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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 은둔자 Sep 09. 2017

성당의 자리: 하늘조각, 무덤

성당의 기원, 성당이 지어지는 자리, 프랑스 성당의 예

로마인들은 밤하늘을 수놓은 숱한 별들에 질서를 부여해서, 별자리를 만들고, 신화와 연결했다. 그렇게 하늘은 신들의 무대였다. 그리고 로마의 신들은 가톨릭의 신, 하느님에게 자리를 내주게 된다.  

로마인들은 도시를 만들 때 남-북축인 카르도(cardo)와 동-서축인 데쿠마누스(decumanus)라는 두 개의 축을 중심으로 삼았다.

밤하늘의 중심축은 북극성으로, 모든 별들이 북극성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을 알았던 로마인들은, 땅 위에 짓는 하늘의 성전에도 이 축을 따와서 이용했다.

불어와 영어에서 성전(신전, 사찰, 성당, 교회)을 뜻하는 temple은 라틴어의 templum(템플룸)에서 유래했다. 템플룸의 정의는 '새점을 치는 점복관이 종교의식으로 축성한 땅의 조각, 그 위에 지어진 신을 숭배하는 건물'이다. 즉, 로마에서 성당이 지어지는 자리는 사제가 하늘의 조각을 떼어서 땅에 옮겨놓은 곳이다.  

하늘을 나는 새는 이런 맥락에서 중요하게 여겨졌다. 새는 하늘에 가장 가까운 신성한 동물이기 때문에, 로마인들은 도시를 만들 때에도 새점으로 길운을 파악한 것이다.




프랑스에서 중요한 성당이 만들어지는 것은 무엇보다 성인의 무덤 자리에 짓어진 것이다. 처음에는 그저 성인의 무덤만 있다가, 많은 사람들이 성인을 기리기 위해 무덤을 찾고, 자신이 죽고 나서도 성인의 무덤 곁에 묻히며 묘지로 규모가 커진다. 그러다가 돈과 권력이 있는 이에 의해서 성인을 기리는 성당 건축이 진행되는 것이다. 바질릭 드 생드니(Basilique Saint-Denis 혹은 생드니 대성당)는 그 대표적인 예로 파리의 첫 번째 주교 생드니의 유명한 일화와 그의 무덤이 있는 곳이다. 이곳은 600년경에 메로빙거 왕조의 다고베르 1세가 묻힌 이래로, 부르봉의 마지막 왕 루이 18세까지, 프랑스의 왕과 왕비들, 왕자 공주 등 절대다수의 왕족, 그리고 특별히 간택된 몇몇 대신들의 무덤(네크로폴; 지하묘지)이 있는 성당이다. 때문에 혁명기에는 왕들의 무덤이 파헤쳐지고, 유골들이 수모를 겪는 사건도 있었다.

두 번째로 갈로-로만(로마) 시대부터 신전이 있던 자리에 지어진 대표적인 성당의 예가 시테섬의 노트르담 대성당이다.


오른쪽의 노트르담은 800년 역사의 대표적인 고딕 양식 대성당이다. 왼쪽의 바실리카 생드니는 파리의 초대 주교 생드니의 무덤에 왕실 수도원을 지으면서 시작한다. (사진 오른쪽의 정방형 건물이 수도원) 이후 수도원에 딸린 성당의 규모가 확장되면서 주교좌 대성당으로 모습을 갖춘다.



유럽의 대표적인 성당들도 모두 성인들의 무덤 위에 지어졌다.

대표적으로 로마의 성 베드로 성당(바실리카)은 가톨릭의 첫 교황인 베드로의 무덤 위에 지은 성당이고, 교황의 거쳐다. 로마의 콘스탄틴 황제(재위 310-337)에 의해 베드로를 기리는 성소가 만들어진 이후, 1506-1626에 지금의 모습으로 재건된다. (왼쪽 사진)

베네치아의 성 마르코 성당은 베네치아 인들이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에서 몰래 옮겨온 마르코의 시신을 묻고 828년에 지은 대성당(바실리카)이다. (가운데 사진)

스페인의 갈리시아에 있는 산티아고데 콤포스텔라 대성당(스페인어: Catedral de Santiago de Compostela)은 예수 그리스도의 열두 사도 가운데 한 사람인 야고보의 유해가 매장된 곳이다.

