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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컬쳐커넥터 김도희 Nov 14. 2016

돈 없는 한국 대학생의 스웨덴 유학 생존기

#내가_이러려고_유학왔나_자괴감_덜 한_스웨덴

    우리나라 대학 진학률은 평균 80%.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학은 너나할 것 없이 진학하지만 대학 졸업 이후 대학원을 진학하는 문제는 또 별개이다. 특히 (해외) 석사과정을 밟느냐 취직을 하느냐의 갈림길을 두고 고민하는 맹점은


1. 커리어를 먼저 쌓는 것이 좋을까? 공부를 좀 더 한 후 커리어를 쌓는 것이 좋을까?

2. 내가 공부하고 싶은 분야에 대한 확신이 없는데 어떡하나?

3. 바로 (해외) 석사 과정을 가는 경우 돈 벌어 놓은 것도 없는데 비용을 어떻게 감당할까?


    이 세 가지로 요약된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내게는 마음의 세 돌덩이로 묵직이 자리 잡았었다. 하지만 고민을 끝없이 해도 누군가에게 조언을 구해도 답을 내리기가 어려울 것이다. 인생의 중대한 선택에 앞서 각자가 처한 상황이 다를 뿐만 아니라 개개인이 추구하는 목표가 다르기 때문에 무엇이 옳다 그르다 말할 수 없고, 어떠한 선택이든 양면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결국 여러 가지 가정을 해 본 후 현재 자신이 내릴 수 있는 최선의 답안을 가지고 미래의 불안하에 나를 던질 수밖에 없다. 각자가 추구하는 마음의 북극성을 늘 간직한 채.

    1번과 3번의 문제의 경우는 나의 내면의 소리에 집중하고 결단을 내려야 하는 문제인 반면에 2번의 문제는 보다 현실적인 문제이다. 석사를 하는 동안의 대략적인 비용을 산출해보고 내 능력이 있다면 나의 능력으로, 내가 능력이 없다면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어떠한 기회를 물색해야 한다. 적어도 나의 능력치를 넘어서 외부의 도움을 물색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3번 돌 덩어리의 묵직함은 한결 가벼워질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3번의 문제에 포커스를 맞추며 지극히 평범한 졸업을 앞두었던 한국의 한 대학생이 벌어놓은 돈도 없는데 스웨덴으로 유학 와서 3개월 간 이 곳에서 살아남은 생존기를 전한다.



1. 경추 7번까지 전달되는 묵직한 무게감 - 학비

    스웨덴은 자국 및 유럽 연합(EU) 학생들에게는 무상 교육의 혜택을 제공한다. 하지만 이 외의 다른 학생들은 학비를 지불해야만 이 곳에서 유학할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스웨덴의 학비는 한국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문과 2년 석사 과정을 기준으로 한국의 대학원 진학 학비는 한 학기 500 ~ 550만 원 정도 지출되는데, 스웨덴은 45,000 ~ 50,000 크로나(한화 600 ~ 650 만원_환율 130 기준)이다. 총학비는 한국이 2,000 ~ 2,200만 원, 스웨덴이 2400 ~ 2,600 만원 정도이니 대략 15~ 20% 정도 비싸다. (이과 석사과정은 대략적으로 4,000만 원 정도가 필요하다고 알고 있는데, 자세한 사항은 www.universityadmission.se에서 각 과정별로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수 천만 원이 작은 돈인가... 나 역시도 경추 7번까지 전달되는 부담 때문에 대학원 진학을 많이 고민했지만 우메오 대학교에서 주는 장학금 덕분에 한 결 부담을 덜고 스웨덴으로 넘어올 수 있었다. 각 나라 및 여러 재단에서 전 세계로 유학 가는 학생들에게 수많은 기회를 제공하듯 스웨덴에서도 다양한 나라의 학생들을 자국에 유치하기 위해 노력한다. 한국 학생의 경우 Swedish Institute에서 제공한 한국 학생들만을 위한 장학금 프로그램인  Korean Talent Race(2015, 2016)를 통해 장학금을 받는 기회를 얻었었다. 아쉽게도 이 장학 프로그램은 다른 형태의 장학 프로그램으로 바뀌어 현재는 운영되고 있지 않는 상태이다. 하. 지. 만 그렇다고 포기하기 이르지 않나! 나의 경우에도 사실 2016 Korean Talent Race에 참가하여 최종 인터뷰 기회까지 얻었지만 아쉽게도 다른 분께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하지만 다행히도 내가 1 지망으로 지원한 우메오 대학교 자체 장학금을 받게 되어 부담을 덜고 유학길에 오를 수 있었다. 정부에서 주는 장학금 외에도 각 학교에서 100% ~ 30%까지 학비 감면을 제공하는 혜택이 많으니 지원서를 쓸 불타는 의지와 이를 받쳐줄 키보드만 있다면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내가 처한 상황을 극복하는 하나의 길이 될 수 있다!


