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승주 작가 Feb 08. 2021

자원봉사의 교육적 기능

아이들과 랜선 세배 봉사를 하면서 나눈 이야기 

매년 어른신을 찾아 뵙던 명절 세배 봉사, 올해는 랜선 세배 봉사로


제주시자원봉사센터에서는 해마다 명절 때 세배 봉사를 했다. 청소년들이 주축이 되어 팀을 짜서 선물과 편지 등을 들고 가가호호 방문하였다. 세배만 하는 게 아니라 재롱도 떨고 선물도 드리고 같이 시간을 보내드리면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 할아버지 할머니 봉사를 하셨던 분들은 세배 봉사 때 웃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올해는 세배 봉사가 어려웠다. 그런데 비대면 랜선 세배 봉사로 봉사자를 계속 받았다. 손편지와 세배 영상을 보내주면 자원봉사자 분들이 전달하는 방식이었다. 세배 봉사의 중요한 의미가 그대로 유지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모처럼 밥상머리 대화로 타인의 고통 이해하기


밥상머리에서 랜선 세배 봉사 이야기를 꺼내기에 앞서 명절 때마다 남들보다 두 배로 더 슬프고 고통받는 분들이 있다는 사실을 아이들에게 알려주었다. 아이들은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였다. 명절 때는 먼 친척들을 만날 수 있다. 서울에 사는 하은이와 같이 낚시도 할 수 있고 올레길도 걸을 수 있다. 게다가 어른들에게 받는 세뱃돈은 즐거움 그 자체였다. 즐겁기만 한 명절이 더욱 슬픈 날이라는 사실에 조금 놀란 눈치였다. '상대적 박탈감'이라는 낱말도 새로 알았다. 다른 날이 아니라 유독 명절 때 더 슬픈지 아이들은 조금씩 이해했다. 세배 봉사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은 깨알 같은 글씨로 손편지를 썼고, 몇 번씩 NG를 내면서 세배 동영상을 만들었다.



교육 당국과 자원봉사 당국의 오래된 약속과 미세한 균열 


랜선 세배 자원봉사 신청을 하면서 위의 문구를 보고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청소년들은 봉사 시간 채우는 것이 때로는 피곤하고 짜증난 일일지 모르겠지만 그것은 교육 당국과 자원봉사 당국의 오래된 약속이었다. 자원봉사를 통해서 교육적 가치를 실현시킬 수 있다는 것은 일찍부터 잘 알려진 일이었기에 봉사시간으로 제도화시킨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기존의 '봉사시간' 기준의 자원봉사로는 현실의 문제를 감당할 수 없었다. 자원봉사 당국에서는 여러 가지 고민을 한 끝에 봉사시간 외에도 다양한 방식의 봉사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하지만 교육 당국에서는 봉사시간 이외의 봉사에 대해서는 동의해주지 않았다. 교육 당국의 관료적 특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번에 랜선 세배 봉사를 한 것도 1시간 자원봉사 시간이 부여되지만 이것은 학교 생활기록부의 봉사 시간에 반영되지 않을 수도 있다.


코로나 같은 엄중한 시국에는 조직의 유연성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교육 당국이 이 시국에도 경직된 모습을 보인다면 자원봉사 당국에 교육적 권한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교육의 가능성을 넓히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어쩌면 아이들은 학교에서 배운 것보다도 자원봉사를 하면서 더 크게 느끼고 배울 수 있다. 왜냐하면 자원봉사는 현장을 학교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자원봉사의 교육적 기능에 대해서 깊이 고민하게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범 내려온다'와 '집 간다'의 함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