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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덕현 Jul 05. 2018

4차 산업혁명 관련 가설/이론들

[4IR 1.2] 4차 산업혁명 크게보기-2

   WEF과 클라우스 슈밥이 본격 제기한 4차 산업혁명론의 의미를 정확하게 구명하기 위해서는 먼저 인류문명 발전 단계/과정, 그중에서도 정보혁명 또는 디지털혁명과 관련된 기존의 여러 가지 가설/이론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서는 그중 몇 가지의 핵심 사상을 등장 순서에 따라 간략히 소개한다.


 ● 1973년, 미국의 사회학자/하버드대 교수로 「이데올로기의 종언(1960)」의 저자인 다니엘 벨(Daniel Bell)은 「탈(脫)산업사회의 도래(The Coming of Post-Industrial Society)」에서 전체 산업에서 제조업의 비중과 종사자 수가 줄어들고 서비스업의 비중과 종사자 수가 늘어나는 변화에 주목하였다. 탈산업사회는 (1) 제품 생산 위주에서 서비스의 비중이 커지고 (2) 물적 자본에 기반한 혁신이 지적 자본 중심의 혁신으로 바뀌며 (3) 전문직 내지 기술직('테크노크라트')이 부상하게 된 사회를 가리킨다. 탈산업화는 전 세계적으로는 1970년대 이후에 시작되었지만, 미국에서는 GDP에서 서비스업의 비중이 35%를 넘어선 1940년대에 시작되었다.  


 ● 1980년,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는 「제3의 물결(The Third Wave)」에서 인류문명의 발전과정을 제1의 물결(즉, 농업혁명), 제2의 물결(즉, 산업혁명), 제3의 물결(후에 정보혁명으로 규정됨) 등으로 구분하였다. 2006년, 토플러는 「부의 미래(Revolutionary Wealth)」에서 부(富)를 창출하는 수단이 유형이면서 한도가 있는 노동과 자본을 거쳐 무형이면서 무제한인 지식/정보로 변화됨에 따라 사회시스템 전반의 변혁이 일어나고 있다고 하였다. 후에 그는 생명공학, 우주공학(속도와 공간의 혁명) 등의 발전에 따라 제4의 물결이 등장할 것이라고 하였다.


 ● 1993년, 경영 컨설턴트인 메이나드 & 메르텐스(Maynard & Mehrtens)는 「제4의 물결(The Fourth Wave)」에서 제3의 물결에 이어 세계관의 7가지 큰 변화 즉, 영적(spiritual) 자각, 과학만능주의에 대한 각성, 새로운 권위/권력의 원천으로 인간 내면의 중시, 사회의 정화(淨化), 물질주의의 퇴보, 정치 및 경제 분야에서 민주주의 확산, 국가주의의 초월 등이 나타날 것이라 하였다. 그들은 인류가 당면하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기술, 경제, 사회 변혁의 방향(예: 적정기술의 활용, 공익을 추구하는 기업 증가, 경쟁보다는 협력 추구 등)을 제시하였다.


 ● 2002년, 하원규・김동환・최남희 등은 「유비쿼터스 IT 혁명과 제3공간」에서 인류문명의 발전과정을 공간(space) 혁신 관점에서 도시혁명, 산업혁명, 정보혁명, 유비쿼터스 혁명의 4단계로 구분하였다. ‘도시혁명’은 분산되어 있던 인간의 활동영역이 도시로 집중된, 즉 물리공간이 축소된 혁명이며, ‘산업혁명’은 도시라는 한정된 물리공간이 공장, 시장, 회사, 가정 등 전문화된 공간으로 분화(分化)된 혁명이다. ‘정보혁명’은 물리공간(즉, 현실세계)과는 별개의 전자공간(즉, 디지털세계)이 등장한 혁명이며, ‘유비쿼터스 혁명’은 물리공간과 전자공간이 하나가 된 혁명이다. ‘유비쿼터스(ubiquitous)는 ‘도처에 존재하는’이란 의미의 형용사로 초소형 컴퓨터와 센서, 그리고 이들을 연결하는 광대역(broadband)/무선(wireless) 통신망이 일상생활 속의 사물에 내장되거나 부착된 환경을 가리킨다.


