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공존 Feb 27. 2024

둘이서 트램폴린

둘이서 함께 뛸 수 있는 적절한 점프의 진폭


"그만, 그만 동백아-."

"쩜푸~!"


 층간소음의 공포 속에 따님께서는 집에서 매일 같이 점프점프다. 아랫집에는 할머니 한 분이 사신다. 관대하게도, 28개월이 된, 절정의 우다다의 시기를 잘 이해해주시고 있는듯하다. 이해해주시고 있는듯하다고 표현하는 이유는, 먼저 내려가서 인사를 하려고 했으나 초인종엔 응답이 없으시고, 먼저 찾아와서 문제제기를 하지도 않고 계시다. 그러니, 우리로서는 잘 보아넘겨주시고 계시다고 할 밖에.  그러든 말든 따님께서는 침대에서도 점프, 주방에서도 점프, 욕조에서도 점프다. 높은 곳에서 점프, 낮은 곳에서 점프, 평지에서도 점프.


 그런 따님이시라, 트램폴린을 아주 좋아한다. 요즘엔 키즈카페에 가면 거의 엄마 아빠의 존재만 인지하고 있으면, 10분은 예사로 혼자서 놀 정도다. 거의, 가장 먼저 트램폴린으로 가서 제 자리에서 방방방 뛴다. 물론 90센티를 갓 넘긴 작은, 28개월박이라 언니오빠들처럼 제대로 뛰는 수준은 아니다. 자기가 제어할 수 있는 수준에서 탁탁뛰는 그런 느낌이랄까. 


"아빠~. 이리 와~."


 그러다가, 아빠를 간혹 부른다. 혼자 노는 것보단 같이 노는 것이 훨 좋겠지. 그래서 내가 넙죽 트램폴린에 따라 올라가면, 90kg을 넘는 아빠와 15kg을 넘지 못하는 아이가, 같이 방방방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물론, 대부분의 키즈카페에선 자제를 요청하는 행동. 


그렇게 조심조심 함께 뛰어주며 놀다 보면, 아이의 두 손을 꼭 붙들고 함께 살짝 살짝 뛰는 것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님을 느끼곤 한다. 내가 조금만 힘을 더해도 아이의 몸이 휘청, 하며 앞뒤로 흔들리게 되고 내가 또 너무 힘을 빼서, 거의 뛰거나 말거나 수준으로 있으면 내가 있는 자리가 움푹 들어간 터라 트램폴린이 탄력을 잃고, 아기가 뛸 수가 없는 것이다. 아이와 둘이서 트램폴린은, 그렇게 아이와 함께 적절한 속도와 진폭으로, 함께, 호흡을 맞추며 해나가야 한다는 것을 내게 알려준다. 


 아이를 기른다는 것은 대개가 그렇다. 우리가 너무 크게 움직이면 아이의 작은 몸이 휘청 휘청. 우리가 움직이지 않으면 아이의 몸도 따라서 바닥에 머문다. 아이에게 맞추어 섬세하게 우리의 몸과 마음을 조정하는 그 일이 이토록 어려운 것이기에, 반드시 탈이 나는 모양이다. 육아는 행복이지만 자녀교육은 고역이고, 아빠의 무관심과 엄마의 열정, 독박육아라는 말 등이 세간에 나돈다. 


 양육이라는 불안함의 대지 위를 살아가며 아이의 작은 몸을 염려하지 않고 마음껏 행위할 수 있을 때까지는 20년, 30년. 몸과 마음이 무르익기를 기다릴 일이다. 그 전까지는 내내 흔들리는 트램폴린 위인 것처럼 마음은 매일같이 널을 뛴다. 어느 학교에 아이를 보낼지, 선행학습을 시킬지 말지, 지금 유행하는 이 사교육을, 권할지 말지. 아이쿠, 그놈의 학원비 덕분에 또 가계부가 적자라니.  이쯤이면 차라리 트램폴린이 아니라 안전한 평지에서만 아이를 놀리고 싶다. 안전한, 안정적인, 길이 확 보이는 그런 자녀교육을 하고싶다. 


 그러나 아이의 몸은 트램폴린을 벗어나기 마련이다. 운동장을 달리고 바다에 뛰어들고, 종이 바깥에 물감을 칠하는 것이 아이의 성장발달의 생리인 터라, 우리는 차라리 트램폴린의 안과 바깥을 구분하지 않는 것이 좋을지 모르겠다. 아이를 기른다는 것은 늘 출렁이는 하루하루를 견디는 것이고 그때쯤이 되면, 아이와 둘이서 트램폴린이 아니라 파도타기를 하는 꼴이 아닐까. 손을 잡아줄 수도 없고 최대한 가까운 해변에서, 아이가 파도에 잘 실려 돌아오기만을 바라는. 


 아이가 자란다. 나와 아내는 나이를 먹는다. 노화를 받아들여야 하는 몸을 이고 지고 사는 우리가 집에서 또 바깥에서 아이가 넘어지지나 않을까 다치지나 않을까, 늘 마음은 바쁘다. 지금 할 수 있는 일과 해야할 일을 고르는 것만으로도 벅찬 하루. 곧 다시 어린이집이 개학한다. 9시까지 꿀잠을 자고 밤 늦게까지 놀던 아이를 7시반에 깨워 밥을 먹이고 8시 남짓 된 시간에 등원을 시켜야 하니, 아이는, 원치 않게 트램폴린 위로 오른다. 우리는 어떻게 아이를 길러내야 할까. 고민은 이따금 트램폴린 위에 선 무거운 몸을 뛰지 못하게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삐빅 딸바보 입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