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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원 Apr 02. 2016

파티마, 촛불의 바다

포르투 구도심과 루이스다리를 아쉬워하며 파티마로 떠났다

1917년 5월 13일 세계가 전쟁으로 혼란했을 때, 포르투갈 파티마에서 양치기 세 어린이 루치아, 프란치스코, 히야친따 앞에 아름다운 여인이 홀연히 나타났다. 성모마리아의 발현이었다.
여인은 아이들에게 세계의 평화를 위해 로사리오 기도를 예수님께 드리라며 매월 13일 아이들을 찾아오겠다고 약속한다.
어른들은 아이들의 말을 믿지 않았고, 독재정부는 아이들 때문에 민심이 동요된다며 끓는 기름솥에 넣겠다고 아이들을 협박까지 하지만 세 아이는 동요하지 않았고 이 발현 이야기는 포르투갈 전역으로 확산되어 나갔다.
10월 13일, 포르투갈 전역에서 모여든 10만 인파는 밤새 내린 비로 축축해진 땅에서 아이들이 성모마리아를 만날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때 갑자기 비구름이 걷히고 태양이 춤을 추며 모든 사람들 앞에 내려왔다. 현장을 목격한 사람들과 언론들에 의해 이 놀라운 성모발현은 교회의 공식 인정을 받았다. 여인이 이야기한 대로 프란치스꼬와 히야친따는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2014.8.23 토

아침 일찍 포르투 구시가지를 다녔다. 광장과 동상들, 스페인의 도시와는 또다른 느낌의 건축양식. 거리와 사람들 그리고 그 유명한 에그타르트까지. 

무엇보다 도우루강에 가로놓인 에펠탑 모양의 2층철교 루이스1세다리를 직접 건너볼 수 있었는데 그 주변으로 형성된 골목과 강변의 여유로운 모습들이 남유럽 특유의 정취를 가득 풍겨왔다.

루이스다리 윗층은 도시철도인 메트로가 다녔고, 사람들도 철로 주위를 자유롭게 오갔다. 우리나라에서는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할 일일테다.

루이스다리 위에서 본 풍경들

루이스다리 아래의 광장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다. 그리고 오가는 사람들 사이에 홀로 선 한 트럼페터. 마음을 울리는 트럼펫 소리가 광장 전체에 퍼져 나갔다. 트럼펫 소리는 그리움을 일깨우는 소리다. 광활하게 펼쳐진 도우루강의 풍경 속에 지난 순례길이 아득하게 떠올랐다.

다리를 벗어나 구도심의 대성당을 둘러보는데 까미노의 표지인 노란색 화살표를 만났다. 까미노 데 산티아고의 포르투갈 루트였다. 다시 걷고 싶었다. 표지를 따라가면 다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가겠지.

곧 서울로 돌아갈 강렬군을 포르투에 남겨놓고 우리는 남쪽으로 출발했다. 다음 목적지는 포르투갈의 유명한 성모발현성지 파티마. 작은 산골마을 파티마에서 양치기 꼬마였던 루치아와 프란치스꼬, 히야친따가 여섯차례나 성모마리아와 만난 마을이다. 십만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성모마리아의 발현시 태양의 기적을 목격했고 당시 신문기사에까지 성모발현의 사실이 알려졌단다. 파티마는 가톨릭교회가 공인한 몇 안되는 성모발현지중 하나다.

파티마로 향하는 어느 마을에 차를 대고 간단한 요기를 하면서 아이폰을 이용해 숙소를 미리 예약했다. 미리 계획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당일 예약을 할 수 있으니 시대가 참 좋아졌다고 해야 할까.

파티마의 숙소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7시 무렵. 포르투갈은 스페인보다 한시간이 늦다.

게스트하우스 파티마라운지(Fatima Lounge)는 스페인에서 온 파울로 아저씨와 클라라 아줌마가 운영하고 있는데 두 분 성품이 너무 곱다. 침대들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고 아침식사도 푸짐하게 제공되니 파티마에 다시 가게 된다면 꼭 한번 더 파티마라운지에 들를 계획이다.

파울로 아저씨가 이 날은 토요일 저녁이라 성지 광장에서 촛불기도회가 있으니 꼭 가보라고 하신다. 굉장한 추억이 될거란다.

그리고 아저씨의 말씀대로 파티마 성지의 촛불행렬과 참가자들이 모두 함께 부르는 아름다운 Ave Maria로 어느때보다 평화롭고 행복한 밤을 보냈다.

[전체일정] http://brunch.co.kr/@by17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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