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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르소나 Jan 24. 2022

“왜 그리 궁상을 떨어.  그냥 사 먹어!”

도토리묵 ~ 아는 맛이 무서워요…

“당신은 친정엄마가 두 분이네!”

“왜? 무슨 말이야?”

“남해 친정엄마가 계시고, 우리 동네에도 계시잖아.”

“ 호호호.”


그렇다. 진짜 친정엄마와 동년배인 이웃 어르신이 한 분 계신다. 워낙 정이 많은 따뜻한 성품 덕분에 주변에 사람들이 많은 편이다. 그 분이 곧잘 필자를 잘 챙겨주신다. 그래서 남편은 제2의 친정엄마라고 말하는 것이다.


“지금 뭐해? 바빠?”

“아니요. 그냥 집에 있어요.”

“그럼 있다 오후에 커피숍으로 나와.”

“아, 네네!”


동네 친정엄마는 매번 약속 시간보다 먼저 나오신다. 그리곤 모임 인원수에 맞추어 커피와 빵을 주문하신다.


“저는 위염때문에 당분간 빵을 못 먹겠어요.”

“그래? 그럼 뭐 다른 거로 먹으면 되지.”

“아….그럼 샐러드로 할게요.”


사실, 빵집에서 파는 샐러드를 그날 처음 먹었다. 믿거나 말거나. 그런데 먹어보니 아주 신선하고 정말 맛있었다. 필자는 외식에 나름 기준(?)이 있다. 집에서 직접 만들 수 있는 음식은 사 먹지 않는 것이다. 샐러드가 그 중 포함된다. 코스요리에 나오는 것 이외에 따로 시켜 먹지는 않는다.


“넘 맛있어요. 저 빵집에서 샐러드는 처음 먹어봐요.”

“어머머머! 왜 그리 궁상을 떨고 살아! 쉽게 쉽게 이런 건 그냥 사서 먹어!

“호호호. 네. 제 입에 맞는 아는 맛이 무서워서 못 사먹었어요


“아는 맛이 무섭다”라는 표현이 있다. 그만큼 한 번  '이 맛이야!'라고 각인된 음식은 흉내조차 쉽지 않은 것이다. 필자에게 아는 맛의 대표적인 예는 이렇다. 이를테면 묵은지를 멸치(디포리)다시국물에 푹 고우듯 찬밥에 함께 끓여낸 할머니의 김치죽이나 친정엄마의 시끄먼(이쁘지 않은 된장 빛깔) 된장찌개다. 아쉬운 것은 그 맛을 정확히 기억하지만 필자는 그 맛을 내지 못한다.


"나이가 들수록 그리워. 이제는 그리워할 날만 남은 것 같아!"

"우리가 이제 그리워할 나이야."


며칠전 만난 지인들 말이다. 필자도 반 백을 넘다보니 공감이 된다. 이제는 모든 것이 그리워질 나이인가 보다. 설 명절을 앞두고 있으니 더 그런걸까? 마음이 허전하다.


명절 음식을 준비하기 위해 엄마 손을 잡고 바께스(장바구니)를 들고 누비던 재래시장이 그립다. 그 때 먹던 붕어빵은 요즘 맛과는 달랐다. 아버지는 떡매질을 하고 할머니는 물을 묻혀가며 떡을 돌려주시던 기억들이 되살아 난다.  갓 매를 맞은 떡 한 쪽 떼어서 콩고물에 '푸욱!' 찍어 먹던 인절미.


오늘은 작정을 하고 <아는 맛>을 찾기로 했다. ‘백퍼 순수 할머니표 도토리묵’을 만들어 먹는 것이다. 할머니표 도토리묵은 쌉싸름하고 떫은 맛과 고소함이 섞인 그 맛이다.


"그래, 이 맛이야!"


설 명절이 일주일 남짓 남았다. 누구나 명절에 얽힌 웃고 울던 기억 하나쯤 있을 것이다. 그리고 웃으며 먹었던.  아니면 울면서 먹었던 음식 중에서 기억나는 음식. 아는 맛도 있을 것이다.


방송에서는 코로나 시국으로 인해 고향 방문을 자제하라는 권고가 나온다. 그래선지 더욱 예전 설 명절이 그리워진다. 이럴 때 아는 맛 한 번 만들어 보면 어떨지. '뭐, 서투르고 잘 몰라서' 그 때 그 기억 속 아는 맛은 재현해내지 못할지라도.  분명 마음의 온도는 데워질 것이기에. 






도토리묵 레시피는 다음과 같다.

도토리가루 1컵, 물 4컵~4컵 반, 참기름 약간

1. 도토리가루와 물을 잘 섞어 준다.

2. 중불에서 끓이다가 기포가 생겨 올라오면 약불로 줄이면서 계속 저어준다.

3. 전체적으로 뻑뻑한 느낌과 함께 진한 갈색이 되면 90% 완성된 것. 이때 참기름을 약간 넣어 잘 저어준다.

4.사각형 그릇이나 통에 부어서 식혀 굳힌다.

(인터넷 레시피에는 5~6컵이 많은데 지나치게 묽어지기도 하고 보관시 물이 생기기 때문에 4~4컵 반을 하면 더 단단하고 쫀득하다.

또, 식힐때 냉장고에서 식히는 것 보다 겨울철에는 실온에서 식히는 게 더 탄력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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