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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요가 수행자 Jul 14. 2023

수영 강사님이 남자가 아니고 여자였어?

오전 10시 초급반 선생님과의 이별


수영을 시작하면서 잊을 수 없는 일이 있었습니다. 3달이 지난 지금 그 일에 대해 적어보려 합니다. 이제 저는 다음 주면 중급반으로 가거든요~


수영 첫날은 참 난감합니다. 여기가 어딘지 어떻게 들어가야 맞는 건지 모르겠으니까요. 저는 징징거리는 아이와 함께 수영 등록을 해서 더욱 수영장 시설에 대한 안내를 듣지 못했습니다.


일단 로비에서 수건을 하나 들기는 했는데 어디가 여자 탈의실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수영장 쪽으로 가보니 "여자 샤워실"이 있네요? 들어가 봤는데 이상합니다. 아무도 없고 바구니만 주르륵 있습니다. 아, 여기 아이들용으로 따로 있는 샤워실이군요?


데스크에 물어서 "여자 사우나"로 들어갔습니다. 이번에는 검은 사물함이 주르륵 있는데 아무래도 열리는 게 없습니다. 어떻게 쓰라는 건지 나와서 직원에게 물었어요.


"아, 그건 유료 개인 사물함이고요. 안쪽으로 들어가시면 하얀색 커다란 사물함이 있어요~"


안쪽으로 들어가니 커다란 하얀색 사물함이 있습니다. 전자 번호키로 암호를 설정할 수 있는 사물함입니다. 들어가서 옷을 벗는데 벌써부터 땀이 났습니다.




수영장에 들어가니 한쪽은 초급 한쪽은 중급으로 나뉘어 있네요. 준비 운동을 해주시는 분이 10시 정각에 맞춰 준비운동을 해 주십니다.


우리 선생님은 키가 작은 남자분입니다. 이름을 묻고 어디까지 배웠냐고 간단히 물어봅니다. 그렇게 키판 잡고 발차기부터 시작해서 숨쉬기부터 배워봅니다. 대학생 때 배웠던 게 몸에 조금 남아있기는 한 모양입니다. 그렇게 수업이 끝났을 때, 진짜 문제가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수영장에서 안경까지 벗은 저는 그야말로 보이는 게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어디로 나가야 하는지를 모르겠는 겁니다. 초급반 레인에서 가장 가까운 문부터 살펴봤습니다. 그랬더니 "여자 샤워실"이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저는 문을 벌컥 열었습니다. 문을 여니 안쪽에 커튼이 하나 더 쳐져 있습니다. 그래서 커튼도 벌컥 열었습니다. 안에는 한 사람이 씻고 있었는데요. 그 사람이 저에게 말했습니다.


"어, 여기 들어오시면 안 되는데."


그 사람은 바로 아까까지 밖에서 수영을 가르쳐 주시던 우리 강사 선생님이었습니다. 옷을 다 벗고 있었으니 알몸을 본 것입니다. 저는 뒤늦게 그 사실을 깨닫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으악!!!"


그렇게 놀랜 가슴을 부여잡고 밖으로 나오니 저 쪽 멀리에 "여자 사우나"로 가는 출입문이 하나 더 있습니다. 아까 제가 연 문은 아이들이 쓰는 샤워실이었던 것입니다.




어떻게 씻고 바깥으로 나왔는지 기억이 안 납니다. 집에 가려고 차에 앉았는데 아직도 가슴이 두근두근 합니다. 이 수영장은 왜 새로 온 사람에게 "샤워실"과 "사우나"의 차이도 안 가르쳐 줬는지 억울할 따름입니다. 차에 오래도록 앉아 있다가 센터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리고 제 상황을 설명했죠.


"제가 샤워실이랑 사우나랑 헷갈려서 애들이 씻는 여자 샤워실로 들어갔어요. 그런데 거기에 남자 강사님이 씻고 계신 거예요. 제가 진짜 얼마나 놀랬는데요. 이런 거 안내 좀 잘해주세요. 앞에다 써 붙여 주시던지."


그렇게 하소연을 하고도 한참 동안 집에 가지를 못했습니다. 다음 수업에서 강사 선생님을 어떻게 만나면 좋을까 그 생각뿐이었지요.




마음을 굳게 먹고 다음 수업에 갔습니다. 그래. 실수잖아. 그거 가지고 수영을 그만둘 수는 없어. 그리고 강사 선생님을 보자마자 미안하다고 사과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선생님 죄송해요. 제가 첫날이라 샤워실을 잘 못 찾았어요."

"아녜요. 괜찮아요. 근데 전화했어요?"

"네. 전화했죠."

"여자 샤워실에서 나와서 남자 샤워실에 또 들어갔어요?"

"아뇨."

"그럼 남자 선생님 봤다는 건 뭐예요?"

"선생님이요."


선생님은 거기까지 다다르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선생님은 바로. 여자 선생님이었던 거죠. 저는 다섯 번이나 물었습니다. 


"선생님이 지인짜 여자 선생님이세요?"


왜냐하면 강사님은 머리도 완전 짧은 커트였고 목소리도 약간 허스키해서 변성기 남자 애들의 목소리와 비슷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슈트를 입고 있어서 정말로 남자인 줄만 알았습니다. 그러자 주변 사람들이 저를 말렸습니다.


"선생님 진짜 여자 맞아요!"




한편으로 너무 미안하고 또 한편으로는 다행이었습니다. 진짜 남자 선생님이었으면 수영을 그만뒀을지도 모르겠어요. 사람들은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확인해 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선생님은 슈트 안에 원피스 수영복을 입고 있더군요.


아, 진짜 못살아...

그래도 빠지지 않고 수영을 나갔습니다.

드디어 초급반 졸업입니다.



*사진: UnsplashB Mat an ge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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