   

2. #이러려고_유학왔나_자괴감_안_들게_해줘서_고마워 : 다양한 학생 할인 혜택

    아무런 경제적 수입 없이 2년 동안 공부를 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다. 부모님께 도움을 받는다면 부모님께 의지한다는 부담감이 나를 짓누를 수 있고, 자비로 유학에 오르더라도 빠져나가는 통장 잔고를 보며 마음이 불안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냉철하고 현실적으로 2년 간 유학 생활에 드는 비용이 얼마든지 따져보는 것만으로도 돈에 대한 부담은 줄어들 수 있다. 특히나 스웨덴에서는 학생들이나 Youth(청소년)들을 위한 혜택이 많아 체감 생활물가도 우리가 상상하는 북유럽 물가만큼 높지 않다.


    1) 저렴한 점심 뷔페에 할인은 덤으로

    삼시세끼 밥을 챙겨 먹어야 하는 인간이기에 우리 이게는 식비가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이전 글에 소개했듯이 이 곳 스웨덴에서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도시락을 싸와 전자레인지에 데워먹으며, 저녁에는 대부분 집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요리하는 것이 일상이다. 그래도 매일 도시락 싸는 것도 귀찮고 새로운 음식이 먹고 싶다면 학생 식당을 이용하면 된다. 학생 식당에서는 샌드위치, 피자, 파스타 등 다양한 음식을 파는데 단품의 경우 4 ~ 7천 원 선이다. 학생 식당 치고는 비싼 편이지만, 우리에게는 배고픈 배를 양 껏 채울 수 있는 '점심 뷔페'가 있다. 스웨덴 대학가뿐만 아니라 일반 식당에서도 점심시간에 뷔페를 많이 운영하고 있는데, 우메오 대학에서는 샐러드, 파스타, 밥, 수프, 고기류 그리고 커피까지 약 9천 원~ 만 천 원 선에서 뷔페를 이용할 수 있다. 특히 내가 자주 이용하는 곳은 인도 카레 식당인데 한국에서 인도 음식 단품을 주문하는 값(뷔페 11,000원)으로 양 껏 맛있는 카레와 탄두리 치킨을 먹을 수 있다! 매일 뷔페를 이용하면 금전적으로도 부담이 되지만 건강에도 부담이 되기 때문에 간혹 외식을 하고 싶은 경우 합리적인 가격으로 양질의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모든 곳에서 학생 할인 (5 ~ 10%)를 적용하기 때문에 배가 부른 만큼 마음도 풍족해진다.


    디저트 배는 따로 있다(O) → FIKA 배는 따로 있다(O)

시내 베이커리에서의 친구와의 FIKA ⓒ에너도희져

 스웨덴 사람들이 하루 생활 중 빼놓을 수 없는 FIKA를 위해서 지출되는 비용은 얼마나 될까? 스웨덴의 FIKA는 커피나 차를 쿠키나 케이크와 함께 곁들여 마시며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하루의 가장 중요한 일과 중 하나이다. 친구들과 공부를 하다가 FIKA를 하며 잠시 머리를 식히기도 하고 주말에 FIKA를 위해 카페에서 만나기도 한다. 한국에서 프랜차이즈 커피점 기준 커피 한 잔에 4 ~5 천 원 하는 값을 지불하는데 이 곳도 프랜차이즈의 커피 가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지역 베이커리의 값은 이 곳보다 조금 더 싼 편이지만 학생들은 학생으로서 10%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신선한 베이커리류와 기본 아메리카노(미국식 아메리카노와 다른 이미 내려져있는 블랙커피이다)의 경우 무제한으로 제공되는 곳도 많다. 때문에 소소한 FIKA 문화를 즐기는데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의 돈이 지출되지 않는다. 주문을 하고 결제 시에 학생이라고 신분을 밝히면 그 자리에서 10%가 할인된 가격으로 계산을 해준다.   이 외에도 학교 내의 카페에서는 기본 아메리카노가 10 ~ 12크로나(한화 1,300 ~ 1,500원)로 굉장히 저렴하기 때문에 하루에 커피 한 잔을 즐겨마시는 나는 큰 부담 없이 나에게 커피 한 잔을 선물하고 있다.


