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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 씨 May 04. 2024

빨래 하나도 못하는 백수 X끼

목차4. 빨래? 껌이지 Tlqkf

'하하 전 요리 배우러 대구 올라왔어요ㅎㅎ'

'취업준비하고 있습니다'

대구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쓰는 나의 단골멘트..

이걸 내뱉으면서 양심의 가책을 느낄 때가 많았다.

사실은 공부도 하나도 안 하고 흐지부지하는데

열심히 하는 척,제대로 하는 척하며 갓생 사는 척 연기를 해왔기 때문이다.

남들이 보면 갓생 처럼 보일 수 있다. 나도 뭐 인생을 대충 산건 아니니까


잡담은 여기 까지만 하고 본 얘기를 하자면 나는 미루는 것을 엄청 싫어한다.

근데 모순적인 게 또 미루는 건 잘한다. 그러고 후회한다.

도대체 왜 후회를 할까?

이미 수많은 방황 속에서 후회하고 자책하면서 후회는 수없이 많이 했는데 말이다.

후회에 대해서 자꾸 생각하니 나도 풀지 못하는 수수께끼를 나한테 계속 던져주며

나의 전두엽만 쥐어 짜내는 것만 같았다.


이 기분 나쁘고 답도 없는 수수께끼를 빨래를 하면서 겨우 풀었다.

무슨 철학책도 아니고 그렇다고 자존감을 올려주는 책도 아니었다.

가정적인 남자가 되려면 필수과정을 걸쳐야 하는 빨래를 하면서 깨달은 것이다!


이게 무슨 소린가 싶으면서 이해 안 가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나도 처음엔 나도 나 자신을 잘 모르는지라 이게 진짜인가 싶었다.

근데 빨래를 하면서 내가 어떤 놈인지 잊고 살았던 내가 무엇인지

녹이 슬었던 나의 기억이 무엇인지 서서히 알게 되었다.


나의 옛날 기억으로 거슬러 가자면 중학교 1학년때가 좋을 것 같다.

음.. 이쯤이 딱 적당하다. 내가 이때부터 공부라는 것에 질책하며 공부 잘하는 놈 부러워하며 열심히 했던 시절이니까.

물론 공부만 했던 것은 아니다.

유치원 때부터 맞벌이를 계속 해오셨던 부모님 덕에 나 혼자 스스로 밥 해 먹는 걸 중학교 1학년때 터득하고 배웠다.(그래서 지금까지 정점에 오른 게 바로 라면 끓이기이다. 내가 끓인 라면은 최고라고 자부할 수 있다. 암.. 그렇고 말고)


빨래 얘기 해야 되는데 라면 얘기해서 죄송합니다ㅎㅎ..


아무튼 빨래 얘기로 거슬러 돌아가면 나는 위에서 말했던 거처럼 질책하면서 하는 스타일이다.

'이런 Xㅂ 병딴지 같은 놈' '진짜 나 이거 못하면 잠 안 잔다.ㅅㅂ'(그냥 욕 첨가해서 쓰겠습니다)

심지어 질책도 하는데 이것저것 다 하고 싶어 하는 성격이다. 비트박스든 마술이든 운동이든

옆에 친구가 따라 하길래 ㅈㄴ 멋있어서 따라 하고 빨래도 집에서 가만히 있으면 뭐 하니 엄마 따라

보고 배웠다.


25살이 되고 혼자 자취방에 박혀서 빨래를 하다가 진짜 주마등처럼 이 모든게 다 스쳐 지나갔다.

그래서 이건 소재로 딱이다! 싶어서 바로 공책에다 글을 쓰고 노트북을 켜고 천천히 써내려 가고 있는 중이다.


역시 글쓰기를 이길 만큼 좋은 취미는 없는것 같다.

오.. 취미라 하니 또 여럿 소재가 떠오르는데

자다 일어나서 또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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