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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덕현 Jul 28. 2018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4IR I.6] 4차 산업혁명 크게보기-6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의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 Digital Transformation)은 기업들에게는, 여전히 추상적 개념으로 보일 4차 산업혁명보다는 조금 더 구체적이면서 현실적 주제일 것이다. DX는 선도기업들을 중심으로 이미 많이 진전된 상태이기에 이것을 명확하게 이해해서 올바른 전략을 수립하고 지속적으로 실천함으로써 기업경쟁력을 높이는 일은 너무나 중요한 과업이다.

   트랜스포메이션은 trans+form 즉 ‘형태를 바꾼다’는 의미로 변화, 변환, 전환 등으로 번역되는데 DX는 통상 ‘디지털 변혁(變革)’으로 번역, 사용되고 있다. 혁신은 일반적으로 속도에 따라 점진적 진화(evolution)와 급진적 혁명(revolution)으로 나눈다고 보면 DX는 ‘매우 빠른 변화’라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DX에 대해 국내/외 컨설팅업체나 전문가들이 여러 가지 정의를 제시하였고 많은 사례도 소개되고 있다(참조: http://digitalretail.co.kr/-지금-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digital-transformation인가1/). IBM(2011)은 DX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서 소비자와의 상호작용과 고객과의 협업을 향상함으로써 고객가치제안을 재정립하고 운영모델을 변환하는 것’이라 하였다. 참고로 ‘고객가치제안(CVP: Customer Value Proposition)이란 기업이 고객/소비자에게 제시하는 가치, 구체적으로는 제품/서비스와 거기에 담아서 전달되는 가격, 품질, 디자인, 그리고 구매-소비 과정의 경험 등을 모두 합친 것이다. MIT & Capgemini Consulting(2011)은 DX를 ‘기업이 보유한 전략적 자산에 대한 디지털화 투자를 통해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였다. ‘디지털 자산’이란 영업사원, 제품/콘텐츠, 파트너 네트워크, 고객 지식, POS & 유통채널, 제품 혁신, 브랜드, 조직문화 등 디지털화가 가능하고, 필요한 모든 자산을 가리킨다. IDC(2015)는 DX를 ‘기업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제품/서비스를 창출하기 위해 디지털 역량을 활용함으로써 고객 및 시장(외부 생태계)의 파괴적인 변화에 적응하거나 이를 추진하는 지속적 프로세스’라고 하였다.

   결국, DX란 기업활동의 투입요소(: 물적, 인적, 금전적, 지적 자산 등 input), 산출물(: 제품/서비스 같은 output), 프로세스(: 조달-생산-유통, 경영관리/사무) 등을 디지털화 함으로써 시장기회를 창출하기 위한 전략과 실행방안을 가리킨다. 덧붙여서 DX는 기업 내/외부 이질적 요소들의 시너지 창출 여부에 따라 성과가 달라지므로 디지털 리더십과 기업 내부 임직원은 물론, 외부 파트너들의 디지털 역량이 확보되어야 한다. DX는 개별 기업의 과업일 뿐만 아니라 산업, 나아가 Industrie 4.0처럼 국가 차원의 과제가 된다. OECD의 ‘Going Digital’(http://www.oecd.org/going-digital/) 사업은 DX에 의해 나타날 국가 차원의 경제/사회 변화(예: 산업구조, 고용구조, 생활양식, 역기능)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노력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진화 과정

   IBM은 DX가 1990년대 말부터 지금까지 3단계에 걸쳐 진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1단계(즉, 디지털 상품과 기반 구축 단계)는 1990년대 말, 음악, 엔터테인먼트 분야를 중심으로 디지털 상품이 출시되고 기업 내부에 디지털 인프라가 구축된 시기를 가리킨다. 2단계(즉, 디지털 유통 및 웹 기술 발전 단계)는 2000년대 초 인터넷이 대중화되면서 전자상거래, e-비즈니스, 전자정부 등이 확산된 시기를 가리키며, 3단계(즉, 비즈니스 모델의 디지털 전환 단계)는 2010년대 초 모바일, IoT, AI 등 디지털 기술 발전에 따라 기업 및 산업 전반의 변혁이 확산된 시기를 가리킨다. 즉, DX는 2010년대 이후의 디지털 혁명을 가리키는 용어이다.

