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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티카 Oct 01. 2021

우울하지만,
여러분은 즐겁게 하고 싶어요

매드프라이드 유니버스 인터뷰 ep.4



제 3회 매드프라이드가 온라인 가상 공간 게더타운에서 개최 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2021 매드프라이드 유니버스

일시 : 2021년 10월 10일

장소 : 매드프라이드 게더타운 


매드프라이드 공식 홈페이지 : https://ffa.co.kr/madprideseoul

안티카 공식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antica.mind

안티카 공식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anticamind

유튜브 채널 ‘모두를 위한 자유’: https://www.youtube.com/c/모두를위한자유

글 이철승
사진 이철승



스탠드업 코미디언 최예나



최예나 : 넷플릭스에서 호주의 스탠드업 코미디언인 해나 개스비의 영상을 봤는데 감동적이기도 했고 부럽기도 했어요. 한국에서도 그런 코미디를 해보고 싶어요. 가능하겠죠? 언젠가는?


코미디언 한 명이 무대를 차지하고 혼자서 이야기를 끌고 가며 수많은 관객을 즐겁게 하는 스탠드업 코미디는 한국에서는 아직 낯섭니다. 


최예나 : 스탠드업 코미디에서 다루는 주제는 정말 다양해요. 단순히 웃고 넘어가는 유머가 아니라 풍자나 비판을 자유롭게 하고, 많은 사람이 제 한 명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듣잖아요. 일상에서 얻기 힘든 기회예요.


스탠드업 코미디언인 최예나 님은 해외에서 제작된 스탠드업 코미디 영상들을 보며 동기를 얻기도 하고 또 마냥 부럽기만도 합니다. 하지만, 최예나 님이 부러워하는 것은 스탠드업 코미디가 주류 장르의 하나인 외국의 환경도, 스탠드업 코미디언 출신으로 최고의 영화배우가 된 로빈 윌리암스의 성공 스토리도 아닙니다. 


최예나 : 스탠드업 코미디언들은 노동자, 유색인, 외국인, 게이와 레즈비언 같은 성소수자로서 겪었던 편견과 차별을 이야기하며 그 가운데에서 유머를 끌어내는 경우가 많아요. 고통스러웠던 상황을 유머로 승화하면서도 편견과 차별을 꼬집는 거죠. 해나 개스비도 남성과 같은 외모와 레즈비언으로 겪었던 차별 등을 얘기하는데, 어렵고 무거운 주제에도 관객들이 빵빵 터지거든요. 관객들이 열린 자세와 환경이 너무 부러워요.



웃어도 괜찮아요


코로나19로 공연할 수 있었던 모든 기회가 사라지기 전까지는, 최예나 님도 작은 무대에서나마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서 설 수 있는 자리가 있었습니다. 


최예나 : 보통은 일상에서 발견하는 소재를 다루는데 한 번은 불안장애와 공황장애에 대한 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관객들이 전혀 웃지도 않고 조금 당황하는 분위기더라고요. 이후 트위터에 관객 리뷰가 올라왔는데 ‘불편했다’ 이런 내용이 있었어요. 그렇게 반응이 너무 차가우니까 정신건강에 관련된 주제는 꺼내기가 망설여지고 무대에서 위축이 되기도 했어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무대에서 자신감을 잃어버리자, 우울할 때 힘을 주던 코미디 무대가 오히려 최예나 님을 더 슬프게 만들었습니다. 코미디마저 잃을 수는 없다는 절박한 마음이 들었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우울증과 불안장애에 관한 이야기는 최예나 님의 코미디 주제 목록에서 하나둘씩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최예나 : 서구 스탠드업 코미디언처럼 무거운 주제는 아직 한국에서는 코미디로 다룰 수 없겠더라고요. 시기상조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스탠드업 코미디가 익숙하지 않아서 그렇기도 하지만, 평소에 정신건강에 관련된 이야기를 먼저 꺼내거나 주의 깊게 들어준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아요.



