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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런하우스 Aug 21. 2023

마케터에 대한 고찰

알약 PO(Product Owner)의 고군분투기 (9)

'나는 퍼포먼스 마케터입니다'는 말은 좋지 않다.


요즘은 정말 많은 마케터 종류가 생기고 있다.

콘텐츠마케터, 퍼포먼스마케터, CRM 마케터, 그로스해커, 브랜드마케터... 등등.

그리고 이력서를 받아보면,

저는 콘텐츠 마케터입니다. 저는 퍼포먼스 마케터입니다. 등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이력서도 많다.


콘텐츠 마케터 분들께 미안하지만,

콘텐츠 마케터라는 예시로 한번 말을 해보겠다.

나는 콘텐츠에 강점이 있는 마케터는 있지만, 콘텐츠 마케터라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근거는 다음과 같다.

1. 다양한 마케터 종류는 사실 회사의 업무 니즈에 의해서 파생된 것이다.

- 회사의 SNS를 관리하고 가치 있고 다양한 콘텐츠 기획과 외부 커뮤니케이션을 바탕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올리고자 하는 목적에서 생긴 것이 콘텐츠 마케터이다.


2. 콘텐츠 마케터라면, 다른 마케팅은 몰라도 되는가?

- 평생 콘텐츠 마케팅만 하면서 당신의 Job을 유지할 확률이 얼마나 될 것 같은가?


3. 마케팅 스페셜리스트도 희석되는 시대이다.

- 미디어가 고도화되면서 마케팅 스페셜리스트가 희석되는 시대이다.

- 이미 구글/메타에서 Creative까지 다 짜고 A/B 테스트도 다 되는 시대이다.

- 마케팅 하나만 가지고 살기도 어려운 시대에, 더 세분화된 스페셜리스트로 인정받기는 더 쉽지 않다.


4. IT 업계라면, 회사에서 요구하는 것이 점점 더 Generalist라는 것을 느낄 것이다.

- IT 업계, 특히 SW 중심의 산업이나 스타트업에서는 다양한 역량과 경험을 가진 사람을 원한다.

- 마케팅 하나만 가지고 IT 업계에서 스페셜리스트로써 유지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물론 계신다)

- 네카라쿠배에 마케터가 몇 명인지, 그리고 제일 오래된 마케터가 몇 년 차인지 한번 체크해 보라.



분명히 '인하우스 마케터'인데, 대행사 같은 역할이라면 주의하라.


광고 쪽 용어이긴 하지만,

인하우스 마케터는 소위 '광고주'이다. 돈을 쓰는 '갑'의 입장이기에 대행사와 미디어렙 등등의 에이전시 출신들은 인하우스 마케터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IT 회사에 있는 '인하우스 마케터'들이 생각보다 내부 에이전시 역할로 머무는 경우가 많다.

제품과 서비스가 모두 나오고 '이걸 마케팅해 주세요'라는 식으로 요청받는 역할에 한정되어 있는 인하우스 마케터 혹은 마케팅 부서가 생각보다 많다.


이런 역할에 머물고 있다면 주의하라.

왜냐하면 이런 역할 구조는 반드시 구조적 한계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A제품의 마케팅 방향에 대해 PM, 개발자, 기획자와 마케터 간의 이견이 생기고 갈등이 생기는 경우,

마케터는 생각보다 빠르게 대체가 가능해져 버린다. 즉, 에이전시를 섭외하면 끝이다.

이런 식으로 몇 번만 마케팅팀 혹은 마케터를 지나쳐버리면 마케터 무용론이 다시 대두되고 배드엔딩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생긴다. 실제로 대형 IT 회사에서도 발생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마케터는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처음부터 던진 화두였지만 본인의 역할을 스스로 축소시키는 것은 좋지 않다.

특히 회사에 입사하더라도,

 '난 퍼포먼스 마케터이니 미디어만 보겠다' 혹은 '콘텐츠 마케터이니 퍼포먼스는 모른다'라는 식의

커뮤니케이션은 본인의 미래와 역량을 스스로 갉아먹는 커뮤니케이션이다.


게다가 직책을 달게 되면 어차피 이것저것 다해야 한다.

여러 가지 마케팅만 다하냐고?

천만의 말씀.  

마케팅뿐만 아니라 PM도 해야 할 수도 있고, 기획도 해야 할 수도 있고, 사업개발을 해야 할 수도 있다.


다른 산업은 사실 잘 모르겠지만, IT 쪽에서 평생 마케터를 꿈으로 생각하고 커리어를 쌓는다는 것은

사실상 매우 어렵지 않을까 하는 것이 개인적인 소견이다. (다른 직군도 비슷할 것이다)


자. 그럼 일단 이 어려운 시국에

(특히 당장 인하우스 마케터들을 위해서)

마케터가 IT 업계에서 살아남는 것부터 고민해 보자.

전직 마케터였던 내가 감히 마케터가 살아남기 위한 몇 가지 제언을 하겠다.


1. 디지털광고와 오프라인광고의 기본 용어나 공식, 구조 등은 필수적으로 장착할 것.

2. 최대한 서비스 기획 단계부터 밀접하게 붙어서 함께 할 것.
    - 기술적인 내용에 대해 이해를 못 해도 억지로라도 회의에 참석하길 바란다. 

    - 정서적이든 기술적이든 나중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3. PM 관련한 기술적 분석자료도 습득할 것

   - 리텐션 분석, Aha moment, PMF 등등 PM과 기획 쪽 분석 기술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 사실 마케팅에서도 반드시 알아야 하는 분석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4. 시장 트렌드와 미디어 트렌드에 누구보다 민감하게 정보를 습득할 것.

5. 인사이트를 빠르게 찾는 역량을 키울 것.

6. 남들을 설득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스킬은 반드시 필수. (팩트와 데이터 기반의 근거로)

7. 마지막으로, 내부 데이터를 내 것으로 만들 것.

사실 개인적으로 7번이 제일 어렵지만 중장기 관점에서도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부 데이터를 내 것으로 만들려면 마케팅 영역 이상의 업무라는 느낌도 들 수 있다.

하지만 내부 데이터를 손에 쥐고 인사이트를 제시하고 내부를 설득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가지고 있다면 이것은 외부 에이전시가 쉽게 대체할 수 없는 RnR을 구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서비스에 대한 좀 더 넓고 높은 시야각을 가질 수 있고 마케팅 시각 또한 넓어질 것이다. 


P.S. 지금 알약M은 트렌디한 마케터가 합류한 이후, 완전히 새로운 리브랜딩을 진행하고 있다.
       조만간 알약M의 리브랜딩 전략도 공유하겠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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