   Shahyan Khan은 스톡홀름대 석사 논문(2016년 봄)에서(필자가 잘 못 이해했기에 2019. 4. 20에 이를 정정함) Wikipedia에 의하면 디지털 혁명은 디지타이제이션(digitization 즉, conversion-변환), 디지털라이제이션(digitalization 즉, process-거래), 그리고 DX(즉, effect-결과) 등 3단계로 진전되었다. 디지타이제이션은 아날로그 데이터를 디지털 데이터로 변환함으로써 역량(competence)을 갖추는 단계를, 디지털라이제이션은 디지털 프로세스를 적용(usage)하는 단계를, DX는 그 결과 확보된 디지털 문해력(literacy)에 의해 경제/사회 전반에서 변혁이 일어나는 단계를 가리킨다. 어린아이가 가정과 학교를 통해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등을 자유롭게 구사하게 되는 것처럼 기업이나 사회가 여러 가지 디지털 기술을 목적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 활용할 수 있는 능력 즉, ‘디지털 문해력’을 갖추게 되었다는 것이다. 디지타이제이션은 문서, 그림, 영상, 소리 등을 디지털 데이터로 변환하는 것을 의미하며 사실상 1960년대 말에 시작되었다. 디지털라이제이션은 1980년대 말에 시작된 프로세스의 디지털화(예: 자료 교환/공유의 온라인화), 이어 등장한 서비스의 디지털화(예: 중개/컨설팅/교육/상거래 등의 온라인화), 물리적 제품의 디지털화(예: 전자책, 음악/영화 다운로드), (순수) 디지털 상품 거래(예: 백신 SW, 음악/영화 스트리밍, SMS 티켓) 등이 포함된다. Khan(2016)은 디지털라이제이션의 결과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시작되었다고 하였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기술혁신과 비즈니스 모델 혁신

   DX는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라 가깝게는 인터넷이 상용화된 1990년대 초부터, 멀리는 컴퓨터가 단순한 계산기계가 아닌 정보처리장치로 활용되기 시작한 1960년대 말부터 시작된 셈이다. DX가 새삼 관심의 대상이 된 것은 2010년대 초부터 나타난 두 가지 변화 즉  ① AI, 로봇, 3D 프린팅 등 디지털 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②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시장을 파괴하는 혁신기업의 등장 때문이다. 그 결과, 전통산업은 일종의 수비전략으로 ‘디지털 전환’을 모색하게 된 것이다. 

   DX를 촉발한 ‘디지털 기술 목록’은 전문가/기관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중요한 것은 목록 그 자체가 아니라 어떤 기술이든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이고 기술과는 상관없이 비즈니스 모델 혁신만으로도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이다. DX 기술로 IDC는 IoT, 인지/AI 시스템, 차세대보안, 3D 프린팅, AR/VR, 로봇 등을 꼽았고, WEF는 센서, RFID/NFC, M2M 통신, 로봇, 3D 프린팅, 드론, 블록체인/암호화폐, VR/AR, AI/인지 컴퓨팅, 머신/딥 러닝, 자율주행차량, 소셜미디어 플랫폼 등을 꼽았다. IT 컨설턴트인 Bob Lewis는 “중요한 점은 항상 다른 기술이 있다는 것이다. 정해진 기술 목록을 두고 그 관점에서 디지털 비즈니스 전략을 정의한다면 핵심을 완전히 놓치는 것이다. 기업의 역량을 누구보다 먼저 활용한다면 아주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고 경쟁업체가 선수를 친다면 큰 위협에 직면하게 된다. 따라서, 정말 중요한 것, 즉 회사가 어제는 못했지만 내일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집중해야 한다”라고 하였다(출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관한 5가지 오해’ in 2017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가이드, IDG).

   비즈니스 모델(BM: Business Model)이란 한 마디로 기업이 사업을 수행하는 방식을 글이나 도표로 설명한 것을 가리킨다. 어떤 기업이든 명시적으로든 암묵적으로든 BM을 갖고 있고, BM을 기반으로 매일매일 비즈니스를 실행하고 있다. BM에는 기업이 누구를 대상으로(‘목표시장’), 어떤 제품/서비스(‘가치제안’)를, 어떻게 만들고(‘운영방식’), 어떻게 판매하며(‘유통방식’), 어떤 방식으로 수익을 얻는지(‘수익모델’과 ‘원가구조’), 또 제품/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어떤 기술/자원/파트너를 활용하는지(‘공급역량’) 등이 포함된다. 비즈니스 모델 혁신(BMI: BM Innovation)이란 BM의 구성요소 중 일부 또는 전부를 재정의함으로써 기업가치를 높이려는 노력이다. 비기술(non-tech) 혁신이라 할 수 있는 BMI는 대다수 기업들이 오랜동안 집중해 온 기술혁신보다 성과는 2배 이상이면서 효과는 더 오래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기에(IBM, 2006; BCG, 2008) 2000년대 중반 이후, 선도기업들의 큰 관심사가 되어 왔다. 오늘날 여러 가지 점에서 벤치마킹 대상으로 꼽히는 기업들, 예를 들면, 구글,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GE, 지멘스, 아디다스, 월마트, 델, 인텔, 시스코, 질레트, 이지젯, 할리 데이비슨, 로컬 모터스, Whole Foods, 스타벅스, 버버리, 우버, 에어비앤비, 골드만삭스, 위뱅크, 존 디어, 듀폰 등은 모두 BMI에도 성공한 기업들이다. 한 마디로 DX는 어떤 기술이든 상관없이 자신이 확보-구사할 수 있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거나 BM을 혁신하는 것, 두 가지 중 하나 또는 전부를 효과적으로 추진하는 전략이며 실행방법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추진전략과 실행

   기업의 DX는 결국 ‘디지털 데이터/정보를 활용해서 제품/서비스자산(즉, 내부 직원, 협력 파트너, 장비/설비, SW 등), 그리고 이들 간의 상호작용(예: 연결/거래/협업 프로세스)을 혁신하는 작업’이다. IBM(2011), MIT & Capgemini Consulting(2011), IDC(2016), WEF & Accenture(2016) 등의 자료를 종합해 보면, DX는 구체적으로 아래 구성요소들을 혁신하는 활동이라 할 수 있다.

