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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언니 Jan 20. 2022

사과 사서 가자 사과하러.

아이들 다툼이잖아요.

어제는 하얀 눈이 예쁘게  펑펑 내렸다. 그날 밤도 이렇게 하얀 눈이 펑펑 내렸다. 둘째 아들 초등학교 3학년을 마무리하는 겨울방학 시작하기 며칠 전의 일이다. 전화가 온다. 발신자는 아이 담임선생님이다. 1학년 때보다는 덜 떨린다. 


"어머니 아이고 우리 윤기 조금만 참았으면 좋았을 텐데요. 이제 방학하면 3학년 마칠 건데..." 


 이제 며칠만 참으면 방학하고 그러면 3학년 큰일 없이 마치고 4학년에 갈 수 있는데, 그러지 못할 것 같은 일이 또 생긴 것이다. 


친구와 다툼이 있었는데 그 친구가 안경을 쓴 친구이고 밀치는 과정에서 안경이 떨어졌고 그 과정 중에 안경이 얼굴을 살짝 스쳐서 얼굴에 약간의 상처가 남았다고 하셨다. 그런데 그 아이 어머니가 많이 화가 나셔서 어머님과 아이가 와서 사과를 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며 그 어머니 전화번호를 주셨다. 선생님께 잘 알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고 학교 앞에서 아이를 기다렸다. 평소는 학교 앞으로 데리러 가지 않는다. 

엄마를 보고 고개를 푹 숙이고 걸어오는 아들 녀석을 보며 이리 엄마한테 오라고 두 팔을 벌렸다. 


"괜찮아. 무슨 이유가 있었을 거야. 우리 아들이 이유 없이 그냥 그러진 않았을 거야."라고 말하는 나에게 참았다는 듯이 아들은 이유를 설명한다. 


과학실험 시간 전 쉬는 시간에 과학실에서 필요한 실험 기구들을 교실에 옮겨뒀는데, 우리 아들이 가서 보려고 하자, 그 친구가 넌 봐도 모르잖아.라고 하며 아이를 대놓고 무시했다고 했다. 그렇게 몇 번의 대화가 오가다가 참지 못하고 친구를 향해 돌진했던 모양이다. 


"그래 그냥 그러진 않았을 거야. 그렇지만 친구를 다치게 했으니 우리가 사과를 해야 할 것 같아. 기분이 나빠서 그런 건 알지만 그래도 참았어야 해." 그렇게 아이를 이해시켰지만 사실은 내키지 않았다. 

항상 우리 아들은 가해자가 된다. 단지 참지 않았다는 이유로. 나는 늘 그게 마음이 아팠다. 

집으로 돌아와 저녁을 먹고  그 친구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퇴근하고 저녁 먹고 해야 하니 9시쯤 오라고 하며 집 주소를 알려준다. 


아들 가자! 같이 집을 나섰다. 눈이 내리고 있었다. 함박눈이 펄펄. 친구 집 방향으로 안 가고 다른 쪽으로 가는 나에게 아들이 물었다. 


"엄마 왜 거기로 가?"  

"따라와. 그냥 갈 수 없잖아. 사과 사서 가자. 사과하러!" 


나의 그 말에 아들은 피식 웃었다. 터덜 터덜 나를 따라왔다. 사과 한 봉지를 사서 들고 과일가게를 나왔다. 여전히 눈이 내리고 있었다. 옆에 약국에도 들렀다. 상처연고를 샀다.  내가 든 사과 봉지를 자기가 들겠다며 아들은 가져갔다. 아들은 한 손은 엄마 손을 잡고 한 손은 사과 한 봉지를 들고, 나는 한 손은 약국 봉지를 들고 한 손은 아들 손을 잡고 우리는 그렇게 눈을 맞으며 올라갔다. 1층 로비에 그 친구랑 엄마가 나와 있었다. 


" 아니 안경 쓴 아이를 그렇게 하면 어떻게 하니?"  그 엄마의 마음엔 자기 아들밖에 없다. 마음에선 해주고 싶은 말도 있었지만 그냥 사과만 하기로 했다. "죄송합니다. 사과드릴게요 " "미안해. 친구야 괜찮니?" 내가 그 아이 엄마를 보고 말하고 그 아이 어깨에 손을 얹으며 사과를 하자 우리 아들이 울기 시작했다. 억울했던 것 같다. 엄마는 왜 친구가 잘못한 건 말하지 않는 걸까 라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다. 


아이를 향해서 말했다. "윤기야 사과드려." 그때 서야 우리 아들도 친구에게 미안하다고 하고 친구 엄마한테 죄송하다고 한다. 그때 그 친구 엄마가 한 말은 "다음부터 그러지 마"였다. 

네라고 대답하고 사과봉지와 약국 봉지를 전달하고 인사를 나누고 현관을 나왔다. 아들은 혼자서 막간다. 

아들 엄마랑 같이 가야지라고 불러도 막 간다. 많이 속상했던 것 같다. 빠른 걸음으로 가서 아들을 붙잡았다. 


" 아들. 엄마가 알아! 그러면 되는 거야. 친구 엄마도 자기 아들이 소중한 거야. 그럴 수 있어. 엄마도 네가 상처 나서 오면 화날 수도 있어. 네가 사과했으니 그 친구도 본인이 잘못한 거에 대해 생각할 거야."


사실 나도 많이 속상했다. 우리는 함께 울으면서 걸었다. 눈물인지 눈 물 인지. 함께 흘렀다. 

눈을 밟고 걸으면서 생각했다. 참 다양한 엄마들이 있다. 그 아이가 우리 아이를 무시하며 했던 말, 누구한테서 배웠는지 알 것 같았다. 


세상 모든 사람에게 교훈을 얻는다. 훌륭한 사람에게는 배우고 싶다는 교훈을,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는 저렇게 하지 말자는 교훈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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