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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똘맘 Apr 17. 2024

캐나다 인맥 덕분에 한 첫 면접

캐나다에서 일자리를 잡으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처음에 캐나다에 왔을 때는 이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되었는데,
랜딩 한지 10개월이 되면서 이제야 이해가 가기 시작한다.

아이들 학교를 보내고, 남편이 출근한 뒤 할 일 없이 빈둥대는 것이 싫어서 일자리를 잡기 위해.
CO-OP과 Whole sale, Walmart 그리고 호텔 리셉션으로 이력서를 낸 적이 있다. 
총 4곳에 지원했었는데, 결과는 모두들 무응답이었다.

혹시나 하여 Newcomer Center를 찾아가 일자리를 구한다고 하니, Fast Food 점과 은행에 이력서를 넣어 보라고 했었다. 문제는 Fast Food 점은 바쁠 것 같아서 하기 싫고 Bank는 부족한 영어 실력 때문에 포기했었다. 자신감도 없고 게으른 탓에 더 이상 일자리를 찾지 않고, 마사지를 배우기 위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Summer Job 시즌이 시작되자, 학교 선생님이 일자리를 추천해 주었다. 

3월 말, Saskjobs에 올라온 어느 회사 공고를 보고, 나에게 Administrative Assistant 자리에 관심이 있는지 물어봤다.  한국으로 따지면 사무 보조 같은 것이다. 

공고를 보고 Excellent verbal and written communication 이어야 해서 나는 안된다고 말하니, 

그 정도면 괜찮다고 하면서 본인 친구가 일하고 있는 회사라며 지원을 하라고 했다.


캐나다에서 취직은 인맥이라는데,
진짜구나...


캐나다에서 취직은 지연, 학연, 혈연이라는 말이 있다.  
어느 회사에 일자리가 생기면, 회사 사람들의 혈연이 첫 번째고 지연이 두 번째고, 그렇게도 인원 충원이 안되면, 그다음이 취업 사이트에 나온다고 한다. 

Unsplash의Hermes Rivera

인맥이 없는 이민자는 일자리 찾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나는 다행히, 시골이라 그런지 일자리를 소개해 준다는 요청이 몇 번 들어왔었다.
첫 번째는 놀이터에서 만난 필리핀 언니가 Care home 일자리를 소개해 준다고 했고 
두 번째는 Walmart에서 일하는 한국인 언니가 추천해 준다고 일해 볼 생각이 있으면 말하라고 했다. 
웃긴 것은 Walmart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연락이 오지 않고 있는 중에 언니가 물어봤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뉴커머에서 우리 지역과 가까운 다른 지역에 이민자 아이들을 위한 행사를 하는 것에 관심이 있으면 말을 하라고 했다.
네 번째는 학교 선생님이 ECE 일을 하고 싶으면, 지인이 있으니 연결시켜준다고 했다.

생각해 보니, 일자리 요청이 많이 왔었다.
Care Home은 캐나다에 오자마자 일을 하기 싫어서 거절했고, Walmart는 일주일에 2일은 새벽 6시 30분에 나가야 한다고 하여 거절했다. 아직 아이들이 어려서 남편이 새벽에 나가는 것을 반기지 않았다. 아마 자기가 혼자 애들 케어하는 것이 무서웠던 것 같다. 
세 번째 뉴커머는 진행 중이다. 나름 공무원 같은 일이라, 정부의 승인을 요청 중이라고 했다. 만약 정부가 승인을 하면, 나는 공무원이 되는 건가? 여하튼 우리가 SK 주를 떠나기 전에 승인이 난다면, 뉴커머 일자리에서 1년간 일을 하고 경력을 쌓은 뒤 떠나기로 했었는데, 아직 승인 소식이 없다. 학교 선생님도 파업 중인 상황이라 계속 늦어질 것 같다.  
네 번째, ECE는 아무리 생각해도 내 에너지는 아이들을 돌볼 만큼 크지 않다. 내 아이들이 놀자고 하는 것만으로도 힘들다.

마음 편하게, 뉴커머에서 7월까지 승인 소식이 없으면 에드먼턴으로 옮겨서 학교나 다니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학교 선생님이 Administrative Assistant 자리를 추천해 주었다. 

Administrative Assistant는 한국의 회사 경리 같은 일자리로, 일이 많지 않고 서브적인 일만 하면 된다. 
만약 이곳에서 경력을 쌓으면, 경력직으로 다른 곳에 이동이 가능하다.



이틀 전, 선생님 친구로부터 인터뷰를 보러 오라는 메일을 받았다. 와우! 직책이 부사장이다.

 선생님과 면접을 위한 연습을 몇 시간 동안 했다. 

위 면접 질문은 Ghat GPT에 회사 정보와 질문을 만들어 달라고 하니 신통방통하게 만들어졌다. 



면접 당일, 이력서를 챙기고 Walmart에서 구매한 $42 재킷과 $29 짜리 신발을 신고 남편이 해준, 인도 카레 닭을 먹고, 면접장으로 향했다. 

 프런트 데스크에서 Kara를 불러 준다고 했고, 뒤 이어 두 명의 여자가 나와서 인사를 했다. 

악수를 하며 간단한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아서 이것저것 물어봤다. 
무슨 일을 했었는지, 장점과 약점이 무엇인지, 회사에서 어떤 일을 하길 바라는지, 만약 일이 재미가 없으면 어떻게 할 것인지, 바쁜 일을 좋아하는지 널찍한 일을 좋아하는지, MS 프로그램은 얼마나 알고 있는지에 대한 간단한 질문과 답변이 오고 갔다. 

 30분의 인터뷰가 끝나고, 결과에 대해 연락을 주겠다고 하고 인터뷰가 끝났다. 

선생님에게 연락을 해서 인터뷰가 끝났다고 하니, 혹시나 채용이 안되면 여름방학 한정으로 도시 박물관에서 사람을 구하는데, 내 블로그를 보여주니 함께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고 그곳에 가보자고 한다. 우리 선생님은 감사하게도 나를 어떻게든 일을 시키려고 한다. 

처음 캐나다에 왔을 때는, 막막하던 일자리 구하기가 이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길이 보인다.
어디를 가든 행사와 봉사활동 혹은 종교 행사에 참여를 하며 인맥을 만들어야 한다. 학교를 가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이다. 만약 SK 주에서 일자리가 구해진다면, RMT 계획은 1년 후로 미뤄질 것이지만, 어쨌든 경험을 쌓는 것이니 좋다. 내 글에는 어설프게 묻어있지만, 캐나다에 입국해서부터 지금까지 작은 하루들을 만들기 위해 달려온 것 같다. 

Unsplash의Persnickety Prints

이 작은 도시에서 주말에 장을 보러 갔을 때도 지인들을 3~4명씩 만나서 반갑다고 끌어안고 인사를 하고,  놀이터를 가든 공원을 가든 아는 사람들을 만나서 인사를 하는 것을 보면, 스스로가 대견하고 이 모든 것이 신기하다. 아는 사람 아무도 없는 캐나다에 가서 어떻게 살까 걱정을 했었는데, 걱정한 것보다는 좋은 인생을 살고 있다.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서 결과는 아직 모르겠지만, 인터뷰를 봤다는 사실만으로 뿌듯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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