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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홍유진 Jul 27. 2015

셰익스피어 베케이션

독립출판, 독서 그리고 크리에이터들의 이야기

그림. 정영서

'셰익스피어 베케이션'을 아시나요?

셰익스피어 베케이션은 영국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빅토리아 여왕이 공직자에게 3년에 1달 정도씩 허락했던 독서 휴가이다. 우리나라 조선시대에도 세종이 책 읽기를 위한 휴가인 '사가독서' 제도를 운영했다고 한다. 얼마 전 마음 맞는 친구들과 함께 독립출판물 전시를 기획했다. 이름 하여 '셰익스피어 베케이션'. 전시기간을 45일로 잡은 것은 여름 동안 휴가나 방학을 독서와 함께해보자는 의미다.

독립출판계는 지금 때 아닌 호황기를 맞았다. 작년 하반기부터는 눈에 띄게 동네책방도 많이 생겼다. 독립출판 제작자들이 서점을 여는 경우도 있고, 책이 좋아 막연히 책과 함께할 수 있는 직업으로 서점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또는 직장을 그만 둔 후 재취업의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나름의 장고 끝에 서점 주인의 삶을 택하기도 한다.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도 창업이 가능한 독립출판계만의 유통 구조 덕분에 창업의 진입 장벽이 낮은 게 가장 큰 이유가 될 것이다. 서점이 부쩍 많이 생기게 된 이유는 그만큼 독립출판물 제작자가 많아진 것도 한 몫한다. 예전처럼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세상은 변했고 소프트웨어는 발달했으며, 그에 상응한 장비도 함께 발달했다. 이에 적은 부수로도 인쇄가 가능한 소규모 출판에 관한 정보가 점점 퍼지면서 평소 글이나 그림, 책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하나 둘 독립출판에 뛰어 들었다. 독립출판물이 많아지니 독립출판물을 유통할 수 있는 서점도 덩달아 호황을 맞았다. 물론 내부를 들여다보면 과연 호황인가를 따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으나 외부적으로는 그렇다는 뜻이다.

기성 출판의 대항마는 아니었지만 자발적 마이너 혹은 마이너들은 자신들만의 세계를 구축했고 소통하기를 원했으며 그것의 한 형태로 출판계는 독립출판을 낳았다. 역으로 인기 있는 독립출판물은 기성출판사의 러브콜을 받아 새롭고 새끈하게 옷을 갈아입고 더 많은 대중 속으로 진출하기도 한다. 인기가 있는 독립출판물은 어찌 보면 대중의 코드와 매우 잘 맞는 콘셉트의 훌륭한 작품들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마이너 중에서 또 마이너가 발생하고 있다. 애초에 내 이야기를 하려던 것이 목표였지 책으로 떼돈을 벌려던 목표는 없었던 제작자라 할지라도 소통을 하고 싶은 창구는 여전히 절실하다. 서점에서도 말은 할 수 없지만 분명한 수요와 그렇지 않은 부분은 인지하고 있고, 서점도 이윤을 내야 유지가 되는 현실 앞에서 그들을 챙길 여력은 너무나도 당연히 없을 것이다. 그것은 당연한 경제논리이자 어쩔 수 없는 사회적 현실이다.

셰익스피어 베케이션은 소수의 제작자들에게 관심이 많다. 소위 다른 책방에서도 잘 나가는 작품들보다 신인 제작자들의 작품이나 좋은 작품인데 아직 시선을 받지 못하고 있는 작품들을 추천받거나 제안받거나 신청받아 전시하고 있다. 전시 중 판매 작품은 전액 제작자에게 돌아간다. 전시장은 넓지 않지만 한 켠에 책 읽는 장소를 마련해 관람객이 마음에 드는 책을 읽고 가도록 독려하고 있다. 누군가 그랬다. '자꾸 보아야 사랑스럽다'고. 전시를 관람하는 사람들이 전시장에서 쓰윽 눈으로만 훑고 지나지 않기를 바란다. 찬찬히 앉아 읽는 공간을 마련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셰익스피어 베케이션은 관람자와 제작자 사이에 작품으로 소통하는 창구가 되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