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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원 Apr 05. 2016

톨레도, 돈키호테 그리고 엘그레코

스페인 가톨릭 중심지, 옛 스페인의 수도 톨레도

까스티야 라만차. 이름에서부터 낭만적이고 모헙 가득한 느낌이 물씬 묻어나는 이 지방은 바로 스페인의 바보영웅 돈키호테의 땅이다.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 남서쪽에 위치한 톨레도(똘레도 Toledo)는 까스티야 라만차 지방의 주도다. 가공인물인 돈키호테가 유명하지만 화가인 엘그레꼬(El Greco)의 작품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진 곳으로도 유명하다. 톨레도 안에서 비좁고 오래된 골목길을 누비며 스페인의 옛 모습을 찾아보는 것도 매력적이고, 톨레도 바깥에서 탁 트인 톨레도의 전경을 내려다 보는 것도 매력적인 일이다.


2014.8.25 월

트루히요(Trujillo)에서 잘 뻗은 도로를 따라 톨레도를 향해 달린다. 비록 영어로 안내하고 있지만 내비게이션도 엉뚱한 길로 우리를 내몰지는 않는다.

오후 1시쯤 드디어 톨레도 구시가지 입구의 주차장에 도착했다. 톨레도는 구도심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이다.

타호강이 도심을 둘러싸고 있는 톨레도는 비좁은 골목길이 미로처럼 얽혀있다. 중간중간 광장이 나오는데 워낙 골목길이 많으니 길을 잃기 쉽다. 하지만 어느 골목을 다녀도 볼거리가 풍부하니 길이야 잃은들 어떨까.

톨레도 입구에서부터 존재감을 드러내는 인물이 둘 있다. 소설 속 인물인 돈키호테(Don Quixote)와 그리스 출신 유명 화가인 엘 그레코(본명은 도메니코스 테오토코풀로스 Doménikos Theotokópoulos)이다. 두사람 모두 기괴한 인물들이다. 돈키호테야 워낙 유명한 괴짜고 엘 그레코 역시 기묘한 색감과 분위기로 인물을 묘사하여 그가 활동할 당시에는 정신병자 소리까지 들었다고 한다. (엘 그레코는 그리스의 크레타섬에서 태어나 자랐고, 이탈리아에서도 잠시 활동했지만 대부분의 삶을 스페인 톨레도에서 보냈다고 한다. 그의 작품이 전성기를 맞이한 시기도 바로 톨레도 시기라고 하니 톨레도의 인물이 맞겠다.)

성문 부근에는 돈키호테의 입상이 서 있었고, 엘 그레코의 작품 중 '예수의 열두 사도' 가 전시되어 있었다.

톨레도의 골목을 어슬렁 거리며 다니다 보니 스페인 가톨릭의 산실이라는 톨레도 대성당의 종탑이 길잡이 역할을 한다. 종탑의 삐죽 나온 머리를 향해 나아가다 보니 어느새 대성당 앞에 도착했다. 워낙 좁은 골목들 틈에 위치해 있는데다 광장조차 그다지 넓지 않으니 상대적으로 규모가 엄청난 대성당의 전체 모습을 사진으로 담기가 쉽지 않았다.

대성당과 광장을 공유하는 톨레도 시청사

톨레도 골목 투어도 멋지지만 성 밖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어떨까. 톨레도 성 바깥으로 나오는 길을 찾다 보니 노천 에스컬레이터가 눈에 띄었다. 관광도시다운 면모다.

톨레도를 가장 잘 보려면 타호강 건너 바예 전망대(Miradore del Valle)나 그보다 높이 위치한 파라도르(국영호텔 Parador de Toledo)에서 보면 된다. 특히 파라도르 내부에는 엘 그레코의 그림들도 전시되어 있다. 커피 한잔 시켜놓고 호텔 테라스에서 실컷 톨레도의 전경을 감상했다.

톨레도의 파라도르에서 내려다본 전경

생각같아서는 톨레도에 한 이틀 정도 더 머무르며 골목을 누비고 싶지만 그렇게 되면 바르셀로나에 머무를 시간을 빼앗기게 된다. 이번 여행에서는 맛만 보기로 하고 다음을 기약했다.

톨레도에서 바르셀로나까지도 먼 거리다. 더구나 우리는 사라고사(Zaragoza)로 돌아가지 않고 테루엘(Teruel)을 거쳐 험한 산을 넘어갈 예정이다. 바르셀로나까지는 못 가더라도 최대한 지중해 가까이 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스페인 내륙의 장쾌하고 아름다운 풍경들과 작은 시골 마을들의 매력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이리 기웃, 저리 기웃거리다 보니 테루엘을 지날 즈음 이미 어두워져 가고 있었다.

그리고 간댕이가 부을대로 부은 우리는 낯선 스페인 아라곤의 산길, 차선도 좁은 구불구불한 도로를 따라 어두컴컴한 마을들을 지나 이름도 모르는 작은 마을 부근 절벽이 아름다운 산 속에서 야영을 했다.

이 날 따라 하늘은 더 어두웠고 그래서 별들은 더 찬란했던 것 같다. 이제 스페인에서의 마지막 날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순례길을 시작할 무렵 자주 보았던 샛노란 빛의 해바라기꽃밭들. 어느덧 쭈글쭈글해진 꽃잎만 남은 흉한 몰골로 한달 넘는 세월이 이미 흘러버렸음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었다.

[전체일정] http://brunch.co.kr/@by17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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