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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정윤 Apr 23. 2024

월세 5만 원 인상 소식에 생긴 변화

머물고 싶은 갈대 같은 마음: 초심으로

집주인이 월세를 올리겠다는 소식을 듣고 난 이후 계속해서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이 집에 계속 살아야 하나 이사를 가야 하나.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이 오락가락했다.




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다. 나보다 자취 경력이 있는 자취 선배님은 이런 답변을 해주셨다.


네가 이직 생각이 있거나 회사가 사무실을 이동한다면 그때 이사 가는 건 어때? 5만 원 올라서 1년 더 내면 60만 원 추가되는 건데 그 비용이나 이사 갈 때 내는 용달 비용이랑 부동산 복비 계산하면 비슷할 것 같은데. 멀리 가면 교통비도 추가되고 출퇴근 시간도 스트레스야. 그리고 지금 집은 회사랑 가깝잖아. 가까운 게 최고야.


그렇다. 내가 거주하고 있는 집의 가장 장점 하나는 회사와 가깝다는 것이다. 친구의 조언을 듣고 돌아오면서 지금 살고 있는 집이 가지고 있는 장점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봤다.


지금 살고 있는 자취방은 도보로 회사 15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출근 시간을 넘겨 엄청 늦잠을 자지 않는 이상 지각할 위험은 거의 없어서 좋았다. 오늘따라 차가 막혀서 늦게 도착했다든가, 광역버스에 사람이 많아서 한 대를 보내야 했다든가, 지하철 환승역을 놓쳐서 다시 되돌아와야 했다는 출근길 고역은 지금 내겐 없는 일이었다.


회사랑 가깝다는 장점 하나.




이런 고민을 또 부모님께 털어놓으니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네 자취방은 오르막에 있어서 지대가 높아 장마철에 침수될 걱정을 하지 않아도 돼 마음이 놓여서, 집주인이 가까이에 살고 있으니 안심돼서, 좁은 통로에 다른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구조가 아니라 이웃과 불필요한 마찰이 없어 안전할 것 같으니 더 살아보면 어떻겠냐고. 그리고 지금 머물고 있는 집은 층간소음이 엄청 심하지 않으니까 괜찮지 않냐는 말씀도 덧붙여 주셨다.


오르막에 있다는 것과 집주인이 가까이 살고 있다는 것은 다른 관점에서 보면 장점과 단점이 확실하긴 하지만.. 내가 지금 살고 있는 동네는 이 지역 다른 동네에 비해 심한 오르막은 아니라는 점, 집주인이 층간소음이 엄청 심했던 윗집을 처리해 주신 적이 있다는 점, 현재 위층에 살고 있는 분은 매일 매시간 매 순간 미친 듯이 소음을 내지 않아 잠을 어느 정도 사람답게 제대로 자고 일어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마음이 편하기는 했다.


침수와 층간소음에 안전하다는 장점 둘.




이사 가라는 의견도 꽤 있었지만 그건 다음 페이지에.. 어쨌든 이런저런 얘기를 머릿속으로 정리하며 내가 이 집을 선택한 이유를 되새겨 보려고 휴일 오전에 동네 산책을 했다.



 

평화로운 오전 산책하다 발견한 고양이(전 글에 있는 고양이는 밥만 먹는데 지금은 쳐다봐 준다)




평소에 회사와 집을 반복하느라 동네 산책은 잘하지 않았는데 오랜만에 근처를 돌아본다니 괜히 설렜다. 걷다가 평화롭게 길가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고양이를 발견하기도 하고. 아 여기에 슈퍼가 있어서 가까워서 좋았었지. 근처에 운동장이 있어서 운동하기도 좋았었지. 다시 이사 온 첫날 그 마음 그대로. 초심을 돌아간 기분이랄까.


운동장을 천천히 걸으면서 다시 러닝을 본격적으로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만약 여기에 계속 머물게 된다면 5만 원은 운동 센터 대신 납부하는 금액이라고 정신 승리하면서 근처 인프라를 마구마구 누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월세 인상 소식이 나를 다시 운동인으로 각성시키는데 일조한 것일까. 마지막 바퀴를 걸으면서 다음 알람을 오전 5시로 맞춰두었다.


일어나 뛰어! 이사 가면 이런 비슷한 환경 조건이 없을 수도 있으니. 월세 nn만 원에서 5만 원 더 추가된 인프라를 있을 때 누리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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