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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유진 Jul 28. 2015

독립출판,  직접해 보니

이집트의 작은 마을을 담아 낸 <시와(SIWA)> 작가, 서상희

백색의 헤어밴드, 한 번에 뒤로 단정히 묶은 모습의 서상희 작가가 특유의 환한 미소를 지으며 전시장을 들어섰다. 이집트를 사랑하는 작가답게 사막을 닮은 원피스가 하늘하늘 시원해 보였다. 동료 작가가 전시 지킴이를 한다는 소식에 셰익스피어 베케이션 전시회도 볼 겸, 동료 얼굴도 볼 겸 들른 자리다. 궁금했다. 꿉꿉한 날씨, 굳이 염리동 소금길 24번 언덕길을 찾게 한 그녀의 진짜 속마음은 무엇이었을까. 그녀의 책과 작업은 그녀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이집트의 작은 마을을 그녀만의 시선으로 담아 낸 독립출판물 <시와(SIWA)>의 제작기를 직접 들어 보았다.



▲ 독립출판물 <시와(SIWA)> ⓒ 서상희                                            


왜, 책을 내고 싶으셨나요?

이집트를 여러 번 다녀오면서 몇 해 전부터는 그에 관한 책을 쓰고 싶었어요. 많은 사람들이 이집트를 여행하지만 우리나라엔 제대로 된 가이드북이 없더라고요. 론리플래닛이나 다른 가이드북이 있지만 그런 가이드북은 전 일정 10일 전후의 짧은 일정으로 이집트를 다녀가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환경에 맞지 않았어요. 너무 많은 정보를 주는 것 보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딱 필요한 정보와 즐겁게 여행할 수 있는 이집트 여행 팁만 있으면 될 일이었죠. 굳이 가이드북이 두꺼워야 할 이유도 없어요. 가볍고 필요한 정보, 정확한 지도, 여행 팁을 잘 정리한 가이드북을 만들고 싶었어요. 


독립출판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출판사와 이야기가 잘 안됐죠. 제가 원하는 방향은 그게 아닌데, 출판사에서는 자꾸 더 많은 정보를 담길 원했어요. 무조건 두껍고 많이 써야 한다는 거예요. 원고량이 얼마인지가 관건이었죠. 가보지 않은 곳은 쓸 수 없다는 저의 말에 누가 다 직접 가보고 쓰냐며 제 기준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답이 돌아왔어요. 이건 아니다 싶었어요. 책을 내고 싶은 마음은 간절했지만 아닌 건 아닌 거죠. 그러다 올 해 초 우연히 한 잡지 기사를 보다 '나만의 여행책 만들기'라는 수업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게 가능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출판사와 결별한 후 혼자서 책을 만들겠다고 원고를 써서 실제로 복사집에서 인쇄를 해보기도 했어요. 흑백으로 인쇄했는데도 비용이 많이 들었고, 손으로 그린 그림지도도 형편없는 퀄리티로 나왔죠. 결국 책 만들기는 혼자서는 불가능한 거라 결론을 내리게 되었죠.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큰 기대는 없었어요. 이렇게 제가 정말 책을 낼 줄 몰랐죠.(웃음) 당시는 책을 꼭 만들겠다는 마음보다는 일단 한 번 들어나 보자는 마음이었죠. 책을 만드는 메커니즘만 알아두자 싶었어요. 언젠가 어떤 방식으로든 책이란 걸 만들게 된다면 어느 정도 도움이 되겠다 싶었죠. 그게 시작이었어요. 



