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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추꽃 Jun 12. 2019

남편을 내편으로 만드는 방법

처음 겪는 시댁, 신혼부부를 위한 팁

저와 남편은 결혼 후 남편과 첫 6개월동안 헤어지네 마네 할 정도로 크게 싸우기도 했었던 9개월차 신혼 부부입니다. 다행히 지금은 안정기가 찾아와 깨 볶으며 행복한 결혼생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시댁 때문에 고민이에요~’ ‘남편이 시댁 편만 들어요~’라는 신혼 고민 글을 볼 때마다 남일 같지가 않아 많이 안타깝습니다. 새로운 가족이, 특히 나의 부모님과 다른 성향을 보이는 부모님이 생기는 것은 순탄하게 소화하기 힘든 일입니다. 그래서(물론 저도 아직까지 노련하지 못한 신참이긴 하지만) 남편과의 잦은 다툼과 속앓이 끝에 제가 깨달은 바를 조금 적어보려고 합니다.


1. 그 어떤 상황에서도 남편의 자존심을 지켜주세요.


남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나에게 상처가 될 수 있듯 나의 말 또한 그를 무시하는 것처럼 들릴 수 있으며, 남자의 자존심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쉽게 다칩니다. 특히 시부모님의 요구사항에 대해 지적하는 말을 꺼낼 때에는 의도하지 않았던 포인트에서 그가 불쾌해할 만한 요소가 숨어 있을 때가 있습니다. 결국 하고 싶은 말은 ‘당신 부모님이 왜 이런 요구를 하시는지 모르겠다, 이러지 좀 않으셨으면 좋겠다’라는 내용의 말을 전달하려고 하는 거니까 오죽 어렵겠습니까.


최대한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포인트를 피하기 위해 괜찮은 방법은 우선 1. 존댓말 쓰기 2. ‘당신 부모님’이 아닌 ‘어머님, 아버님으로 칭하기’ 3. 예전에 문제를 잘 해결했던 것에 대해 우선 고마운 마음 표하기 4. 초점을 ‘나’에 맞춰서 상황 설명하기입니다. 마지막 4는 자기중심적으로 말을 하라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나’를 주어로 말하라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당신’이 그랬다, ‘부모님’이 그러셨다가 아닌 ‘그 상황에서 ‘내가’ 기분이 상했다’ 등의 표현이 이에 해당되겠습니다. 이것이 상대방에게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이 본인에 대한 공격으로 들리지 않도록 하는 것에 효과적인 것 같습니다.


자존심이 상해버린 남자는 치사해지고 억지를 부리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되면 처음 말을 꺼낸 여자도 감정이 상하기 때문에 그 순간부터 싸움이 시작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그러니까 아예 말을 꺼낼 때부터 각별히 주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2. 평소에 남편에게 사랑을 많이 주세요. 내가 주고 싶은 방식의 사랑이 아니라 정말 남편이 필요한 사랑, 본인이 사랑 받고 있다고 느낄 그런 사랑 말입니다.


저희는 연애 시절에 ‘5가지 사랑의 언어 테스트’를 해보았습니다. 인정하는 말, 함께하는 시간, 선물, 봉사, 스킨십, 이 5가지 중 각자 개인의 우선순위가 어떤 것인지 살펴 보는 것이지요. 저희 남편은 ‘인정하는 말’이 극단적으로 높게 나왔는데 이런 사람에게는 격려하는 말과 칭찬, 말 예쁘게 하는 것이 본인이 사랑 받고 있다고 느끼는 것에 큰 요소로 작용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저런 말을 듣지 못하고 지적만 받을 때 가장 기분이 상하게 되는 것이지요.


반대로 저는 ‘인정하는 말’이 다른 사랑의 언어보다 중요도가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실제로도 제가 거의 신경 안 쓰고 있었던 부분이었죠. 저와 다르게 자신에게 무언가를 해주는 것 보다(선물을 주거나, 기다려 주거나 등) 말을 예쁘게 하고, 본인이 잘 하고 있는 부분을 칭찬해주는 것이 압도적으로 중요했던 사람이었으니 남편은 저와 다툴 때 ‘자기가 잘하고 있는 것도 있는데 너무 몰아세운다’며 많이 억울해 했고 이것 때문에 싸움이 커졌던 것도 사실입니다.


제가 이 부분을 강조하는 이유는, 물론 너무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남편이 나로부터 사랑을 느끼고, 나를 사랑스러운 사람으로 봐주고, 본인이 나한테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지, 얼마나 본인을 의지하고 믿고 있는지, 얼마나 본인의 역할이 아내에게 필요한지를 마음으로 느껴야 아내 편이 되어 지켜주어야겠다는 마음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내 아내니까 어쩔 수 없이 들어줘야겠네 아니라 ‘사랑하는’ 내 아내니까 귀 기울여주는 남편이 되는 것이며 시댁과 의견이 상충하는 상황에서의 이 차이는 굉장히 큽니다. 남편의 사랑의 언어를 알아보세요.


