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거슬러 가는 순례자, 벨로라도-오르테가
[7.29 화요일 / 걸은지 12일째]
개인적으로 가장 편안한 느낌을 주었던 산 후안 데 오르테가의 수도원 알베르게.
마을도 워낙 작은데다가(과거에는 수도원 밖에 없었을 것이다) 수도원, 성당 그리고 광장 밖에는 갈 곳도 볼 곳도 없지만 왜였을까 그 편안하고 친숙한 느낌은.
오르테가까지 끝이 없을것 처럼 이어지던 거대한 전나무 숲길 때문이었을까?
성당의 종탑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던 먹구름 때문이었을까?
벨로라도에서 산 후안 데 오르테가까지의 마을들을 걸으며 나는 어느새 중세시대의 순례자가 된 듯한 느낌을 받게 되었다. 길에 익숙해지면서 지금의 이 순례가 21세기에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마저 까맣게 잊고 만 것이다. 길 중간 중간 나오는 또산토스, 비얌비스티아, 에스피노사, 비야프랑카 몬테스 데 오까 등의 마을들이 워낙 오래 된 마을들이기도 했지만 비야프랑카 이후의 산길이 마치 타임머신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전나무 숲길이 길게 이어진 뒤 나타나는 산 후안 데 오르테가는 우리나라로 치면 지리산의 청학동 전설처럼 다가왔다.
이윽고 도착한 산 후안 데 오르테가의 수도원 알베르게. 이 작은 마을에는 수도원과 성당 그리고 바와 광장 등이 마을의 전부인 듯했다. 그러니 광장이나 바에 들어가면 마을 주민들을 거의 만날 수 있다.
저녁 무렵 바에 들어서니 한국에서 온 중학생 가족과 아일랜드에서 온 두 여성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 아일랜드 여성들은 나름 유명한 화가라고 했다. 까미노를 걸으며 보이는 풍경과 사람들을 자신의 노트에 그림으로 남기며 걷고 있었다. 그 그림 속 풍경들이 지나온 추억을 돌이키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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