이 성당은 산티아고데 콤포스텔라 순례길의 종착점이고, 유럽 중세 시대부터 주요 순례지였다.(오른쪽 사진)

 

생샤펠, 노트르담, 생드니 바실리카와 더불어 프랑스에서 중요한 대성당은 바로 렝스 대성당이다. 이곳은 프랑스의  클로비스가 처음으로 영세를 받고, 하느님 나라의 시민이 되고, 동시에 교회로부터 왕으로 축성되는 의식도 동시에 진행한 곳이다. 이것은 야만족에서 로마의 교황으로부터 문명족(?)으로 인정을 받는 동시에, 왕의 권위와 왕국도 공인되는 의식이었다. 이후, 프랑스의 왕들의 대관식은 바로 이곳 렝스 대성당에서 진행되었다. 나폴레옹이 노트르담 대성당을 대관식 장소로  이유는 자신이 프랑스의 왕과는 다르다는 것을 드러낸다. 또한 나폴레옹이 교황으로부터 왕관을 받지 않고, 스스로 왕관을 썼으며, 조세핀에게 왕관을 씌워주는 것은 교황의 권위를 벗어나서, 오히려 교황의 권위를 뛰어넘는 황제의 권한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왼쪽은 클로비스가 물로 영세(세례)를 받는 동시에 교황을 대리한 주교가 왕관을 씌워주는 대관식이 진행되는 장면이다. 예전의 세례의식은 몸을 물에 담그는 것이었는데, 오늘날에는 물을 뿌리는 것으로 간소화되었다. 오른쪽은 미남왕 필립 4세(재위: 1285-1314)가 죽었을 때, 생드니 대성당의 내부 바닥을 파고 왕의 유해를 묻는 장면이다.

  

성당이 만들어지는 방식 세 번째는 성인들의 유물을 성당에 안치하며 성당이 유물 보관함 같은 기능을 하게 짓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파리의 생샤펠이 콘스탄티노플에서 사 온 예수님의 가시관을 보관하는 보물함 같은 의미의 왕실 성당이다.

(매거진 도시 역사 - 파리: 시테궁 (생샤펠, 파리 고등법원, 콩시에르주리) 중에서 생샤펠 참고)

 

노트르담이란 단어는 "노트르(notre:우리의)+담(dame:부인,어머니)=성모"이며, 이 대성당은 국가적으로 가장 중요한 성당 중 하나다. 그래서 프랑스의 왕, 왕자 공주들의 결혼은 이 성당에서 많이 거행됐다.

앙리 4세와 마고 여왕으로 유명한 카트린 드 메디치와 앙리 2세의 딸은 이곳에서 결혼을 하는데... 앙리 4세가 결혼 당시 개신교도라 성당에 들어가지 않고 성당의 입구(성당인 듯 성당 아닌?)에서 식을 했다고도 전한다. 나폴레옹의 대관식도 바로 이곳에서 거행되었다. 루브르에 있는 다비드의 그림 '나폴레옹의 대관식'은 1804년 12월의 대관식을 그린 작품이다. (왼쪽 그림)

참고로, 노트르담이 국가적 위계의 주교가 주관하는 대성당(Cathédrale)이라면 레알 광장에 있는 생-우스타슈(Église Saint-Eustache) 성당은 사제가 관장하는 본당(paroisse)이다. 시민혁명이 있기 전에는 모든 행정구역이 성당의 관할구역과 동일했다. 이곳은 루이 14세의 재상 콜베르의 집과 가깝고, 콜베르가 이 성당 교구 재산 관리 위원이었으며,  콜베르의 묘지가 있다. 루이 13세의 재상 리슐리우, 루이 14세 때의 유명한 극작가 몰리에르, 루이 15세의 유명한 정부 마담 퐁파두르가 모두 이곳에서 영세를 받았다. 루이 14세의 첫 영성체도 이곳에서 했다. (오른쪽 사진)


그리고, 68명의 프랑스 왕과 왕비의 무덤, 81명의 왕자, 공주의 무덤이 모여있는 생드니 바실리카는 파리에서 5km 떨어진 생드니 시의 대성당이다. (왼쪽 사진)

생드니(Saint Denis)는 파리에 처음으로 파견되어 가톨릭을 전한 파리의 첫 주교의 이름이다. 생드니는 몽마르트르 언덕에서 교수형을 당하는데, 드니(생 드니의 생은 성인이란 의미) 주교가 잘린 목을 들고 지금의 바실리카가 있는 곳까지 걸어갔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노트르담 성당의  옆에 생드니 조각은 잘린 목을 들고 있는 형상이라 다른 성인들 가운데 쉽게 구분할  있다. (오른쪽 사진) 생샤펠의 보물, 예수님의 가시관은 지금 노트르담으로 옮겨져서 보관되고 있다.


성당은 기본적으로 성인의 무덤자리였기 때문에, 지금도 많은 성당의 지하에는 네크로폴이라고 부르는 지하묘가 있다. 성당의 안에 묻힐 수 있는 것은 성인이나 중요한 인물이고, 성당의 교구 주민들은 성당의 밖에 있는 공동묘지에 묻힌다. 성당은 즉 무덤이 중요한 기원인데, 아마도 하늘나라에 있을 것이 분명한 성인들의 곁에 묻히면 자신도 하늘나라에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 성당의 기초가 된 것이다.

성당에 대해서도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여전히 유효한데, 성당은 성서와 성서에 나오는 성인들의 이야기를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일수록 성당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더 많이 알아듣게 된다.

다음번 성당 이야기는 건축양식과 공간에 대한 것이다.  


(모든 그림 자료의 출처는 프랑스 wikipé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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