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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nce Jul 17. 2015

맛있는 식당 고르기

정보 아닌 정보의 홍수 속에서 보석을 발굴하는 요령

다음 미션: 밥은 어디서?


나는 국내/해외 등지에서 어떤 목적으로 이동하든 간에 가능하면 최소 한 곳 이상의 맛있는 음식점이나 디저트 가게, 술집에 들릴 수 있도록 동선을 짠다. 여행지에 있거나 "삘"이 올 때면 하루에 4~5곳을 돌 때도 있고, 반대로 갑자기 어떤 메뉴 하나가 심하게 땡길 때는 집 -> 식당 -> 집 이렇게 심플하게 이동하는 경우도 있다. 언제부터 이런 버릇이 생겼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꽤  오래전엔 먹기 위해 사는 사람들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지만 요즘엔 좀처럼 접하기 힘든 맛있는 요리를 먹었다거나 특정 식당들을 돌기 위해 해외에 다녀 왔다는 얘기를 들으면 몹시 부러워진다. 그래서 식사는 대충 때우면 된다는 이들과 함께 다닐 때면 가끔 사소한 충돌이 일어날 때도 있었다.

Angelina - 몽블랑 (프랑스 파리)

맛있는 음식을 먹는 행위에 대한 내 생각이 왜 이렇게 바뀌었는지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아마도 그 이유 중 하나는 내가 경험과 자극을 중시하는 사람이기 때문인 듯하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상상만 해도 은근히 흥분이 되고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다. 새롭게 발견한 식당이나 요리가 맛있다면 그런 감정은 배가된다. 행복해진다. 나 혼자여도 좋다. 좋은 이들과 함께 즐길 수 있다면 더욱 좋다. 어디 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는 이야기를 지인들에게 늘어놓으며 슬쩍 그들의 반응을 살피거나 세계 각국의 식당이나 디저트 전문점, 술집 방문기 등을 블로그에 적는 일 또한 재미있다.


코우란테이(紅蘭亭) - 고모꾸 야끼소바 (일본 쿠마모토)


검색하면 엄청 나오는데요?


이렇게 괜찮은 식당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다는 욕망이 강하다 보니 당연히 이동하기 전에 목적지 주변의 식당 정보를 검색하게 되었다. 그러나 여러분들이 잘 아시다시피 외식업계에서는 언제부터인지 도가 지나친 바이럴 마케팅이 판을 치고 있어서 요령이 없다면 양질의 정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 음식점 검색 결과를 힘 빼고 대충 보면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블로거나 기자가 제대로 음식값을 지불하고 식사를 마친 후 그 경험을 정리한 글인지, 아니면 평범한 방문기 같지만 실제로는 개인 혹은 블로그 홍보 대행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가 대가를 받고 기계처럼 "존맛 개맛 꿀맛"을 연발하는 홍보 전단지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PPQ Dungeness Island - Peppercorn Crab (미국 샌프란시스코)

더한 경우도 있다. 가게 주인이 직접 ID를 바꿔가며, 혹은 지인을 동원해서 자기 음식점이 맛있다는 댓글을 달거나 괜찮은 곳인데도 불구하고 경쟁 업소에서 신나게 작성한 악플 때문에 피해를 보기도 한다. 가끔 실수로 ID를 안 바꾸고 하나의 ID로 다중 인격자 행세를 하는 점주나 알바를 보면 아예 살짝 귀엽다는 생각마저 든다. 다는 아니라고 믿고 싶지만, 파급력이 엄청난 TV에 소개되려면 회당 얼마씩 내야 한다는 흉흉한 소문도 들린다. 이 업계에서도 여전히 악은 부지런하다.

Butchers Club Burger - The Hogtown + Duck Fat Fries (홍콩)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동하기 전에 꼭 목적지 부근의 검증된 가게들을 찾아보는 버릇이 생겼다. 물론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경험이 쌓이면서 요령도 함께 늘어 심하게 내상을 입거나 실망하는 경우는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무슨 대단한 테크닉이나 절대 미각을 가지고 있거나 유명 파워 블로거들처럼 엄청난 내공이 쌓였다는 의미는 아니니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그저 나는 여러 정보를 활용해서 괜찮은 식당을 찾고 그곳에서 맛있는 식사를 하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일 뿐이다. 물론 돈은 제대로 내고 먹는다.



나의 음식점 발굴 요령


서문이 꽤 길어졌는데,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유용한 팁을 알려드리도록 하겠다.

차알(Char) - 게살 볶음밥


1. 일반 블로그 및 지도 검색 결과에 포함된 댓글 등은 참고만

게 중에는 좋은 정보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간혹 양질의 정보를 찾을 순 있으나 그러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든다.

단, 검색 결과의 양이 적은데 눈에 띄는 포스팅이 있다면 자세히 봐도 좋다.


스시 코우지 - 고등어 스시


2. 검증된 파워 블로거의 블로그에서 검색

내 즐겨찾기 중 "맛집" 폴더에는 약 40개의 맛집 블로그가 등록되어 있다.

우리나라 음식점 검색을 할 때 주로 쓰는데 식당이나 메뉴 이름, 목적지로 검색하면 좋다.


솔직히 우리나라 파워 블로거들의 포스팅 수준, 특히 사진 품질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내가 아는 한 이들은 자기 돈을 내고 밥을 먹으며 각 식당과 요리의 장단점을 솔직히 평가한다.

종종 순전히 먹기 위해 여행을 다니는 이들을 통해 접할 수 있는 식당 및 음식의 정보는 매우 넓고 깊다.

