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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 Mar 15. 2022

잘하고 싶어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며칠 전 꿈을 꾸다가 일어나 잠 정신에 스치듯 한 생각은 스물여섯 첫 직장의 퇴직 사유로 내걸었던 대학원 진학을 실천했어야 했다는 후회였다. 오밤중에 갑자기 일어나 마주한 감정이 후회라니, 그것도 학업을 이어가지 않았다는 후회라니! 이런 내가 낯설었다. 내가 그렇게 원했었던 걸까? 공부는 싫은데?




이십 대는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끝없는 방황을 했다. '내가 그렸던 삶의 모습은 이게 아닌데...!' 이 생각이 늘 마음 도처에 자리 잡고 있었지만 가보지 않은 길에서 겪을 현실적인 문제들과 생각처럼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그러나 깊은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하고 싶지 않았고) 두려움, 주변의 말에 쉽게 많은 것들을 포기했다. 


그리고 그렇게 포기하고 나면 편했다.

주변에서 하는 말이 맞겠지, 어른들의 말이 맞겠지, 현실을 생각해야지,
뜬구름 잡는 소리 그만하고 정신 차려야지, 이렇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아,
어떻게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살아.  




하면 보란 듯(누구에게?) 아주 잘해보고 싶었지만 확신이 없었고(당연한 거 아니니?) 이건 좋은 선택이 아니야 스스로를 설득하고 설득당하며 포기했다. 물론 그땐 포기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착실하게 월급 모아 결혼 자금 밑천을 만드는 게 현명하다고 믿었다.(심지어 결혼하고 싶은 생각도 없었으면서 착실하게 혹시 모를 미래를 대비했다. 현실을 갉아먹으며.)


나는 고작 그 정도의 인간이라 그런 거겠지만 지금에서야 드는 생각은 인간은 누군가의 말이나 들려주는 경험담으로 자신의 삶이 바꾸진 않는다. 자기가 직접 해봐야 깨닫고 후회가 없다. 그래야 뭐라도 하나 더 배우고 삶도 조금이라도 나은 쪽으로 흘러가는 게 아닐까 싶다. 




사십 가까운 시간을 이렇게 살아온 나라서, 내 아이가 어떤 새로운 것을 배우려 할 때 도전하려 할 때 가보지 않은 길을 가려고 할 때 ‘하지 마라!’ 하는 엄마 역할을 하는 게 내 속이 편할 거다. 내 마음속에 있는 실용이라는 저울, 현실이라는 무기를 들고 아이의 생각을 저울질하고 아이의 선택을 도마 위에 올려두려 하겠지.


그 마음과 생각을 꾹 눌러버리고 ‘그래 한 번 해봐라!’ 하는 엄마가 되어줘야지. 


결국 후회도 경험도 실망도 배움도 제 몫이지 내가 대신 살아줄 수 있는 인생이 아니니까.

그저 넘어지면 그 옆에서 같이 앉아 눈높이를 맞춰주고, 반짝이는 순간에 뒤에 서서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어줘야지.


와, 너 짱이다!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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