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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킨스데이 May 01. 2024

스타벅스가 런치 메뉴를 판다면 이런 모습이려나

  

  해외에 나가서 스타벅스나 커피빈 매장을 보면 뭔지 모를 안도감이 들 때가 있다. 퀄리티를 알 수 없는 로컬 카페 대비 적어도 내가 한국에서 마시던 그 커피 맛과 분위기,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뉴질랜드에서 만난 프랜차이즈 커피하우스인 ‘커피클럽’이 나에겐 딱 그런 느낌이다. 오클랜드, 웰링턴, 타우랑가, 해밀턴 등 뉴질랜드 안에서 어디를 가도 동일한 메뉴와 인테리어, 적당히 친절한 직원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커피 클럽‘은 1989년에 호주 브리즈번에서 처음 오픈했다. 지금은 뉴질랜드, UAE,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필리핀, 태국, 인도네시아, 몰디브 등 9개국, 450 여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는 나름 글로벌한 커피 하우스 프랜차이즈다. 그 사실을 모른 채 태국 방콕으로 출장을 갔을 때 호텔 앞에 있던 커피 클럽을 보고 “여기까지 진출했다고? ” 하며 신기해서 키위 친구에게 “방콕에도 커피 클럽이 있어,”라고 인증샷을 보낸 적도 있다.  아마도 서양 관광객을 겨냥해서 동남아시아권에 진출한 것으로 추측된다. 물론 나는 태국의 더 맛있고 저렴한 로컬 음식이 우선순위였기 때문에 방콕에서는 커피 클럽에 가지 않았다.


태국 방콕에서 운영 중인 커피 클럽 © 2024 킨스데이


  뉴질랜드의 커피클럽에는 대부분 아침에 커피를 마시거나 아침식사, 브런치나 런치를 먹으러 오는 어른 또는 어르신 손님들이 주 고객이다. 한 번은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고 나오는데 커피 클럽 테이블에 앉아있는 노부부를 보았다.  할아버지는 신문을 읽고 있었고 할머니는 핸드폰을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 나이대에는 집에서 요리를 하기보다는 외식으로 끼니를 때우는 것이 더 자연스러울 것이고 그럴 때 커피 클럽이 제격인 셈이다. 주말에는  가족들도 종종 보인다. 나에겐 커피 클럽은 외식은 하고 싶은데 정말 갈 때가 없을 때 선택하는 옵션이긴 하다. 식사를 위해 메뉴판을 보고 있노라면 딱히 고를게 마땅치 않아 한참을 고민하는 편이지만 오트밀크로 만든 플랫 화이트 맛은 괜찮은 편이고 디저트용 브라우니는 정말 촉촉하고 달콤하니 맛이 좋아 매번 주문할 때 유혹을 떨치기가 쉽지 않다. 내 친구는 늘상 스크램블에 버섯 소테, 데친 시금치를 주문한다. 메뉴판에 없어도 주방에서 플렉시블 하게 서비스를 제공해 준다.


뉴질랜드 타우랑가 베들레헴의 커피 클럽에서 내가 처음 주문했던 메뉴 © 2024 킨스데이

   

  스타벅스가 작정하고 런치를 팔면 이런 모습일까? 하루는 커피 클럽에서 메뉴판을 훑어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서 눈을 들어 주변을 빙 둘러보았다. 커피가 메인이고 나무 가구로 꾸민 적당히 편하고 깔끔한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왔다. 샐러드, 샌드위치, 버거와 팬케이크와 같은 평범한 메뉴들로 구성된 커피 클럽이랑 왠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직원들이 녹색 대신 검은색 앞치마를 입었다는 점이 달랐지만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확실히 요런 느낌스럽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소프트 웨어 측면에서는 고객 중심의 후킹 요소가 부족하다는 게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계절 메뉴나 프로모션이 있는 것도 아니고 사이렌 오더나 기프티콘도 없다. 스타벅스의 꽃, 유니크한 굿즈도 없으며 몇 백만 명이 넘는 스타벅스 리워드 회원처럼 로열티가 있는 고객층도 비교가 안 된다. 한 마디로 브랜드의 아이덴티티가 약하니 당연히 스타벅스 같은 팬덤도 없다. 동네 근처에 있으니 커피 클럽을 이용하는 것뿐이지 다른 더 나은 옵션이 있다면 언제든 옮겨가지 않을까 싶다. 그러고 보면 마케팅 측면에서 스타벅스가, 아니 스타벅스 코리아의 마케팅 전략과 팬덤은 상상을 초월한 어마무시한 성공 사례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기업의 자본이 정말 무섭긴 하다.)


  그런 측면에서 커피 클럽의 규모 정도라면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스타벅스 코리아를 벤치마킹해 보는 것도 방법이지 않을까. 스타벅스 경주대릉원점이나 더북한산점처럼 현지 지역의 문화를 고려한 공간적인 차별화뿐 아니라 제철 메뉴를 선보이고 프로모션을 기획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 연령층이 높다면 그들의 니즈에 맞는 특선 메뉴도 고려해 볼 만하다. 본사가 애플만큼 중앙집권화를 지향하지 않는다면 유니크한 현지화로 기존 커피 클럽 고객뿐 아니라 신규 고객도 충분히 유치할 수 있지 않을까. 뉴질랜드에서 4년 넘게 지켜본 (한결같은) 커피 클럽에 마케팅적인 실험과 도전이 필요해 보였기에 하는 소리다.


  올해 25주년을 맞은 스타벅스 코리아에서 ‘플랫화이트‘가 출시 5일 만에 25만 잔 넘게 팔렸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내일은 스타벅스 베이페어점에 가서 플랫화이트를 한 잔 마셔봐야겠다. 커피클럽의 플랫화이트랑 그 맛을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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