한 끼에 인당 20~50만 원인 tasting menu나 유명 음식점의 갈라 디너 포스팅도 있고,

지극히 서민적인 메뉴나 길거리 음식 등을 소개하는 경우도 있다.

마츠오쇼쿠도(松尾食堂) - 가츠동 (일본 쿠루메)

물론 개개인의 취향이 다르기 때문에 당신의 경험이 그들의 평가와 다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이 좋게 본 식당에 가서 크게 실패할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단, 여러분이 그런 블로그에 소개된 식당에 가서 그들과 비슷한 대우를 받지 못해도 실망하지 말자.

식당 측에서 파워 블로거를 먼저 알아보거나 아예 그 집 단골이라 더 잘 해줄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차별 같지만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따라서 기대를 살짝 낮추고 가시길.



3. 구글 지도(해외)

주로 미국, 일본, 유럽 등지의 식당을 찾을 때 활용하는 방법이다.


스마트폰을 가지고 해외에 나가 본 분들은 알겠지만 구글 지도는 정말 훌륭한 서비스이다.

음식점 이름을 콕 찝어 입력해도 되고, 지역명과 음식 종류를 대충 입력하면 결과가 좌르륵 나온다.

한 번 찾은 집은 별표를 달 수 있어 기억하기도 좋고 다는 아니어도 가게 평점도 나온다.

후쿠오카에 찍어 둔 내 별들.

어떤 가게의 점수가 4 이상이거나 "Zagat rated (Zagat 평점 있음)" 표시가 있다면 괜찮다는 뜻이다.

특히 구글 지도와 검증된 블로그에서 검색한 결과를 함께 참고하면 실패가 적어진다.

쿠로부타(黒福多) - 돈카츠 (일본 카고시마)

내 구글 지도에는 이미 수천 개의 별이 달려 있고 요즘도 야금야금 별들이 늘어나고 있다.

조금 공부를 하면 My Maps를 써서 자기만의 지도를 만들 수도 있다.



4. 식당 검색 서비스(해외)

나는 주로 3가지 서비스를 이용한다. 물론 구글 지도도 함께 활용하면 좋다.


미국: Yelp (영어)

일본: 타베로그 (한글/일어/영어)

유럽: TripAdvisor (한글/영어)

Archor & Hope - 랍스터 롤 (미국 샌프란시스코)

각자 개성이 있는 서비스라 직접 써 보실 것을 권한다. TripAdvisor의 경우 호텔 검색에도 유용하다.

그런데 해외에서도 경쟁이 심한 지역에서는 알바를 쓴다는 얘기도 있다. 심하지는 않은 듯하다.

검색 결과를 보고 식당을 고를 때 점수와 평가한 사람 및 댓글 수를 같이 봐야 성공 확률이 올라간다.

다시 말해 점수가 높지만 평가한 사람 수가 적은 경우도, 반대의 경우도 있다.
어느 쪽이 더 나을 지는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Hidden Hotel - 조식 (프랑스 파리)


5. 책

요즘엔 편리함 때문에 대부분 스마트폰이나 PC로 음식점 검색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의외로 인쇄물에 괜찮은 정보가 숨어 있  . 이는 /  .

인쇄 매체의 특성 상 새로운 가게보다는 역사가 긴 노포(老鋪)가 소개되는 경우가 많다.


    들 중에서도 의외로 괜찮은 곳들이 있다. 물론 선별하는 눈썰미가 필요하다.

이런 책자들은 도저히 갈 곳을 정하지 못하겠다 싶을 때 보면 도움이 된다.

진짜 찾기 어렵다면 아예 이런 책자에 실린 검증된 현지 체인점에 갈 수도 있다.


대한지적공사가 발간한 "땅이야기 맛이야기" 다운로드하기 (34MB, PDF)


사진의 일본 여행 책자는 거의 10년 전에 구입한 것이다. 3권은 들고 다니기 편하게 반으로 분책했다.


한 번은 쿠마모토에 갔을 때 어디서 먹을지 고민하다가 이 책에 소개된 전통 일본 요리집에 간 적이 있다.

그런데 텍사스 출신의 미국인 요리사가 있어 혼자 카운터에 앉아 식사를 하며 신나게 얘기를 나눴다.

이래저래 꽤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말고기 스시를 만들어 준 유진(Eugene). 일본 이름은 지로(次郎).


6. 지인에게 물어보기

이것도 의외로 많이 까먹는 방법인데 전화나 메시지 한 통으로도 좋은 답을 얻을 수도 있다.

다들 찾아보면 주변에 맛있는 음식이나 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하나씩 있기 마련이다.

스시쿤 - 방어(하마치) 쇼유즈케

그 사람과 식당이나 음식 취향이 비슷하다면 더욱 좋다.

개인적으로 이 방법은 지인의 생활 반경 근처에서 맛있는 집을 찾고 싶을 때 사용하면 유용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내 경우 음식을 먹으며 매번 사진을 찍고 메모를 하는 버릇이 생겨 자연스럽게 공부 아닌 공부를 하고 있는데, 알면 알수록 아직 음식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스시의 재료들은 우리말로 외워도 어렵고, 일본어로는 그 크기나 지역에 따라 생선의 명칭이 달라지기도 해서 잘 모르는 것들이 많고 이미 외웠다고 생각하는 단어도 곧잘 까먹는다. 소의 부위는... 설명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복잡해서 날 심하게 괴롭혔다. (이 글 참조)

Barbecoa - Pulled pork shoulder with slaw and waffle (영국 런던)

물론 음식을 먹을 때 꼭 이렇게 해야 할 필요는 없다. 그냥 괜찮은 식당에 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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