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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신영 Jul 09. 2024

열 일한 하루

휴무일에 그냥 놀 수는  없어서...

휴무일엔 모임도 해야 하고

불러주는 친구를 만나러도 가야 하고 늘 바쁘다.

오늘은 모처럼 미뤘던 재봉일을 해볼까나?

우선 동대문 시장에 들러 레이스부터 사 오고

일을 시작해 보자.

집에 있는 여름 천으로 스카프 몇 장 만들어

모임에 나가 벗들에게 줄 선물용으로 준비해 놓고

며칠 전 주문해서 샀던 스커트를 내 몸에 맞게 고칠 생각을 한다.

여름엔 스커트를 입는 것이 시원하기도 하지만

출근을 해서 근무복으로 환복 하는 데는 바지를 입었을 때보다 스커트가 가장 편하기도 하다.

남들에게 속살을 보이지 않고 옷을 갈아입을 수 있어서 좋다. 원피스를 즐겨 입지만 갈아입을 땐 불편해서 스커트를  주문했다.

하지만 기장이 길다.

언제나 그렇다. 맞춤옷이 아니면 치마 길이나 바지 길이가 다 길다.

결혼 전까지 울 엄마는 동네에 있는 양장점에서 항상 옷을 맞춰 주셨다. 그 시절엔 동네마다 옷을 맞춰 주는 양장점이 있었다. 양장점에서 권하는 다양한 원단도 있지만 마음에 드는 원단을 시장에서 사다가 의상실에서 갖고 가서 맞추기도 한다.

작은 키에 사서 입는 옷은 잘 맞지 않았다. 품은 맞아도 소매가 길거나 바지를 사 입으면 길이는 잘라 내고 키에 맞춰야 했다. 요즘처럼 사이즈가 세분화되던 시절이 아니어서 그럴 수밖에 없었다.

배송된 스커트를 몸에 대어 보니 치마 길이가 발등을 덮는다.

그렇다면 잘라내고 단을 올려 입으면 되겠지만, 특징이 없네. 

뭔가 색달랐으면 해서 폭이 넓은 레이스를 사기로 한다.

머릿속으로 어떻게 고쳐볼까를 그려보며 멀고 먼 동대문 부자재 시장으로 향한다.

원하던 레이스와 하율이 원피스 만들 때 사용할 것과 앞으로 필요할 재봉실도 함께 사들고 들어 온다.

늦은 점심을 먹고 나서 작업 시작.

우선 스카프 만들고 남은 자투리 천에 알맞은 레이스를 달아 다리미로 다려 포장을 한다.

가끔 선물하고 싶은 사람이 있을 때 목을 보호하라며 주는데 엄청 좋아한다. 지하철을 타고 다닐 때 에어컨 바람으로 기침이 나거나 할 때 필요하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참 좋다.

스커트를 알맞게 잘라 내고 레이스를 달아 변화를 주고 나니 밤이 깊었다.

만족할만한 스커트로 변신을 시키고 나니 흐뭇하다. 또 비 오는 날 들고 다닐 에코백과 여행 때 필요한 파우치도 만든다. 에코백이야 몇 개 있지만 장맛비가 들쑥날쑥한 요즘, 방수천으로 만들어 내용물이 젖지 않도록 한다.

휴무일에 모처럼 재봉틀로 바느질을 하고 마음에 두었던 여러 가지를 만들어 완성한 오늘이다.

열 일 하고 나니 어깨가 뻐근하지만 뿌듯한 하루였다고 나 자신을 칭찬한다.

*photo by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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