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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동 Jan 16. 2022

실화에 걸맞은 그 이름 '리들리 스콧'

<하우스 오브 구찌>, 스포일러 없이 추천합니다!



난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을 갖고 싶다. 내가 사고 싶은 것들을 맘껏 살 수 있는 인생이면 괜찮을 것 같다. 돈이 없다는 건 사람의 기분을 많이 좌지우지한다. 가령 이 사회복무요원 제도도 200만 원 월급을 받으면 할 만하다고 느낄 것이다. 한 달에 70만 원 받고 일하는 건 아무리 봐도 심했다. 또한 돈이 많으면 이 카페에서 초코 라테를 마시고 돈가스를 맛나게 먹고 가도 괜찮으니 금전적인 여유라고 하는 것은 사람의 인생에서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한다. 솔직히 내가 글을 쓰는 것도 돈 벌고 싶어서라고 했을 때 '아니오'라고 하면 거짓말이다. 애써 아닌 척했지만 나는 사랑받기 위해서, 혹은 돈 벌고 싶어서 어떤 일을 벌인다. 난 배 굶주린 게 너무나도 싫다. 그래서 일을 하고 돈을 번다. 가끔은 그런 생각도 한다. 만약 굉장히 유명한 언론사에서 나를 스카우트하면 어떡하지? 나 내가 쓴 글이 있는 한 회사가 엄청나게 유명세를 타면 좋을 텐데! 같은 생각이다. 그렇게 해서 유명세를 타 인세를 받았다 치자. 그 후의 내가 계획한 행동들도 있다. 300만 원은 저축하고 100만 원은 내가 사고 싶은 걸 살 것이며 100만 원은 내 생활비로 쓸 거다. 유명해지면 인세만 받고 끝나지 않잖아? 강연 같은 것도 들어오게 될 테니 부수적인 수입도 있지 않을까? 그럼 기획자로서, 작가로서 인정받는 것이니 외적인 사랑도 날 찾아올 거라 생각한다.


 돈은 이렇게 미래와 현재를 가로지르는 중요한 키워드인 것 같다. 그래서 모두의 삶에서 돈은 참 중요하다. 생활이 편하니까. 맛있는 거 먹을 수 있으니까. 근데 앞에서도 언급했듯 돈은 여기서 머무르지 않는다. 무슨 범죄를 저질러서 착복한 돈이 아니라면 잘 나가는 기업의 CEO나 정치인쯤 되는 사람들은 존경까지 받는 경우가 많이 있다. 돈이 없는 건 아무것도 아닌데, 돈이 많으면 그 외 부수적인 것들도 따라오니 사람의 인생은 돈이 많거나 그렇지 않거나로 나눌 수 있다는 말도 그렇게 거짓말이 아닌 것이다. 그렇게 '나 열심히 살았다'를 증명하기 위해 우리가 스스로를 만족하고, 또 타인의 관심을 얻는 방식엔 '비싼 브랜드 제품 사기'가 있을 것이다. 브랜드 구찌는 이런 우리의 욕구에 무관하지 않은 것이다. 라이톤이나 지갑, 가방 뭐 그런 것들은 나같이 스니커즈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따지고 보면 돈 하나로 내가 사고 싶은 걸 산다는 건 별게 아닌데 우습게도 가끔 우리는 이런 것들로 개같이 일 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도 한다. 에휴. 돈이 별건가. 쉽게 딱 얻고 끝나면 좋을 텐데. 내 아내(남편)가 돈 많은 사람이라면 일할 필요도 없이 알아서 통장에 꽂힐 텐데. 이걸 얻기 위해서 난 어떤 노력까지 해야 할까? 생각하면 할수록 첩첩산중이란 걸 느끼게 된다. 그럼 '내가 돈에 농락당하는 사람은 되지 말아야지' 싶다. 결국에 내 인생에 중요한건 재미라는 거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거다. 자, 지금 상영관에 어쩌면 중요하고, 또 그 사람의 동기부여가 될 수 있는 이 매개체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가 있다. 작년 <라스트 듀얼 : 최후의 결투>의 메가폰을 잡았던 감독 리들리 스콧이 실화를 바탕으로 한 막장 드라마를 가지고 돌아왔다. 영화 보기를 원하시는 분들에게 이 글이 좋은 참고자료가 되면 나는 많이 기쁠 것 같다.



소시민이었던 한 여자의 사랑이야기로 시작해서     


이 영화는 이탈리아 밀라노를 기반으로 한 브랜드 '구찌'의 운영과정에서 있었던 살인사건이 중심이 되는 영화다. 파트리시아 레지아니는 20대 중반의 운송회사를 운영하는 부모를 둔 평범한 여자다. 그러다 구찌 일가의 구성원이었던 마우리시오 구찌를 한 파티장에서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처음엔 가족 간의 갈등이 있어 구찌 운영의 실질적으로 개입하지는 못했지만 점점 그녀는 돈에 대한 욕심을 밖으로 표출하게 된다. 영화는 이 욕망에 대해 조명한다. 욕망을 어떻게 발현시키고 또 이 이야기의 결론이 어떻게 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 금방 찾아보면 이 영화의 엔딩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이 영화가 진짜 '무엇'에 관해 다루는 가에 있어 중요한 건 결론이 어떻게 나느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내면이다어떻게 욕망에 의해 사람의 내면이 변해가는가그런 철학적인 문제를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결국엔 변해가는 인간 군상에 대한 이야기

