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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코타운 Sep 08. 2017

드론으로 본 대관령 안반데기의 늦여름

고랭지 채소와 풍력발전의 조화로운 만남

강원도 강릉은 커피와 맥주의 고장으로 불립니다. 테라로사와 보헤미안 커피숍이 있는 곳으로,  그곳에서 맛보는 드립 커피는 세계 제일이라 할만하죠. 요즈음 또 수제 맥주의 고장으로 유명세도 타고 있습니다. "알쓸신잡" 강릉 편에 "버드나무 브루어리"가 등장하기 전부터 이곳은 '맥덕'들에겐 이미 유명한 곳이었죠. 이곳의 스토리는 아마 제가 가장 잘 소개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지만 오늘은 사진으로 본 대관령 안반데기입니다.


안반데기의 배추밭


제가 청춘을 보내던 시절엔 강릉 하면 바다와 낭만을 떠올렸습니다. 또 그 시절에 많은 사람들은 대관령 하면 고랭지 배추밭을 떠올렸을지도 모릅니다. 김장철마다 뉴스에 등장하곤 했었죠. 하지만 그 당시엔 그리 많은 사람들에게 그 풍경이 알려지진 않았습니다. 안반데기에 갈 마땅한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죠. 물론 지금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드론으로 본 안반데기, 저녁노을이 지고 있다.


사진으로만 보던 그곳, 화면으로만 보던 그곳을 한번 방문하고 싶었습니다. 하늘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어떨지 사뭇 기대가 되었기 때문이죠. 광활하게 펼쳐진 배추밭과 어우러진 우람한 산새, 그리고 멀리 보이는 동해바다까지 대관령은 그런 곳입니다. 맑은 날은 바다가 산만큼 높게 보이는 그런 곳입니다.


밑에서 보는 풍경과는 다르게 하늘에서는 구름이 카메라의 시야를 가린다.


대관령은 굳이 드론이 필요 없었습니다. 이미 너무 높아서 주변의 산들이 어깨너머로 보이니 말이죠. 드론의 고도를 올리니 휙~휙~ 지나가는 구름이 오히려 앞을 가립니다. 아래에서 볼 때 구름은 멋있는 배경이지만 이 고도에서는 장애물일 뿐이죠. 시시각각으로 풍차의 날개가 구름 사이로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합니다. 여름 끝자락이지만, 이곳은 이미 쌀쌀한 가을이 온 듯 한기가 느껴집니다.


양배추밭과 멍에의 전당, 그리고 풍력발전소(DSLR)
멍에의 전당, 명예의 전당으로 읽었었다. 그렇지만 취로사업을 통해 사람들의 손으로 쌓아올린 작은 돌성이다.(드론)


최고의 풍경은 "멍에의 전당"에 올라서 바라본 안반데기입니다. 뒤쪽으로는 동해가 아득히 보이고, 앞쪽은 풍력발전기를 배경으로 배추밭이 끝없이 펼쳐져 있습니다. 항상 느끼지만 고도가 달라지면 관점도 달라집니다. 드론은 이럴 때 쓸모가 있죠. 우리가 보지 못한 풍경을 보여주니 말입니다.


양배추밭과 풍력발전소


이곳에 가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강릉으로 들어가는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보면 좌측으로 거대한 풍차가 보입니다. 처음은 양떼목장 쪽이고, 그다음이 안반데기입니다. 대관령 IC나 강릉 IC에서 나와서 30-40분을 산길을 올라가면 안반데기에 다다릅니다. 길이 가끔 가파르긴 하지만 예전과는 달리 포장이 잘되어있어서 접근은 어렵지 않습니다.



안반데기에는 커피집도 있고, 또 전망대도 있습니다. 차를 세워두고 트래킹을 해도 참 좋을 것 같았습니다. 구름 위를 걷는 느낌이 살짝 들지도 모릅니다.


평소엔 심각한 이야기를 많이 섰지만, 오늘은 가볍게 사진으로 대신합니다. 드론의 각도로 바라 본 대관령 안반데기입니다.


운이 좋았다면 화려한 저녁노을을 볼 수도 있었겠지만, 이 정도에서 만족해야 했습니다.


이 가을 강릉을 들르신다면, 대관령에서 커피 한잔의 여유와 가벼운 구름 속 트래킹을 즐겨보면 어떨까요? 겨울이면 김장이 되어 우리 식탁을 풍성하게 만들어 줄 광활한 고랭지의 배추를 바라보면서, 농부들의 삶을 기억할 수도 있겠죠. 동해가 대관령 만큼 높게 보이는 그런 풍경을 마주치는 행운이 함께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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