3. 논리적으로 설명해야 합니다.


나는 이게 싫고, 왜 이걸 이렇게 하는 게 더 좋은지. 또는 왜 나는 이걸 못하는지. 대부분 시부모님께서 원하시는 것은 내가 생각했을 때에는 이해가 안되나 다 그 나름의 이유와 생각이 들어가 있는 요구입니다. 남편은 당연히 아들 입장에서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맞춰주고자 할 것이고요. 이에 대해 본인이 느끼는 감정만 설명하거나(싫다, 불편하다) 친구들한테 한탄하듯 ‘요즘 그러는 집이 어디있냐-‘ ‘친구들한테 물어봤는데 이건 좀 이상하다고 하더라’는 식의 말은 그것 자체로 이미 설득력이 떨어지고 그냥 싫으니까 안 하겠다는 기분 나쁜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습니다.


남편에게 논리적으로 내 상황을 설명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습니다. 내가 말을 꺼낼 정도로 불편한 것이라면 어쨌든 감정이 동요했다는 것이고, 이미 가만히 있는 남편이 일차적으로 이해 안되고 밉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래서 우선 건의 사항이 있으면(정말 급한 일이 아니라면) 며칠 혼자 시간을 가지며 감정을 다스리고, 주변에 조언도 구해보고, 남편을 어떻게 이해시킬지에 대한 고민을 굉장히 많이 합니다. 그림을 그리고 도표를 만들어 보기도 하고, 가상의 영희와 철수 이야기로 우리의 상황을 최대한 객관화 해보기도 했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친 후 ‘내가 어머님께서 그런 말씀을 하신 후에 요 며칠간 당신한테 어떻게 말을 꺼내야 감정이 상하지 않을까 하고 많이 고민했어~’ 하고 말을 꺼냈을 때 남편은 이것 만으로도 고마움을 느끼고 일단 들을 자세가 됩니다. 이런 고민을 혼자 하고 있는지 몰랐으니 조금 미안해하지도 않을까요.


그리고 중요한 것은 나의 불편함을 설명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내가 수용 가능한 범위 내에서, 내가 거절한 요구에 대한 대안 또한 제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시댁 요구사항 중 ‘그냥 하기 싫으니 다 포기하세요’로 해결 할 수는 있는 문제는 거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자식 된 도리를 요구하실 때는 그 빈도나 심도나 형태에 대해 조정이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죠. 나의 대안을 제시한 후 남편과 함께 상의해 나가며 조율하면 됩니다.


4. 종종 Self 칭찬을 해주세요.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나갈 때마다 ‘우리 부부’를 칭찬하라는 말입니다. 


‘우리 그래도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부모님 챙겨드려야 할 것은 빠짐없이 다 했어~ 회사도 다니면서, 추억도 쌓으면서, 자기개발도 해가면서, 주말에 야근도 했는데 이것까지 시간 내서 챙겨드리고 우리 정말 대단하다, 그지?’ 라는 식의 칭찬 말입니다.


많은 어른들은 10개 중에 8을 했으면 8에 대한 칭찬보다는 2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합니다. 그리고 보통 무언가를 챙기는 것이 ‘고마운 일’이라기보다는 ‘당연히 너희가 해야 할 일’로 여겨지기 때문에 감사의 말이나 만족의 말은 상당히 듣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렇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 부부가 스스로를 부족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입장에서 이것이 최선이라면, 우리 참 잘하고 있으며 참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고 남편을 격려해주는 것이 필요하며, 아내의 이러한 인정은 남편이 시부모님 앞에서 더 당당해질 수 있는 밑거름이 됩니다.


남편만 진정한 ‘나의’ 남편이 되어준다면 그 후에는 모든 것이 훨씬 수월해집니다. 반면 남편이 진정 설득이 되지 않았거나 마음이 나를 위해 동하지 않는다면 모든 것은 몇 배 어려워지겠죠. 그가 알아서 내 마음을 다 헤아리고 문제 해결을 해주었으면 좋겠지만, 그는 설명과 이해가 필요한, 나처럼 이 모든 상황이 처음인 사람입니다. 연애할 때는 어느 정도 내가 싫다고 하면 그것만으로도 이유가 되는 것들이 있었지만 결혼 후에는 단순히 내가 싫어한다는 것만으로 합당한 설명이 되지 못하는 것들 것 참 많습니다. 우리 모두 힘든 시기 잘 이겨내어 마음이 건강한 가족 꾸려내길 기대해 봅니다.



(그리고 예민한 이야기는 존댓말로 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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