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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미쓴 일단 해봐 Jan 03. 2022

4천만원을 날렸다

해봐도 후회 안 해봐도 후회라면, 해보라고요?

4천만원을 날렸다. 단 4개월 만에.

계산해보니 하루에 33만원을 썼다.

매일 이마트에 갔더라면 코너 하나를 싹 쓸어올 수 있고

매일 맛집을 갔더라면 웬만한 유명 맛집들을 섭렵했을 것이다.


처음 내가 손해를 본 것을 확정하게 된 순간,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하고 있는 일이 4천만원 이상의 손해를 보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그 막막함과 내려앉는 가슴, 미치겠는 그 마음

무엇보다도 아내와 가족에게 너무나도 미안한 그 감정은

정말이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빠르게 돈을 벌고 싶은 마음에

내가 선택한 새로운 분야는 <고시원>이었다.

재테크 공부와 다양한 유튜브를 보면서

1억 5천으로 월 5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말에

혹시 나도 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준비를 했다.

50만원짜리 유료 강의도 듣고,

부동산을 통해 나와있는 매물을 많이도 보았다.

직장생활과 병행했기에

점심시간마다 자전거를 타고 고시원에 가서

청소와 고시원 관리를 했다.



하지만 현실은.. 결국 번아웃이었다.

회사일을 포함하면 하루에 내가 일하는 시간은 16시간 이상이었다. 게다가 무슨 일이든 끝이라는 것이 없었다.


라면과 쌀을 채우고, 빈 방을 청소하고,

여름엔 덥다, 겨울엔 춥다, 항상 민원의 연속이었다.

퇴근하고서도, 주말에도 일은 끊이지 않았다.

어쩌다 한 번 입실 문의가 와도 방을 보러 온 사람들이

입실 계약으로 이어지는 일도 드물었다.


숱한 바쁜 노력들은 매출에 연결되지 않았다.

광고비를 쓰고 마케팅을 돌려보아도

오히려 입실자 수는 줄어들기만 했다.

유튜브에서 본 사람들은 잘만하던데.. 난 왜 이렇지?

건물주에게 보내야 하는 월세는커녕

오히려 매달 200만원 넘는 적자가 나오는 상황이 되자

공포가 몰려왔다.


고시원은 임대업이다.

누군가 나의 사업장에 와서 살아줘야 한다.

하지만 애매한 입지, 오래된 건물, 코로나로 줄어든 수요에

부족한 나의 경영 스킬이 겹치니

해결책이 보이지를 않는다.


직장생활만 경험해본 나에게

월 마이너스 200은 정말이지 두려움 그 자체였다.

비로소 세상 모든 자영업자분들을 존경하게 되었고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그릇이 얼마나 작은지도 알게 되었다.


서둘러 고시원을 정리했다.

열심히 붙잡고 시간을 감내하다 보면

코로나가 끝나고, 고시원도 다시 살아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직장생활로도 충분한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나에게

그만한 심리적, 경제적 여유는 허락되지 않았다.

여름에 시작한 고시원이 겨울이 다 되어갈 때 마무리되었다.

4천만원의 손해를 보았다.

한 달에 100만원씩 적금을 부어도 3년 반이 걸리는 금액이다.



내가 배운 교훈이 4천만원 이상일 것이라고 생각해본다.

고시원을 정리한지 한 달이 지나며

이제 겨우 마음이 진정된다.

여전히 미안하지만

그래도 아내와 마주 앉아 이야기하게 되었다.

돈 버는 일은 쉽지 않구나!


4천만원짜리 실패는 처음이라서

한동안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것 같다.

주변 사람에게 말하지도 못했다.

하지만 어쨌든 내가 선택하고, 경험한 일이다.

빠르게 내던지기는 했지만 그 시간 자체에서 분명 배운 것은 있다.


소소한 물품 한 가지가 고장 나도 모든 게 비용이다.

이상하게 어느 방에서인가 악취가 풍기는데 아무리 찾아도 원인을 알 수 없다.

에어컨이 고장이라 입실자들이 매일 전화가 온다.

매일 치워도 담배꽁초가 가득이다.

누군가 빈 방에서 몰래 잠을 자고 나갔다.

쓰레기통이 넘쳤다. 나 말고는 치울 사람이 없다.

방을 보러 온 사람들 8~9명 중 1명만이 계약한다.

회사에서 일하는데 고시원 폰으로 자꾸 전화가 온다.

화장실을 들어가 보니 하수구가 막혀있다. 등등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면 하는 게 낫다?

해보는 건 언제나 좋은 일이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실패에 대한 기록을 앞으로 남겨보고자 한다.

마음은 아프지만, 실패의 경험을 축복으로 만드는 것은 지금부터 내가 하기에 달렸다!


근데 날려버린 4천만원을 어디서 벌어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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