 ● 2005년, 앨 고어 부통령의 연설문 보좌관 출신으로 미래학자인 다니엘 핑크(Daniel Pink)는 「새로운 미래가 온다(A Whole New Mind)」에서 정보시대 이후의 세상을 개념시대(Conceptual Age)로 규정하였다. 인간의 좌뇌가 주관하는 이성(理性)과 과학기술이 만들어 낸 high-tech 시대(즉, 정보시대)는 우뇌가 주관하는 high-concept(개념/통찰)과 high-touch(감성/공감) 시대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개념시대에 필요한 인간 역량(skill)으로 우뇌가 주도하는 디자인(design), 스토리(story), 조화(symphony), 공감(empathy), 놀이(play), 의미(meaning) 등을 꼽았다. 이들 6가지 역량은 좌뇌가 주도해 온 기능(function), 논증(argument), 집중(focus), 논리(logic), 진지함(seriousness), (사실의 단순한) 집적(accumulation) 등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 2005년, MIT 출신의 천재적 발명가, 컴퓨터과학자, 미래학자로 2012년부터 구글의 이사로 일하고 있는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은 「특이점이 온다(The Singularity is Near)」에서 GNR 혁명의 도래를 예견하였다. 즉, 유전학(Genetics), 나노기술(Nano-tech), 로봇공학(Robotics) 등의 발전으로 인류는 2045년경 특이점(The Singularity)에 이르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특이점이란 일반적으로는 새로이 나타난 현상을 기존 이론이나 지식으로 설명할 수 없게 되는 지점을 가리키는데 ‘기술적 특이점’은 기계 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초월하는 시기를 가리킨다. 참고로 인공지능(AI)은 그 수준에 따라 알파고처럼 특정 문제 해결에 전문화된 약(弱) 인공지능(ANI: Artificial Narrow Intelligence), 모든 영역에서 인간 수준인 강(强)/범용 인공지능(AGI: ~ General ~), 그리고 인류 전체의 지능을 초과하는 초(超) 인공지능(ASI: ~ Super ~) 등으로 구분한다. 커즈와일은 2029년에 AGI가, 2045년에 ASI 등장 가능한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 2006년, 이어령 전 장관은 「디지로그」에서 디지털이 중심이 된 정보시대는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새롭게 결합된 시대 즉, 후기정보시대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디지로그’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비트(bit)와 아톰(atom), 클릭(click)과 브릭(brick), 가상공간과 현실공간, 정보의 흐름과 물자의 흐름 등 대립관계였던 두 체제가 발전적으로 해체되어 새롭게 창조되는 것을 가리킨다.


 ● 2010년, Wired지의 편집장을 역임했고「롱테일(Long-tail) 경제학(The Long Tail)(2006)」의 저자인 크리스 앤더슨(Chris Anderson)은 Wired지 기고에서 ‘Bit에 기반을 둔 정보혁명Atom에 기반을 둔 새로운 혁명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하였다. 2012년에 출간된 ‘Makers: the New Industrial Revolution’에서 그는 ‘디지털 제조에 힘입은 메이커(운동)제3차 산업혁명의 중심이 된다’고 하였다. ‘디지털 제조(Digital Manufacturing)’는 오픈소스 HW를 이용한 디자인과 3D 프린터 등을 갖춘 소규모 공장(micro factory)에서 맞춤/개인화 생산을 구현하는 것이 핵심개념이다.


 ● 2011년, 미국의 경제학자, 사회학자로 노동의 종말, 소유의 종말, 수소혁명 등을 저술한 제러미 리프킨(Jeremy Rifkin)은 「제3차 산업혁명」에서 인류문명의 커다란 변혁은 에너지, 동력장치, 커뮤니케이션/네트워킹 방식 등 3가지 핵심요인의 혁신에서 비롯된 것으로 설명하였다. 즉, 석탄+증기기관과 인쇄술이 1차 산업혁명(1760년대)을, 석유+내연기관과 전신/전화 등이 2차 산업혁명(1860년대)을, 재생에너지+수소저장장치와 인터넷이 3차 산업혁명(1990년대~)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리프킨은 3차 산업혁명은 스마트폰(2007), 딥러닝(2011),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 분자생물학(Molecular Biology), 3D 프린팅(Additive Manufacturing 또는 적층제조), 드론 등의 발달에 힘입어서 2050년쯤 성숙 단계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리프킨은 2017년, 한 인터뷰(http://news.joins.com/article/21929695)에서'4차 산업혁명은 잘 못 된 표현이다'라고 한 바 있다.


