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3일 화요일 갑진년 임신월 경오일 음력 8월 1일
누군가는 사랑은 찾아오는 것이라고 말한다. 또 누군가는 사랑은 쟁취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사랑은, 글쎄. 내가 겪어본 사랑은 어딘가에서 어느 순간 스며드는 것이더라.
처음엔 그게 사랑인 줄도 모르고 있다가 어느 순간 문득, 그렇구나. 이런 게 사랑이구나. 그렇게 깨달아버리는 무언가. 나는 왜 그토록 그를 사랑해야 했으며, 또 그는 왜 그토록 나를 사랑해야 했는지,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지만 그렇게 되어버린. 그런 게 사랑이더라.
어쩌면, 나의 사랑과 당신의 사랑은 서로 다른 양상을 보일 수도 있다. 당신이 기다림 끝에 사랑을 마주했는지, 수많은 노력 끝에 사랑을 쟁취했는지, 혹은 다른 어떤 방식으로 사랑을 시작했는지, 나로서는 알 수 없으니 말이다. 각자의 삶이 제각각의 양상을 보이듯, 각자의 사랑 또한 제각각의 양상을 보이는 건 당연한 이치다. 모든 이에게 적용되는 삶의 양식이란 존재하지 않을 터이니.
나의 사랑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왔다. 나 좋다는 사람을 그냥 만나봤던 게 나의 대부분의 연애였지만 그 짧은 만남이 썩 유쾌하지 않아 한참을 연애를 하지 않고 지냈다. "나는 연애 같은 건 잘 안 맞는 것 같아." 친구인 린과 이반이 서울에 왔을 때 했던 말이다. 이반은 자신의 애인 사진으로 만든 핸드폰 케이스를 보여주며 연애의 좋은 점을 실컷 이야기했지만 별 감흥이 없었다. 당시 이반이 나와 린을 이어주고 싶어 했다는 사실은 나중에 알게 된 거지만. 린하고는 가끔 연락해 시답잖은 이야기를 주고받는 친구로 남았다.
친구로 남기까지는 한참이 걸렸다. 나는 중학생 때 린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부터 그 앨 좋아했지만, 시간의 흐름 속에서 어찌저찌 엇갈린 채 몇 년을 보냈다. 다른 누군가와 연애를 하면서도 마음 한편에는 그 애가 있었다. 늘 팬로맨틱을 주장하던 나는, 나의 성향에 폴리아모리를 덧붙였다. 내가 사랑하는 모든 이들을 사랑하고 싶었다. 이 사람을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내가 좋아하는 저 사람에 대한 감정을 부정하고 싶지 않았다. 난 나의 감정에 솔직하고 싶었다.
한참이 지난 뒤, 나는 나의 성향에서 폴리아모리를 지워 보기로 했다. 지우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느껴 버렸다. 어쩌면 그건, 사랑은 아닌, 그저 좋아함의 영역이었던 건 아닐까. 폴리아모리 성향을 가진 누군가는 여러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지라도 난, 여러 사람을 좋아할 수는 있지만 사랑할 수는 없는 것 아닐까. 내 삶에 스며든 단 하나의 사랑이 나의 인지를 흔들어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