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6월은 유난히 더웠다. 덥다고 시원한 카페에서 커피만 마실 수는 없어서 가끔 만나는 지인 두 명과 가까운 공원에 가기로 했다. 한 분이 일주일 전에 다녀왔는데 도심 속 산책로가 너무 좋았다고 해서 그곳에 다녀오기로 한 거다.
지하철을 타고 고속터미널역에서 내려 7호선으로 갈아탔다. 내방역 8번 출구에서 만나기로 했기 때문이다. 평소에 7호선은 거의 타지 않아서 잠시 혼돈이 왔다. 결국 거꾸로 타서 한 정거장을 더 가서 내려 반대편 지하철을 타고 고속터미널역을 지나 내방역에서 내렸다. 약속 시간보다 15분이 늦었다.
내방역에서 세 명이 만나서 산책로 쪽으로 걸어갔다. 양산을 썼지만 햇볕을 다 막기는 어려워 정말 더웠다. 오른쪽으로 서리풀터널이 나타났고 조금 걸어가니 서리풀 숲속 상상학교 표지판이 보였다. 옆에 있는 방배 숲 도서관에 들어가서 잠시 땀을 식혔다. 도서관이 잘 정돈되어 있었고 독서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역시더운 여름에는 도서관만 한 피서지도 없다.
맨발 걷기 길과 무장애 산책로가 있는 서리풀공원
서리풀공원은 강남의 방배동과 서초동, 반포동에 걸쳐있는 초대형 녹지 공간이다.서리풀은 '상서로운 풀'이란 의미로 서초의 순우리말이다. 서리풀공원에 조성된 4.8㎞의 서리풀길은 고속터미널역에서 방배역까지 연결된 도심 속 숲길이다.
도심 가운데 이런 공원이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서리풀공원에 들어서니 잘 만들어진 데크길이 길게 펼쳐졌고, 조금 걸어가니 맨발 걷기 길이 만들어져 있었다. 신발을 벗고 걷고 있는 여성분을 보며 요즘 맨발 걷기가 인기가 많다는 것을 느낀다.
길옆에는 산수국이 피어 있어서 꽃을 감상하며 걸으니 산책로가 지루하지 않았다. 걷다 보니 무장애 숲길 표지판이 보인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지난번 강릉솔향수목원에서 본 무장애 산책로가 생각나며 우리나라 공원 곳곳에 무장애 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서리풀공원 4.1㎞ 중 2.3㎞가 계단과 턱 등 장애물이 없는 목재 데크로 조성된 무장애 숲길이다.
날씨가 더워 그늘에 앉아서 가지고 온 오이와 구운 달걀을 먹으며 잠시 쉬었다. 오늘 목표는 목마르뜨 공원에 가서 공원 중앙에 있는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작품 '부지발의 무도회'를 형상화한 조각상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누에 다리를 건너보는 거였다.
함께 온 분이 일주일 전에 다녀오셨는데도 산책길이 여러 갈래다 보니 길을 지나쳐서 안내판을 보고 오던 길을 다시 올라갔다. 서리풀 다리 이정표를 보고 내려오는데 공원을 이용하시는 분이 참 많았다. 이곳이 도시 속 공원이라서 접근성이 좋아서 그런 것 같았다.
다행히 서리풀 다리를 건너 조금 가니 시계탑이 보이는 몽마르뜨 공원이 나타났다. 시계탑에는 기온이 35도로 표시되었다. 6월치고는 더운 날씨였다. 목에 두른 손수건이 젖을 정도였다. 그래도 숲길을 걷고 꽃을 보고 운동하는 것이 즐거웠다.
몽마르뜨 공원은 프랑스 파리의 유명한 몽마르뜨 언덕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공원이라고 한다. 가까이에 있는 서래마을에 프랑스인이 많이 살고 있어서 프랑스 지명을 가져온 듯하다.
몽마르뜨 공원은 5월이 되면 장미 화단에 장미가 가득하다고 한다. 정말 화려하고 예쁠 것 같다. 지금은 6월이라 장미가 지고 군데군데 몇 송이가 오는 사람을 반겨주고 있었다.