  (1) 디지털 리더십 (‘Who’): 디지털 거버넌스(즉, 조직구조, 의사결정 절차/제도) 구축, 성과 측정/평가 방식, 디지털 조직문화 조성 등

  (2) 디지털화 대상 (‘What’)

    (2.1) 가치제안 (예) 제품/서비스 (개선/enhance, 확장/extend, 재정의/redefine), 고객경험 (고객이해, 고객접점 개선)

    (2.2) 유통방식 (예) 목표시장 재정의, 유통채널 개선, 고객지원 개선

    (2.3) 공급역량 (예) 신기술, 외부 파트너, 내부 직원, 디지털 자산 등 역량 향상

    (2.4) 운영방식 (예) 조달-생산-납품 방식 (창출/create, 활용/leverage, 통합/integrate)

  (3) 디지털 역량 (‘How’): 데이터/프로세스 통합,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업무-IT 통합, 고객 주문/욕구에 부합하는 솔루션 도출


   위 구성요소들에 대해 여기에서는 몇 가지만 간단히 보충설명을 하고자 한다. ‘디지털 거버넌스’는 디지털 기술이 제공하는 기회를 이해, 포착할 수 있는 임원(CDO: Chief Digital Officer)을 중심으로 기업에 알맞은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실행하면서 성과 여부에 따라 투자 대상과 방식을 조정해 가는 경영관리체제를 가리킨다. ‘가치제안’ 혁신은, 농업용 굴삭기 제조업체 경우, 굴삭기에 센서를 부착해서 토양의 상태를 미리 파악하는 식의 기능 ‘개선’, AI와 로봇을 부가해서 지능화/자동화 작업 범위를 ‘확장’, 굴삭기 원격정비 서비스 비즈니스 진출 식으로 업(業)의 ‘재정의’ 등을 가리킨다. ‘유통채널’ 개선의 예로 소비자/고객에게 여러 개의 접점(예: 오프라인 매장, SNS, 모바일 앱)을 제공하는 멀티채널, 독립된 채널들을 연결하는 크로스채널, 그리고 고객/소비자가 어떤 채널을 통해 주문/제안을 해 오든 관계없이 기업 내부 정보시스템 통합을 통해 일관화 된 대응을 해 주는 옴니채널 등이 있다. ‘고객지원’ 개선의 예로 화장품을 구입하기 위해 매장을 방문한 소비자에게 AR/VR을 이용한 가상 메이크업을 해 준다든지, 온라인 쇼핑 사이트에서 AI와 빅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맞춤/개인화 상품을 추천해 준다든지 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운영방식’ 혁신은, 자동차 제조업체 경우, 고객의 주문이나 변경 요구를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접수, 처리하는 식의 새로운 서비스 ‘창출’, A/S 전담업체가 축적해 둔 정비유지 이력(빅데이터)을 신제품 개발에 ‘활용’, 자동차의 생산-판매-유지보수 관련 수명주기 데이터를 모든 협력업체들이 공유함으로써 가치사슬 ‘통합’ 실현 등을 가리킨다.      


   결론적으로, 4IR과 DX은 같은 것도 아니고 다른 것도 아니다. DX는 개념 측면에서는 4IR의 부분집합으로 공통점도 있고 몇 가지 차이점도 있다. 즉, 두 가지는 2010년 대 초반 이후, 급속히 발전된 디지털 기술이 촉발하고 있는 기업/산업의 커다란 변혁을 설명한다는 점에서는 별 차이가 없다. 다만, 4IR은 가상계와 물질계(즉, IT와 OT)의 융합에 의한 제조혁신으로부터 전 산업의 혁신으로, 나아가 생명계를 포함한 전 인류의 문제 해결로 확장된 개념임에 반해, DX는 여전히 IT 공급자 관점에서 제조업, 서비스업, 농축산임업 등 산업의 변혁을 다룬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한편, 4IR은 IT 수요자인 독일의 전통산업(예: 지멘스, 보쉬)에서 제기되어 WEF가 발전시킨 개념임에 반해, DX는 IT 공급자인 미국의 컨설팅업체와 대학(예: IBM, MIT, IDC 등)이 주축이 되어 발전시킨 개념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런 점에서 보면, DX는 종래의 ‘IT 융합’ 내지 ‘SW 융합’에 신기술 목록이 추가된 것일 뿐이다. 4IR 논의에서는 IT, BT, NT 등 기술융합과 그 결과로 나타나는 경제/사회의 긍정적/부정적 영향을 다루고 있지만, DX 논의는 개별기업 및 산업 내 경쟁구도의 변화에 머물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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