책은 어떻게 탄생되었나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제가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도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첫 수업에서 알게 되었죠. 일방적인 강의형 수업이 아니라 양방향 수업이라는 것과 수업기간 중 꾸준히 과제물을 해야 한다는 것 말이죠. 적잖이 당황했지만, 기왕지사 이리 되었으니 나름대로 과제물을 성실히 하자 마음 먹었죠. 그럼에도 책 만들 생각은 차마 못했어요. 그러던 중 샘플 책을 직접 만들어보는 현장 실습에 참여하게 되었어요. 동기들이 수업기간 중 만들어온 작업물을 하나 둘 샘플북으로 만드는 걸 옆에서 보다 보니까 저도 욕심이 나더라고요. 그런데 한글로 작업한 거라 출력소에서 샘플 출력이 가능할까 했는데 문제없이 샘플북이 나왔어요. 그렇게 샘플북을 만들고 나니 직접 인쇄할 용기도 생기더군요. 이번에 한 번 해보고 재미있으면 두 번째 세 번째 이어서 시리즈로 만들어봐야겠다고도 생각하게 되었어요. 본격적으로 인쇄를 진행했죠. 보시다시피 이렇게 처음 생각과는 달리 책이란 결과물을 만날 수 있게 되었네요. 


어떤 내용이 담겨 있나요?

사람들이 왜 이집트를 좋아하냐고 묻곤 해요. 이 책이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의 일부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때론 말로 길게 하는 설명보다 스스로 보고 느낀 것이 훨씬 더 정확한 답이 되어주잖아요. <시와(SIWA)>가 독자에게 다가가는 방법이랄까요. 너무 간단한가요?(웃음)


독립출판 이후, 삶의 변화가 있는지?

솔직히 일하기가 싫어졌어요. 생업이 싫어졌어요.(웃음) 제 직업을 저는 참 좋아하지만, 이제 생업보다 작업에 할애하고 싶은 시간이 더 많아졌거든요. 이제 본업으로는 최소한의 교통비와 생활비 정도만 벌고 작업에 몰입하고 싶어요. 책 작업을 할 때는 너무 행복해서 시간 가는 줄을 모르니까 일해야 하는 시간이 싫어지는 거죠. 저희 강사님이 늘 말씀하시길, 독립출판으로 생계를 유지할 생각은 아예 하지도 말라고 그렇게 충고를 해주셨는데요. 작업할 때 만큼은 그런 생각이 하나도 안 난다니까요.(웃음) 그런데 직접 해 보니까 강사님이 왜 그런 말씀하셨는지 알겠더라고요. 어쨌거나 제 삶의 행복지수가 무척 높아졌어요.  오래전부터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을 실제 결과물로 만들고 보니까 신기하고 뿌듯해요. 


독립출판,  계속하실 건가요?

이제 시작이라 얼마나 팔 수 있을지는 아직 몰라요. 팔려도 실제 통장에 찍히는 금액을 보면 현실을 다시 한 번 직시하겠죠. 그런데도  계속하고 싶어요. 작업을 하고 원하는 것을 결과물로 얻어 냈을 때의 성취감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해요. 무엇보다 작업하는 과정이 행복하고 즐거우니까요.



독립출판은 주류에서 벗어난 비주류 문화의 일부다. 대중성과 자본주의로 판단할 수 있는 문화가 아니다.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고 강한 개성은 가끔 위협적이기도 하다. 꿈을 꾸는 소녀 같고 현실성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들은 누구보다 현실적이며 사회적 문제를 깊이 고민한다. 기성 출판에서 이윤을 목표로 자본주의적 글을 생산한다면, 이들은 그런 면에서 비영리적이고 비자본주의적이겠다. 그렇다고 사회공헌이나 봉사를 목표로 하는 것 또한 아니다. 섣불리 어떤 단어 하나로 규정하기엔 너무나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분명한 사실은 그들은 자기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줄 안다는 것이고, 그로 인해 스스로 한 발 한 발 성장해가는 평범한 소시민이라는 사실이다. 


서상희 작가는 현재 이집트 시리즈 다음호를 준비하고 있다. 여전히 맑고 밝고 행복한 모습으로 동료를 만나 작업을  이야기할 것이고 그녀의 작은 능력이 조금이라도 필요로 하는 동료가 곁에 있다면 기꺼이 내어줄 것이다. 그것이 그녀가 행복한 방식이고 그러므로 인해 그녀는 오늘도 이집트를 행복이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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