기를 먹으면 입안의 기름지고 텁텁한 맛을 씻어내기 위해 상추와 깻잎을 먹었다. 사실 채소를 맛으로 먹었다기보다는 동물성 음식의 소화를 돕기 위해 혹은 맛의 밸런스를 위해 의도적으로 조금 먹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채소 그 자체를 너무나 좋아한다. 특히 요즘처럼 추운 겨울에는 쌈채소를 샐러드나 쌈으로 먹는 것을 좋아한다. 아삭아삭 씹히는 느낌이 식욕을 돋우고 채소에서 터져 나오는 채소즙의 청량함이 입안을 개운하게 해 준다. 감자도 빼놓을 수 없는 음식 중에 하나인데, 껍질 째 잘 씻어서 적당히 잘라 에어프라이어로 20분만 조리하면 냄새만으로도 혼을 쏙 빼놓는 고소하고 맛있는 음식이 된다.

입맛은 바뀐다.


어떤 음식을 많이 접하면 접할수록 그 음식에 대해서 더 잘 알 수 있다. 마치 사람 관계 같다. 별다른 편견 없이 모르는 사람도 계속 마주치다 보면 조금씩 좋은 점과 그 사람의 매력을 알게 되듯이, 채소를 조금씩 더 많이 즐기면 된다. 부담을 갖지 않아도 된다.



탄수화물 음식 특히 쌀(현미)을 먹어야 하는 이유

현미는 만능식품

나와 내 아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밥'이다. 특히 구수한 풍미가 있고 씹는 맛이 일품인 '현미'를 좋아한다. 특히 현미는 볶음밥 할 때 좋다. 밥알이 탱글탱글 살아 있기 때문에 볶음밥을 하면 뭉개지지 않고 꼬들꼬들해서 맛있다. 이런 현미를 모든 이들에게 '강추' 한다. 뿐만 아니라 현미는 다량의 영양소를 가지고 있다. 현미만 잘 먹어도 식이섬유, 비타민, 단백질, 탄수화물 등을 모두 한꺼번에 챙길 수가 있어서 좋다. 이런 영양적인 풍부함과 더불어 맛과 풍미 때문에 현미를 추천하기도 하지만 현미를 그러니까 '쌀'을 무조건 주식으로 추천하는 이유가 있다.


바로 '정서적인 안정감과 만족감 그리고 포만감' 때문이다.

'정서적인 안정감'이란 쉽게 따뜻한 밥에 잘 구운 김 한 장을 올려놓고 숟가락을 눈앞에서 응시할 때 느껴지는 그런 느낌이다. 몸과 마음이 따뜻해지면서 김이 오르는 밥에 빠져들고 싶은 그런 느낌이다. 맞다. 갓 지은 밥은 간장만 곁들여도 맛있을 정도로 매력적이다. 우리가 이렇게 느끼건 아마도 전통적인 우리나라의 식문화의 영향이 클 것이다. 그렇지만 영양학적으로 보나 문화적으로 보나 생리적으로 보나 쌀, 특히 현미는 우리를 정서적으로나 신체적으로 건강하게 만든다.


포만감은 단순히 배가 부른 정도를 의미하는 게 아니다. 떡볶이를 먹을 때 아무리 배가 불러도 볶음밥으로 마무리 짓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포만감은 영양학적으로 배고픔이 해소된 상태이다. 다시 말해서 배고픔이라는 것을 영양학적으로 완벽하게 만족을 시켜줘야 느낄 수 있는 것이 바로 '포만감'이다. 오직 정제되지 않은 탄수화물만이 '배고픔'을 '포만감'으로 바꿀 수 있다. 파스타를 먹고도 달콤한 디저트를 찾는 이유도 바로 제대로 된 포만감을 느끼지 못해서다.


매사추세츠 공대 MIT에서 행해진 연구에 의하면, 탄수화물을 많이 섭취할수록 두뇌에서 세로토닌이라는 성분이 증가하는 것으로 발표되었다. 그들은 이 세로토닌이라는 성분이 심리적인 안정감과 집중력을 주고, 배고픔을 완화시켜주며 수면을 촉진시켜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오히려 단백질이 풍부한 육류, 유제품들은 두뇌에 정반대의 화학작용을 일으키는데, 많이 먹을수록 두뇌의 세로토닌 성분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맥두걸 박사의 자연식물식 p.80-81)


우리는 모두 탄수화물을 좋아한다. 그렇지만, 가공식품들 때문에, 잘못 길들여진 식습관 때문에 탄수화물을 좋아하는 우리 입맛은 죄책감을 느낀다. 자연식물식처럼 어쩌면 극한의 채식처럼 보이는 식단을 하지 않아도 가공식품만 끊어도 살은 빠진다. 자연이 주는 천연 탄수화물인 녹말 음식을 즐기자. 얼마든지 즐겨도 좋다. 더 이상 먹을 수 없을 때까지 먹어도 된다. (다만 채소는 많이 먹으면 새벽에 꼭 화장실에 가야 하는 불편함은 있다.) 그래도 괜찮다. 우리가 경계해야 하는 것은 단지 정제된 탄수화물을 기본으로 하는 가공식품들이다.


바게트는 비건이다. 우리 가족은 바게트를 종종 즐겨 먹는다. 모두 녹말음식이다.


세상에 먹을 것은 많다. 우리 가족은 가공식품을 3년간 모두 끊었고 앞으로도 먹을 생각이 없다. 대신 다양한 과일과 채소를 즐기고 있으며 바게트나 깜파뉴, 베이글처럼 원래 우유나 버터가 들어가지 않는 베이커리를 즐겨서 먹는다. 또한 밥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압력밥솥을 이용해 하루에 두 번 정도 쌀을 미리 불려서 갓 지은 밥을 먹는다. 수고로울지도 모르지만 익숙해지면 수월하게 할 수 있다. 밥 짓는 데 걸리는 시간은 20분 남짓.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밥과 김치 그리고 약간의 밑반찬은 허기 채우고 우리는 만족감을 느낀다. 밥을 먹은 뒤에는 간식이 따로 필요 없다. 식사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탄수화물과의 오해는 이제 풀고 마음껏 친하게 지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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