 ● 2014년, MIT대 경영대학원(디지털비즈니스센터)의 에릭 브린욜프슨(Erik Brynjolfsson) & 앤드루 맥아피(Andrew McAfee) 교수는 「제2 기계시대(The Second Machine Age)」에서 인류는 역사상 두 번째의 변곡점(inflection point)을 맞고 있다고 하였다. ‘제1 기계시대’란 18세기 중엽, 증기기관에서 비롯된 기계장치가 인간과 소, 말 등 가축의 근력(muscle power)을 보강한 시대를 가리킨다. ‘제2 기계시대’는 인공지능과 로봇 등이 인간의 정신적 능력(mental power)을 보강한 시대로 이는 기하급수적, 디지털 기반, 조합적(combinatorial) 혁신의 결과라고 하였다. ‘기하급수적 혁신’은 인텔의 공동설립자인 고든 무어가 1965년, ‘반도체의 성능이 2년마다 2배가 된다’고 한 무어의 법칙(Moore’s Law)을 근거로 한다. ‘디지털 혁신’은 물적 자산이 아닌 지적 자산의 접속-공유에 의한 혁신을 가리킨다. ‘조합적 혁신’이란 완전히 새로운 아이디어가 아니라 기존 기술/지식을 창의적으로 조합한 결과로 ‘융합’과 일맥상통하는 개념이다. 그들은 제2 기계시대의 특징으로 ‘극심한 디커플링(decoupling)’ 즉, 일자리와 소득의 비동조화(非同調化)와 승자독식의 경제-사회체제가 등장할 것이기에 교육혁신을 통해 기계와 인간의 공생-협업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하였다. 또한, 그들은 ‘IT가 경제성장에 기여한 바가 미미하다’는 전통 경제학자들(예: 노스웨스턴대 로버트 고든 교수)의 주장에 대해 물질자산 중심의 기존 이론/모형이 IT가 창출한 지적 자산의 가치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반박하기도 하였다.


   위와 같은 여러 전문가들의 견해를 종합한 결과, 필자는 ‘이미 시작된 거대한 변혁’의 의미를 아래와 같이 정리하고자 한다.

정보혁명을 전통적 컴퓨터 하드웨어(HW), 소프트웨어(SW), 정보통신망을 중심으로 한 정보(통신)기술(IT)에 의해 촉발된 변혁으로, 디지털혁명디지털 기술 즉, 종래의 IT에 센서와 액튜에이터(actuator, 구동장치)를 포함한 기기(device), 기법(method), 시스템, 애플리케이션 등이 추가된 기술이 만들어 내는 변혁으로 각각 정의한다 (참조: http://www.dictionary.com/browse/digital-technology).

- 2000년대 말까지 진행된 유선 인터넷과 데스크톱 PC 중심의 정보혁명은 무형이면서 확대재생산이 가능한 지적 자산을 생산, 유통, 소비하는 경제체제를 확산시켰고 그에 따라 인류는 정치, 사회, 문화 등을 포함한 사회시스템 전반에서 커다란 변혁을 맞게 되었다.

-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무선 인터넷과 모바일/스마트 기기가 보편화됨에 따라 사람이나 사물을 상시(常時) 연결하고(connect), 인식해서(aware), 구동시킬 수 있는(active) 유비쿼터스 혁명이 확대되었다. 한편, 수십 년 동안 연구 단계에 머물러 있던 인공지능(AI), 유전자공학, 나노기술, 3D 프린팅 등이 타 분야 기술과 융합되면서 매우 빠르게 실용화 단계에 진입하게 됨에 따라 새로운 국면의 혁명을 맞게 되었다. 여러 전문가들은 이를 3차 산업혁명, 4차 산업혁명, 융합혁명, GNR 혁명, 제4의 물결, 개념시대 등의 이름으로 부르고 있는 셈이다.  

- 디지털혁명은 신기술이 제공하는 엄청난 기회를 만들고 있는 반면, 경제, 사회 측면에서 커다란 위협요인도 내포(內包)하고 있기에 인류의 지혜로운 대처가 필요하다. 즉, 기술 중심이 아니라 사회 내지 인류 발전 측면에서 신기술의 개발과 활용을 관리, 제어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하이터치(즉, 통찰과 감성)와 정신문화가 중심이 되는 가치관의 재정립, 이해관계자의 협력 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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