두 다리가 되어주는 교통수단 할인 혜택
    

(*우메오 지역의 Ultra bus 티켓 값)

9월의 학교, 자전거로 가득하다. ⓒ에너도희져

스웨덴의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이동을 하지만 겨울에는 매서운 추위와 쌓인 눈 때문에 자전거를 타기가 어려울 때도 있다(스웨덴 사람들은 그럼에도 자전거를 많이 타고 다닌다). 사실 한국과 비교해서 가장 체감 물가가 크게 다가오는 것이 교통비다. 한국에서는 1,300원만 내면 지하철과 버스 환승이 가능할 정도로 1회 교통비 부담이 크지 않고 택시비도 저렴한 편이다. 하지만 스웨덴은 버스, 택시  등 시내의 주요 대중교통 수단의 티켓값이 비싸다. 우메오의 경우 성인 기준 1회 탑승권이 26크로나(버스에서 살 경우 34크로나)로 한화 3,500원이 넘는다. 이처럼 티켓을 미리 매표소나 기계에서 사는 경우 버스에서 지불을 하는 것보다 저렴하지만 선불카드나 정기권을 이용하면 훨씬 더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특히 유아 및 10대 청소년, 청소년(20 ~ 25세), 어르신(65세 이상)의 경우 성인에 비해 더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데, 나는 올해 26세(한국 나이로 27세)가 되어 25세까지 주어지는 청소년 혜택을 받지 못했다. 때문에 충전 시 선불카드와 학생 정기권 혜택을 누리고 있다. 선불카드는 1회에 19크로나(2600원 정도)로 이용할 수 있고 한 달 정기권은 440크로나(58,000원)이다. 여전히 체감 교통비가 생활 물가에 비해 높게 느껴지지만 눈이 오기 전까지는 어딜 가든 자전거로 이동을 했기에 교통비가 거의 들지 않았다. 겨울이 시작된 이후 현재는 1주일에 두세 번 정도 스웨덴어 수업을 듣거나 쇼핑을 하러 시내에 나가는 경우에만 버스를 이용하기 때문에 많은 교통비가 들지는 않는다. 이 외에도 스웨덴에서는 기차에는 청소년, 학생 할인 혜택이 비행기에는 청소년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에 각 도시를 이동할 때에도 저렴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다.     

고려해 볼 만한 선택지, 스웨덴

    공부를 하면서 동시에 일을 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두 가지 토끼를 모두 잡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유학생으로서 아르바이트나 일을 현지에서 구하는 것도 어렵고 그곳 생활에 적응하고 학교  및 사회생활을 하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때문에 유학을 고려하는 데에 현실적인 비용을 따져야만 하는데, 대부분 북유럽 특히 내가 살고 있는 스웨덴은 전 세계에서 잘 사는 나라, 물가가 굉장히 비싼 나라로 포장되어 있다. 이 두 가지 모두 틀린 말은 아니지만 우리가 흔히 비싸다고 여겨지는 것들은 인력이 많이 요구되는 일들이다. 인건비가 워낙 비싸기 때문에 특히 미용, 외식, 수리와 같이 내가 받는 서비스 값이 비싼 것이다. 하지만 이 글을 통해 내가 스스로 직접 생활을 꾸려나간다면 이 곳도 유학하기에 비용 측면에서 엄두도 나지 않는 곳이 아님을 전달하고 싶었다.

    어렸을 적부터 북유럽은 내가 이상적인 국가였다. 복지, 잘 사는 나라, 행복한 나라. 이 곳에 오면 나도 현실에 대한 걱정 없이 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다른 나라에서 공부를 하고 생활한다는 것이 마냥 이상적이지만도 않고, 쉽지 않은 일임을 와서 많이 느끼고 있다. 특히 현실적으로 비용의 문제가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큰 제약으로 다가가는 것을 알고 있다. 더욱이 스웨덴 유학을 준비하시는 분들이 정보가 없어서 많은 어려움을 겪는데, 나의 경험이 녹아져 있는 이 글을 통해 조금이라도 정보의 갈증이 해소되었으면 한다. 결론은 이 곳도 사람 사는 곳임을 전달하고 싶었다!


-우메오에 사는 내 이야기 Insta: walk2the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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