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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묵자 Jan 28. 2016

작은 철학자가 꿈꾸는 큰 이상

나는 왜 정치철학을 공부하고 싶은가

  내 꿈은 정치철학을 연구하는 교수가 되는 것이다. 정치철학은 인간, 사회, 정부 그리고 국가 등 우리의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구성원과 이를 둘러싼 사회적 틀에 대해 논하는 학문이다. 단순히 정부의 정책이나 뉴스에 나오는 정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 그 근원과 본질에 물음을 두고 있다.

  정치학을 공부해도 수많은 세부 분야 중 하나로 정치철학이라는 것을 배우긴 한다. 하지만 내가 정치철학이란 단어에서 강세를 둔 부분은 '철학'으로 난 철학을 연구하는 학자가 되고 싶다. 정치학보다는 보다 넓은 시각으로 바라보는 철학에서 다루는 모든 사상가의 모든 '정치철학', 이뿐만 아니라 그들이 주장한 다른 사상들까지 모두 배우고, 경험하고, 또 느끼고 싶다.



  사실 난 원래 경제학자란 꿈을 꾸고 있었다. 현대 자본주의에 관련된 책을 읽으며 처음으로 '경제사'라는 학문을 알게 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을 바라보며 역사 속의 그 어느 때보다 지금 우리의 상황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경제적 불평등. 너무나도 안타깝고 슬픈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아동부터 소년, 청년, 중년, 장년 그리고 노년까지 전 세대를 아우르며 우리 사회를 괴롭히고 있다. 엄청난 양육비, 청년 실업, 유연한 노동 시장, 치솟는 노인 빈곤율 그리고 인터넷 상에서 화제가 되는 '수저론'까지 우리 경제의 모습을 대표하는 단어를 볼 때마다 마음 한 편이 씁쓸해진다. 처음에는 거시경제학자가 되어 우리 사회의 경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보탬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몇 년간 바라본 주류 경제학의 흐름은 나의 사상과는 잘 맞지 않았고, 정치인들의 경제 정책은 그들의 학력과 경력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누구를 위한 것인지, 경기를 회복하고 싶은 것이 맞는지 정말로 형편없고 실망스러웠다. 경제학 그 자체만으로는 지금의 우리의 사회에 아무 도움도 되지 않을 것이라 점점 확신하게 되었다. 인간이 만든 사회는 복잡한 공식과 몇몇 법칙, 이론으로만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닌데 많은 경제학자들은 그래프와 숫자, 시장에만 의존했으며, 정치인들은 너무나도 이상적인 모델을 좇으며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고 있었다.


  인간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학문 간의 경계를 넘어 통합적인 차원에서 다양한 분야에서 논의되고, 연구되어야 한다. 내가 경제사, 경제철학, 정치경제학 등의 학문을 추구했던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그러나 이런 나의 이상을 펼치기 위해 거쳐야 할 첫 관문인 대학,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그들이 중요시하는 그래프와 수, 가상의 모델과 시장은 인간적인 다른 학문과의 연계를 중시하던 나의 사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비겁한 변명일 수도 있겠지만 난 경제학과에 진학하고 싶다는 꿈을 놓았다.


  현대에 등장한 여러 문제들. 경제적  불평등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많은 부분에서 나타나는 정의롭지 못한 일들. 단순히 한 분야의 전문 지식이나 정책만으로는 절대 본질적인 해결은 할 수는 없다. 이 문제들의  '근본'부터 고쳐나갈 수 있는 방도는 무엇일까, 생각하던 중 내 눈에 들어온 학문이 바로 '철학'이다.

  수많은 사람들은 철학이 쓸모없다 생각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논하고 실용적이지 못한 학문이라 비판한다. 하지만 내가 본 '철학'은 그 어느 학문보다 '인간'을 위하는, 현실적인 학문이다.


어떻게 하면 사회의 혼란이 줄어들까?
무엇이 정의로운 것일까?


  고대 동양 철학자들과 고대 서양 철학자들은 물었다. 인간 사회의 혼란을 바로잡기 위한 질문들과 함께 철학이 시작되었다.


  철학의 시발점이 된 사상가들의 질문들과 그들의 사상은 단순히 나에게 지식적인 측면에서 다가오지 않았다. 나로 하여금 끊임없이 그 의미를 되새기고, 스스로 질문하게 만들었다. 그들의 질문 중 가장 내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 것은 '정의란 무엇인가?'이다. 내가 그동안 '경제'란 시각을 통해 바라본 우리 사회는 '정의'란 단어를 무엇이라 정의하든 간에 절대 정의롭다고 할 수 없었다.


정의를 둘러싼 다양한 논쟁을 담아낸 책들. 그리고 정의의 여신상


  과연 무엇이 정의로운 것일까?
  어떻게 해야 정의가 구현될까?

  정의란  두 글자를 떠올릴 때면 항상 깊은 생각에 빠지게 된다. 나는 이 두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그리고 정의가 무엇인지 몸소 느끼며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하는데 힘이 되기 위해, 사회 정의 그 자체에 대해 논하는 정치철학자라는 꿈을 갖게 되었다.


  지금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포퓰리즘적인 정부의 정책과 정치인들의 공약, 가상의 모델을 가정하며 만든 경제 이론과 사회 이론 등으론 수많은 문제들이 얽히고설킨 우리의 현실을 바꿔나가기가 어렵다. 더 본질적인 고찰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다른 학문들과 연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모든 학문의 근원인 철학,  그중에서도 정치철학에 뜻을 두게 만들었다.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데 작은 보탬이 되고 싶다. 학자로서 역할에 충실하든, 혹은 직접 정치에 참여하든 그 방법은 중요치  않을뿐더러 미래의 일은 단언할 수 없다. 지금의 지향점은 누구보다 인간 사회의 본질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어, 누구보다 현실의 정치를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전문가가 되어 사회에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의란 것이 도대체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정의가 구현될 수  있을지 배우고, 연구하고, 무엇보다 수많은 사람들과 논의하고 싶다. 지금은 그 기반을 닦기 위해 책을 읽고, 사회 문제에 대해 토론하고, 이렇게 글을 쓰며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다.

  수많은 종류의 철학과 사상가들을 통하여 세상을 이해하며 나의 그릇을 넓힌 후, 세부 학문인 정치철학을 심도 깊게 연구하는 것. 대학에서, 혹은 훌륭한 강연에서 정치철학을 강의하는 교수가 되는 것. 교수자로서, 또 담론의 진행자가 되어 '정의'에 대해 수많은 학생들과 교수들, 그리고 청중들과 토의하며 의견을 나누는 것. 난 매일 이 모습들을 생각하며 꿈꾸고 있다.

  물론 정치철학에서 다루는 것이 내 생각과는 다를 수 있다. 내가 접한 정치철학은 몇몇 교수님들의 강연과 저서, 인문 고전을 통해 얻은 것이 전부고, 제대로 배우거나 탐구해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만일 그렇다 해도 난 '나만의 길'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현실 문제의 답을 찾기 위해 시작된 철학을 다시 현실에 직접적으로 조언할 수 있고 도움이 될 수 있는 학문으로 되돌릴 것이다.

  훌륭한 학자로 살아가되 자신의 학문의 틀에만 갇혀 있지 않고 현실 문제에 깨어 있는 학자. 관용적인 태도로 항상 다른 이들에게 질문을 건네고, 서로 의견을 나누며 소통하는 학자.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데 작은 보탬이 될 수 있는 학자. 내가 지향하는 학자로서의, 지식인으로서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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