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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Mar 23. 2019

무엇을, 어디까지, 영화라고 할 수 있을까?

영화 <서치>로부터

작년 여름 국내 개봉한 아니쉬 차간티 감독의 영화 <서치>(2017)는 선댄스 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하며 일찍이 화제를 모았다. 선댄스에는 특히 최근 들어서 영화적인 새로운 시도가 돋보이는 작품들이 다수 출품되고 있는데, <서치>는 최초의 사례는 아니지만 컴퓨터 바탕화면 안에서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방식 덕분에 이목을 끌었다. 국내 개봉 당시 <서치>를 두 번 관람하게 됐는데, 한 번은 거의 맨 앞자리, 또 한 번은 거의 맨 뒷자리였다. 앞에서 볼 때는 정말 노트북을 얼굴 바로 앞에다 대고 눈 크게 뜨고 보는 듯한 피로감을 느꼈다. 한데, 과연 이 영화가, 극장에서 감상할 때와 집에서 감상할 때 관객에게 유의미한 경험의 차이를 가져온다고 할 수 있을까? 지금 생각으로는 이 질문에 대해 회의적이다. <서치>를 보는 관객은 '데이빗'(존 조)이 자신의 맥북과 아이폰을 사용하는 과정을 간접 체험하는 것에 가깝지, 사라진 딸을 찾아 헤매며 작은 소식 하나에 일희일비하는 그의 마음까지 공감하게 되는 것 같지는 않다. 영화의 시선은 바탕화면에 머무르지만 관객은 다만 그가 며칠간 무슨 일들을 겪는지 머리로 알 수 있을 따름이다. 어쩌면 '이것이 영화가 맞을까'라는 질문은 무의미하다. 그러니 우선 이렇게 적어야겠다. '극장용' 영화라기보다는 '컴퓨터용' 영화에 가깝지 않을까 여겨진다고. (2019.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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