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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고르 Jan 27. 2022

나는 사회복지사가 된 걸
후회합니다.

혹시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은가요? 글쎄요,

좀 더 마음의 준비를 해야 했다.


"안돼!! 거기는 불구덩이야~~~!!!!"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사람을 보고 누구든 말리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필자는 단지 어려운 사람을 돕겠다고 사회복지사가 되겠다는 사람을 무슨 수를 써서든 말리고 싶다. 


물론 사회복지사가 꿈이었던 나의 어린 시절을 후회하진 않는다. 기부를 생활화했던 우리 엄마를 보고 자란 게 있어서 인생은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마인드가 있었다. 그러다 나에게도 진로를 결정해야 하는 시기가 찾아왔고 자연스럽게 사회복지사의 길을 택했다.


'나는 타인을 도우면서 돈까지 벌겠어'라며 사회복지사가 되기로 결심한 나 자신이 매우 자랑스러웠다. 어릴 적엔 어느 학생이든 진로를 결정할 때만큼은 그 직업의 긍정적인 단면만을 보지 않았던가. 멋진 생각을 가진 청소년이 따뜻한 사회복지사가 되겠다는 결심까지 한 스토리는 나도 맘에 든다. 적어도 이 진로를 정하기 까진 좋았다.


문제는 내가 사회복지를 전공했던 대학생 때다. 주변에 필드에서 사회복지사 일을 시작한 선배들이 많았고 그들이 경험하는 사회복지 현장에 대해 자주 떠들어댔는데 난 하나도 듣지 않았다. 난 몹시 자만했던 것 같다. '내가 현장에 가면 다를 거야'라고 생각했다. 도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저딴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내 머리에 든 것이 우동사리가 아니라면 현장이 어떤지에 대한 의문이 조금은 들었어야 한다. 선배들을 통해 간접경험을 맘껏 하고 조금이라도 각오를 한 뒤 불구덩이에 뛰어들었어야 했다. 사회복지 이론을 공부해보니 오히려 현장에 대한 기대감이 생겼었다. 이론엔 어떻게 하면 그들을 도와줄지에 대한 방법들이 즐비했기 때문이다.


어찌 된 일인지 나는 학년이 거듭될수록 현실적인 사고를 하지 못했다. 이론과 현장은 180도 다르다는 선배들의 말은 더욱 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사회복지에 대한 이상적인 철학으로 무장하고 이론으로 배운 사회복지 실천방법들을 장전한 채 당당하게 노인복지관에 입사했고 



지옥이 시작됐다.




- 이론과 현장의 차이


당신이 배운 사회복지 이론은 거짓말 하나도 안 보태고 현장에 단 1도 도움이 안 될 것이다. 물론 이론을 바탕으로 사회복지를 하려는 복지사들 및 관장님을 여럿 본 적이 있지만 융통성 없는 사람 취급되기 일 쑤였다. 


사회복지사는 일한 만큼 돈을 받는 직장인이다. 자기가 받은 월급보다 더 많은 일을 하고 있다면 분명 불만이 생길 것이다. '남을 도우며 살아가야지'라는 마음에 돈이라는 가치를 한 방울 톡! 떨어뜨리면 마치 물에 잉크가 퍼지듯 순수했던 이상이 서서히 변하게 된다. 인간은 누구나 보상심리가 있기 때문에 자원봉사가 아닌 이상 일에 대한 대가를 받으려고 하는 심리가 있다. 이것은 그토록 순수한 마음으로 입사했던 한 사회복지사도 어쩔 수 없이 가지게 되는 심리인 것 같다.


복지관 사회복지사에게 주어진 업무량은 어마어마하다. 어떻게든 처리해보려 하지만 허구한 날 야근을 할 정도로 일이 많다. 이 현실에서 업무에 사회복지 이론을 하나하나 적용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물론 나도 처음엔 배운 것을 토대로 업무를 진행해보려 했고 나름 보람도 있었지만 어느새 일에 찌들어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더군다나 복지사는 협업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내가 이론을 적용한답시고 업무처리가 늦어지면 동료들에게도 미움을 산다. 그들도 심적인 여유가 없는 것이다. 타인을 도와주기 전에 자기부터 죽겠는데 뭐가 보이겠나.


나는 사회복지에 꽤나 진지한 사람이었고 일을 클라이언트 중심이 아니라 빨리 처리하려고 하는 복지사들을 몹시 혐오했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했던 그때의 내가 너무 부끄럽다. 지금은 내가 그 어느 누구보다도 단지 직업인으로서의 사회복지사를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장의 현실에 두 손 두발 다 들었고 지금은 업무량이 많은 복지관을 피해 그보다 낮은 급인 센터에 취직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내가 원하는 건 결국 자원봉사이지 않았을까. 아무런 대가 없이 오로지 타인을 도와주겠다는 마음으로 행하는 일. 이런 고귀한 마음으로 행하는 일로써만 보람 감을 느낄 수 있다. 내가 충분이 여유롭고 행복한 상황에 이르러서야 타인을 돕는 게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비록 생계형 사회복지사를 전전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고교시절 가졌던 멋진 내 생각을 그대로 실천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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