세상이 정해놓은 좁은 틀


정신건강을 돌보기 위해 병원을 스스로 찾아가고 약을 챙겨 먹기도 했지만, 최예나 님 스스로 이를 부끄러워하거나 감추려고 했던 적은 없습니다. 


최예나 : 병원을 다니고 약을 먹고 했던 것을 자연스럽게 여기게 된 것은 부모님 영향이 컸어요. 부모님께서 일상 대화처럼 평범하게 얘기하셨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감추지 않았어요.


부모와 가족으로부터 배운 적 없는 부끄러움과 죄책감이었습니다. 하지만, 학교와 사회에서 만난 다른 사람들은 최예나 님에게 자꾸 부끄러움과 죄책감을 가르치려고 했습니다.


최예나 : 집에서처럼 밖에서도 우울증이나 불안감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얘기를 꺼냈어요. 그런데, 그러면 분위기 깬다는 반응이 나오고 더 이상 얘기를 할 수 없는 분위기였어요. ‘내가 뭘 잘못한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죠.


겉으로 보기에는 밝고 외향적인 최예나 님이기에 사람들은 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최예나 : 항상 에너지가 넘쳤다랄까, 그런 게 있었어요. 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분위기를 띄우는 것을 좋아하니까 수업에서도 교수님 말씀에 적극적으로 대답하고 모임에서도 나서는 편이었어요. 그런데, 그런 제게 관종이냐고, 뭐라 하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우울증과 불안장애에 대한 고백도 관심을 끌기 위한 제스처로 오해하더라고요.


최예나 님에 대한 사람들의 ‘가르침’과 ‘충고’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최예나 : 제가 좀 남자 같이 생겼잖아요. 그래서 여자답게 행동하라는 말을 정말 많이 들으며 자랐어요. 여자는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그런 성역할을 강요하는 말들을 많이 들었는데 그들이 원하는 사람은 제가 아니었어요.


집에서는 자연스럽게 했던 행동과 이야기들이 사회에서는 다른 사람들의 지적을 받는 일이 반복되었습니다. 


최예나 : 그러다 보니 위축이 되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사회는 제게서 원하고 기대하는 역할과 행동을 이미 정해놓고 제가 거기에 맞춰 살기를 바랐던 것 같아요. 그렇게 경계 밖에 있는 듯한 경험이 반복되면서 우울증과 불안장애는 더 심해졌죠.



다시 마이크를 잡고


최예나 : 이번 매드프라이드에서는 다시 용기를 내어서 정신건강에 관한 이야기를 할 거예요.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거르는 법이에요.


아무 정보도 없고 물어볼 곳도 없어서 최예나 님이 직접 부딪히고 비용과 시간을 소비하며 터득한 ‘자신에게 맞는 의사 찾는 법’입니다. 


최예나 : 저에게 맞는 의사를 찾는 데 7년이 걸렸어요. 그분을 만나고 점차 회복됐는데, 바꾸어 말하자면 훨씬 빨리 치유할 수 있었던 우울증을 7년까지 길게 끌고 가야만 했던 거죠.


정신건강 치료를 받았던 경험을 누군가가 이야기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최예나 : 가능하다면 정신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스탠드업 코미디에서 자주 다루고 싶어요. 그리고 어머니가 다리가 불편하신데, 장애인 인권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싶고요. 언젠가 이런 이야기도 어렵지 않게 꺼낼 수 있는 때가 오겠죠? 그런 날을 빨리 앞당기고 싶지만, 저 혼자서는 힘든 것 같아요.


최예나 님이 꿈꾸는 그런 세상, 스탠드업 코미디도 정신건강 이야기도 어색하지 않은 세상, 매드프라이드가 작은 힘을 보태려고 합니다.





제 3회 매드프라이드가 온라인 가상 공간 게더타운에서 개최 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2021 매드프라이드 유니버스

일시 : 2021년 10월 10일

장소 : 매드프라이드 게더타운 


매드프라이드 공식 홈페이지 : https://ffa.co.kr/madpride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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