몽마르뜨 공원에서 함께 온 분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나도 조각상이 부러운 듯 쳐다보며 독사진을 찍어 보았다. 공원 옆에 있는 쉼터에서 잠시 쉬었다가 누에 다리를 건너러 갔다.
누에 다리 입구에는 누에 형상을 한 누에 조형물이 있었는데 소원을 들어주는 석상으로 사람들이 이곳에서 소원을 빌고 간다고 한다. 옆에 있는 누에 다리는 누에처럼 생긴 독특한 모양의 다리로 도시와 서리풀공원을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서리풀공원에서 산책하고 점심은 인근 도서관 식당에서
점심시간이어서 그런지 산책하는 직장인이 많았다. 공원이 서초동 대법원 뒷산이고 국립 중앙도서관과도 이어지기에 점심 식사하고 가볍게 산책하려고 오는 사람들처럼 보였다. 등산복이 아닌 평상복을 입은 분들이 많았다. 누에 다리에서 바라보니 오른쪽에는 서울성모병원이 보이고 왼쪽에는 국립중앙도서관이 보였다. 누에 다리에서 사진을 찍고 점심 식사하러 누에 다리를 다시 건너왔다.
국립중앙도서관과 도서관 식당
몽마르뜨 언덕에서 서리풀공원 쪽으로조금 걸으니 화장실 옆에 바로 국립중앙도서관 표지판이 보였다. 숲길을 조금 걸어 내려오니 국립중앙도서관에 도착했다. 오늘 점심은 그곳에서 먹기로 했다. 서리풀공원을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식사한다고 해서 우리도 도서관으로 향했다.
키오스크에서 1인당 5천 원을 결재하고 식권을 발급받았다. 식당이 생각보다 큰데 사람들로 꽉 찼다. 신기한 것은 80% 이상이 남자분들이었다. 우리처럼 서리풀공원에 왔거나 도서관에 오신 분들도 있겠지만, 일부러 점심 식사하러 오시는 분들도 많아 보였다.
점심값이 5천 원인데 메뉴도 훌륭했다. 감자 크로켓이 맛있었다. 샐러드도 마음껏 먹을 수 있고 반찬도 원하는 대로 먹을 수 있다. 식사 시간도 11시 30분부터 오후 2시까지니 이용 시간도 길어서 좋았다.
몽마르뜨 공원에는 주차 공간이 없으므로 차를 가지고 오면 이곳 국립중앙도서관이나 공영주차장에 주차하면 된다.
다음 만나는 날에는 고속터미널역에서 내려 아예 국립중앙도서관에서 만나 식사하고 반대로 서리풀공원을 넘기로 하였다. 서리풀공원은 내방역에서 오를 수 있고, 고속터미널역이나 서초역에서 내려 국립중앙도서관이나 서래마을에서도 오를 수 있다.
강남 한복판에 이렇게 훌륭한 공원이 있고 저렴하게 점심까지 먹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고 해야겠다. 공원도 평지만 있는 것이 아니고 산지형 공원이라 숲길에서 가볍게 오르막 내리막 등산도 할 수 있어서 저절로 운동도 되었다. 산책길 중간중간에 벤치도 있어서 힘들면 쉬어가면 된다. 길도 잘 닦여 있어서 걷기 좋은 도심 속 숲길이다.
오늘은 날씨가 더워서 서리풀공원의 다양한 쉼터를 제대로 경험하지 못했지만, 다음에 오면 할머니 쉼터와 할아버지 쉼터, 도토리 쉼터에도 가서 쉬며 제대로 공원을 느껴보아야겠다.전망대에서 서울 강남을 내려다보며 도심 속 숲길을 제대로 느껴보아야겠다.
서리풀공원에 갈 수 있었던 것은 브런치스토리 '꽃보다 예쁜 여자' 작가님 글 덕분이다. 작가님 브런치나 블로그에는 정말 자세하게 설명이 되어 있어서 방문해 보시면 더 많은 자료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