     

이 영화는 '욕망에 의해 변해가는 사람'에 대한 영화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주인공 레이디 가가가 맡은 파트리시아 레지아니를 국한 짓는 이야기가 아니다. 평범한 소시민이었던 그녀뿐만 아니라 변호사, 이른바 '금수저' 집안 등 다방면의 계층에 있는 사람들이 각자의 욕망을 실현시키기 위해 이런저런 행동들을 벌인다. 이를 통해 관객들이 '와 이거 내 이야기 아닌가'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영화의 줄거리가 리들리 스콧이라는 거장의 손 아래에서 매끄럽게 뽑혔으니 블랙코미디로서도, 스릴러로서도 좋은 기능을 한다.     


덜어서 완성시킨 영화의 이야기      


이 영화는 자체적으로 완급조절을 잘 했다. 실화에서 불필요하다고 생각한 부분을 쳐내 비교적 순한 맛의 드라마를 만들어 냈다. 한 가족이 있다. 근데 이 영화의 엔딩신으로 끝이 나는 가정이 있다고 치자. 이게 한국 아침드라마 감성에서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어서 그렇지 우리나라가 아닌 다른 국가에서 상영된다고 치면 ‘이게 뭔가’ 싶은 구석이 있을 것이다. 감독 리들리 스콧은 이 과제도 효과적으로 해낸다. 일반적으로 일어나지 않는 사건을 그대로 실으면 '이게 내 이야기가 아니고 금수저들의 속사정일테니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근데 영화는 오히려 톤을 적당히 가볍게, 또 무겁게 유지해 극의 설득력을 높였다.      

또 돈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사람들의 내면을 각본상의 허점이 없게 무난하게 표현한다. 예를 들어, 여러분이 감독이라고 치자. 여자 주인공이 극의 중심이라고 쳤을 때, 사랑도 사랑이지만 '그녀에게 돈이 더 중요한 결혼 사유였다'를 표현하려면 어떻게 장면을 그릴 것인가? 난 '돈만이 결혼의 이유'이거나 '사랑이 결혼의 이유'로 연출할 것 같다. 감독은 이 사이의 묘한 선을 잘 타고 넘어간다. 사랑도, 돈도 놓치지 않는 캐릭터 작법을 보여준다. 이 두마리 토끼를 잡을만큼 뛰어난 거장이기 때문에 이 실화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고, 또 무난하게 뽑아낼 수도 있으니 과연 그가 이 극의 감독인 게 다행인 셈이다.     


레이디 가가의 재발견     


나에게 있어 레이디 가가는 가수다. 내가 10대 때 '포커페이스'가 나왔고 길거리 지나가다 많이 들었으니 그 곡의 후렴부를 지금도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그녀가 연기를 잘한다는 말을 전작 <스타 이스 본>에서도 듣기야 했지만 이렇게 카리스마가 있는 줄은 몰랐다. 은근히 작은 체구의 그녀가 뛰어난 호연을 펼쳐 주인공을 중심으로 영화를 보는데 큰 무리가 없다. 다른 배우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면 역시 아담 드라이버일 것이다. 감독의 전작 <라스트 듀얼 : 후의 전투>에서 인면수심의 무식남 역할을 맡은 것과 비슷하다가도 다른 느낌을 풍긴다. 집에 박혀서 변호사 공부만 하는 숙맥에서 역시 돈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인물을 묘사하는데 이 역시 탁월했다.이 영화에 자레드 레토 나온다. '자레드 레토 나온다'를 강조하는 이유보면 안다꽤 중요한 역할을 맡고 나름대로의 배역의 어려움도 있다근데 유심히 안 보면 그를 알아보기 어려울지도 모른다.다른 역 알 파치노는 해마다 기력이 쇠하는 노인 역할을 잘 완수했다.     


어떻게 구했어소품으로 구현한 당시의 구찌     


브랜드 구찌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서사이기 때문에 당연히 이 회사의 제품이 많이 나와야 할 것이다. 난 구찌 제품을 보고 한 번도 고급스럽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루이비통이나 에르메스같이 돈이 많이 드는 브랜드가 왠지 모르게 꺼려지는 나의 습성 때문은 아닐 것 같다. 그냥 구찌는 요즘 들어서 뭔가 촌스러워지는 것 같다. 그런데 1980~1990년대의 구찌 제품을 보고 엥? 싶었다. 이래서 구찌가 구찌구나! 하는 생각을 거의 처음으로 하게 됐으니 말이다. 영화 전체에 구찌 제품이 쓰이는데 이걸 일부러 소품용으로 제작했는지 않았는지 모르겠으나 꽤나 고증을 잘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명품 보는 재미로도 영화는 즐겁다.     


꼭 실화를 읽고 나서 영화를 보지 말 것     


이게 실화 바탕이라 관련 기사 쓱 읽고 가는 게 도움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난 이거 오히려 반대한다.우리 한국에 살면 '막장 드라마'에 익숙하지 않나? 그 글을 읽으면 관련한 드라마들이 생각나서 영화가 주는 재미를 오롯이 받아들이지 못할 수도 있으니 그냥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스윽 가는 게 관객 입장에서 도움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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