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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쥐꼬리 Mar 30. 2024

뚜벅이가 호주에서 살기 힘든 이유

장롱면허로 퍼스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나는 운전면허가 있다.

한국 운전면허도 있고, 호주 운전면허도 있지만

실제 운전에서는 아무 소용없는 장롱면허다.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오기 전에 한국에서 운전연수를 받았어야 하나,

'어차피 운전석도 반대, 차선도 반대 모든 것이 반대니까 호주 가서 받지, 뭐~'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이곳에 왔다가 그 대가를 톡톡히 보고 있는 요즘이다.


그래서 오늘은 호주에서 뚜벅이가 살기 힘든 이유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교통체증이 심할 때는 버스 시간표가 왜 있나 싶을 정도로 늦는 퍼스의 버스


일단 호주는 대중교통 이용이 만만치가 않다. 


퍼스 기준으로 호주는 한국보다 면적이 크다 보니 뭐든지 오밀조밀 모여있는 것이 아니라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더라도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하지만 이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는 것이

대중교통을 타고 이동하는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는 것이 아니라 배차시간이 일정하지 않고

그마저도 교통체증이 심하면 그 간격이 더 벌어져서 버스를 기다리느라 길에서 시간을 다 버리게 된다.

내가 일하고 있는 곳은 차로 20분이면 갈 거리를 버스로 가면 1시간 정도 걸리는데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만 30분이나 된다.

그러니까 버스로 이동이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안 써도 될 시간을 무려 2~3배는 쓰게 된다는 것이 최대 단점이다.


내가 사는 퍼스의 일반적인 도로, 시티가 아닌 이상 횡단보도를 찾아보기 어려워 눈치로 건너야 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되면 자가용을 이용할 때보다 어쩔 수 없이 더 걷게 되는데 호주는 길 건너기도 쉽지 않다.


땅덩이가 워낙 크다 보니 우리나라처럼 인도나 횡단보도가 제대로 잘 정비되어 있는 곳이 드물어서

길이라도 한번 건너려면 쌩쌩 달리는 자동차들과

눈치게임하면서 땡볕에서 신나게 달려야 한다.


우리 동네의 친절한 버스 정류장과 그렇지 않은 버스 정류장. 잘못 걸리면 땡볕에서 20분 넘게 기다려야 한다.


그렇다고 버스 정류장이 제대로 되어있는가 하면,
간혹 몇몇 버스 정류장은 근처에 나무 한 그루도 없는 경우가 많아 잘못 걸리면 땡볕에서 내내 기다려야 한다.


그래서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준비하고 계신 분이나

생각하고 있는 분들은 꼭! 한국에서 면허를 따고 오기를 추천한다.

운전면허를 따고 운전에 익숙해지면 시간과 돈을 많이 아낄 수 있고, 무엇보다 나처럼 잡이 안 구해지는 시간이 길어진다면 우버 드라이버 일이라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버 드라이버, 우버이츠 배달기사는 학생비자나 워홀러들이 많이 하는 잡이라고 한다. 투잡으로 하기에도 제격이다.)




아무튼 이런 이유로 호주에서 뚜벅이로

살아남기는 상당히 어렵다.


뚜벅이인 나를 위해 내가 일 끝나는 시간에

맞춰 남자친구인 요한이가 차로 데리러 와주는데

그런 그를 볼 때마다 고마운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미안한 마음도 같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내 전용 운전기사, 요하네스씨


이 미안함이 극에 달할 때는 역시
요한이는 항상 날 데려다주는데 나는 운전을

못 해서 그를 못 데려다 줄 때다.


최근에 근무처가 바뀌어서 요한이가 시티에서 출퇴근을 시작하게 됐는데 버스로 출퇴근하면

왔다 갔다 6불, 자차로 하면 더 저렴하지만

주차비가 평일 기준 24불이라고 한다.

버스가 훨씬 저렴해서 현재 버스로 이용하고 있지만 앞서 언급했다시피 버스로 출퇴근하면

시간이 많이 든다.


그래서 요한이는 할 수 있다면 버스 말고 자차로 출퇴근을 하고 싶어 하는데 이러면 또 주차비가 많이 든다. 이 문제는 내가 운전해서 요한이를

시티까지 픽드롭해 주면 끝나는 문제다.

이럴 때마다 정말 미안하고 이 나이 되도록 이뤄놓은 것도 없으면서 운전까지 못해서 어떡하냐는 자괴감으로까지 이어진다.


이 문제에 대해서 스스로를 한심하게 여기는 나와 달리, 요한이는 장롱면허인 나를 운전 못한다고 구박하기는커녕 오히려 내가 부담을 안 느끼고 천천히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저 나 혼자 스스로에게 부담을 주고, 그에게 미안함을 느끼는 것이었다.


운전을 못하는 상태로 호주에 와서 느낀 점,

배운 점이 많다. 아직도 나에게 운전이란

많이 어렵고 부담스러운 숙제이지만,

그래도 포기할 순 없다!

호주에서의 목표 중 하나이기도 했던 운전,

시간 날 때마다 자금적 여유가 있을 때마다

운전 연수받으면서 차차 배워야지.

처음은 어려워도 또 배우면 잘할 것이다.


이렇게 또 다짐이 하나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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