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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티카 Oct 06. 2021

소수자를 향한 마음의 불씨를
지펴줄게요

매드프라이드 유니버스 인터뷰 ep.6

글 이철승
사진 이철승


밴드 '시발점' 멤버 마루,서연,이안,지구



있다 우리 여기, 아무리 없다고 해도 있다.
여기 숨 쉬고 있다. 몰랐냐? 원래 있었다.


밴드 시발점의 음악 ‘있다 우리 여기’의 가사 일부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누구이고, ‘우리’는 누구에게 말을 걸고 있는 걸까요? 


서연: ‘시발점’은 소수자의 가치에 공감하고 연대하는 밴드입니다.


‘시발점’에서 기타와 함께 편곡을 맡고 있는 서연 님은 소수자의 범위에 좁게는 정신장애와 신체장애 당사자, 성소수자, 외국인노동자, 그리고 넓게는 여성까지 포함했습니다. 


서연: 모두 사회에서 존재를 인정받지 못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소수자들은 사회에서 차별과 혐오를 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에 저항하고 분노하는 소수자들을 대신하여 음악으로 외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소수자라면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정서를 시발점의 음악에 담고 싶습니다.



소수자의 목소리와 마음을 대변하는 시발점 밴드이지만, 밴드를 결성하고 음악을 하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지구: 음악으로 경계가 단번에 무너지거나 세상이 바뀔 거라고 기대하지는 않아요. 다만, 개인에게는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서연: 저희 음악이 주변에는 작게나마 영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이전에 음악이 저희 각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너무 커요. 저희 또한 사회에서 목격하는 차별과 혐오에 대한 상처와 분노를 음악으로 분출하고 해소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구: 서로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친구이기도 하지만, 단순한 친분을 넘어서 예술 창작물을 만들기 위해 함께 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희열과 성취감이 적지 않아요.


시발점 밴드 자체가 네 명의 멤버들이 서로 의지하고 소통할 수 있는 작은 커뮤니티가 되었습니다.



흔들리는 커뮤니티, 그래도 쓰러질 수 없는


하지만, 불행히도 코로나19는 많은 커뮤니티와 그 안의 연대감을 흔들고 있습니다. 올해 시발점 밴드 멤버를 보충하며 음악은 더욱 견고해졌지만, 서연 님이 여전히 기쁘지만은 않은 이유입니다.


서연: 소수자는 사회의 보편적인 가치를 바탕으로 형성된 공간에서는 소외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신들만의 커뮤니티가 굉장히 중요해요. 비슷한 경험과 감정을 공유하는 사람끼리 만나고 얘기하면서 정서적 안정감을 찾고 위로를 받는 거죠. 내가 혼자가 아니고, 나와 같은 사람이 있다는 것을 끊임없이 확인하는 과정이 큰 도움이 됩니다.


코로나19는 물리적 만남을 어렵게 하면서 커뮤니티 내 연대감을 흔들고 있습니다. 지구 님은 소수자들이 정서적으로 경제적으로 더욱 어려운 환경이 되었다고 털어놓습니다.


지구: 음지에 있는 사람들은 더 깊은 음지로 몰리게 된 것 같아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매드프라이드와 같이 소수자들을 위한 이벤트가 중단되지 않는다는 것이죠.



지구 님은 지난해에도 매드프라이드에 참여했습니다. 그때는 솔로 싱어송라이터 ‘이지구’로 출연해 혼자서 기타를 매고 잔잔한 목소리로 서정적인 포크 음악을 들려주었습니다.


지구: 매드프라이드를 계기로 온라인으로나마 정신장애 당사자들 집결할 수 있는 구심점이 생기는 거잖아요. 개인적으로도 정신장애를 겪은 경험이 있어서 더 특별해요. 작년에는 혼자 왔지만, 올해는 친구들과 함께 참여하고 싶었어요.


서연: 저도 우울증을 겪으면서 약을 복용한 적이 있는데 주변에 말을 꺼내기가 쉽지 않았어요. 나를 음침하게 보지 않을까? 또는 불쌍하게 보면 어떡하지? 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흔히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라고 얘기하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얘기할 때 그 무게감이 감기와는 확연히 다르잖아요. 매드프라이드가 그 무게를 덜어주었으면 좋겠어요.



우리의 음악이 들리나요?


올해 결성 후 첫 정규앨범을 준비하고 있는 시발점 밴드는 이번 매드프라이드 유니버스에서 신곡을 발표합니다. 


서연: ‘Do you hear me?’라는 곡이에요. 평소의 생각과 감정을 전하는 곡인데, ‘블랙홀 속으로 빨려 들어간 빛’이라는 가사가 있어요. 우리도 소중하고 빛나는 존재인데 사회에서 자꾸 우리를 지우려고 하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그렇게 사회에서 느끼는 불합리함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거예요.


펑크가 가미된 락 음악을 하는 시발점 밴드는 리듬은 강하지만 가사는 서정적입니다. 


서연: 상반된 감정을 두 가지의 다른 색깔로 나타나고 싶었어요.


마치 세상의 차별과 혐오에 분노하면서도 세상을 미워하지 않겠다는 듯 말이죠. 가사 또한 직설적이기보다 주로 은유적으로 담고 있습니다.


서연: 음악으로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은유적으로 담는다면 보다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럴 수 있기를 바라는 거죠.


불의 시작, 불씨가 되고 싶어서 지었다는 밴드명 ‘시발점’. 소수자를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의 불씨가 사회의 한가운데에서 지펴질 날을 기다려봅니다.




제 3회 매드프라이드가 온라인 가상 공간 게더타운에서 개최 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2021 매드프라이드 유니버스

일시 : 2021년 10월 10일

장소 : 매드프라이드 게더타운 


매드프라이드 공식 홈페이지 : https://ffa.co.kr/madprideseoul

안티카 공식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antica.mind

안티카 공식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anticamind

유튜브 채널 ‘모두를 위한 자유’: https://www.youtube.com/c/모두를위한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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