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배경자 Aug 23. 2021

회사에서 화내는 리더들의 특징

* 이 글은 당초 회사에서 폭언과 윽박을 일삼는 일부 리더들을 바라보면서 쓴 글입니다. 댓글로 주신 의견을 반영하여 일부 내용을 수정하였습니다.





경험상 회사에서 폭언과 고성을 일삼는 리더들은 하나 같이 무능했다. 여기에는 예외가 없다. 지금껏 만나 본 유능하고 현명한 리더들은 결코 화를 내거나 본인의 감정을 분출하지 않았다. 그럴 이유가 없을뿐더러, 그럴 시간에 문제를 개선할 방법을 찾기 바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능한 리더들은 화를 내며 폭언과 고성을 일삼는다. 회사를 위해서라며, 부하 직원을 위해서라며 늘 소리를 친다. 그리고 이들을 지켜보면서 왜 화를 내는 것이 무능한가에 대해서 조금 알게 되었다.


완벽한 팀원으로 구성된 팀이 있다고 하자. 알아서 업무 목표를 수립하고, 진척도를 평가하며, 부족한 부분은 서로 활발하게 소통하면서 업무를 수행하는 팀이다. 이런 팀에 팀장이 필요한가?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팀장이 있어서 비효율이 발생할 뿐이다. 물론 당연히 세상에는 이런 완벽한 팀원들로 구성된 조직이 없다. 그리고 그래서 리더가 필요하다. 리더는 불완전한 구성원들을 데리고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리다. 부하직원의 부족한 부분을 가지고 폭언을 하는 리더는, 우선 리더의 역할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일단 여기서 첫 번째 무능함이 드러난다.


두 번째는 업무 지시와 이행의 관계에 있다. 리더의 업무 지시는 이행에 의해서 평가받는다. 아무리 뛰어난 업무 지시라고 하더라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다면, 그것은 좋은 업무 지시라고 할 수 없다. 업무 지시와 이행은 서로 분리해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폭언과 화를 일삼는 많은 리더들은 늘 지시와 이행을 별개의 것으로 생각한다. 본인의 업무 지시는 문제가 없었으나, 부하직원들이 이를 제대로 따르지 않아서 문제가 생겼다며 고함친다.


이 역시 두 가지 관점에서 팀장의 무능을 입증하는 것이다. 하나는 팀장이 부하직원의 역량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팀장이 주장하는 대로 본인의 업무 지시는 훌륭했으나 부하직원이 잘 따르지 않았다는 것은, 팀장이 기대한 만큼의 역량을 보이지 않았다는 뜻이고, 이는 팀장이 부하직원의 역량을 정확하게 판단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결국 팀장으로서 무능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또 하나는 업무 지시가 구체적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극단적이긴 하지만 외국인 노동자에게 한국어로 계속 업무를 지시하고 있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아무리 한국어로 상세하게 설명을 한다고 해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업무 지시란 듣는 사람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유능한 팀장이라면, 그림을 그려서 설명을 하거나, 외국어를 할 줄 아는 직원을 불러서 업무를 지시할 것이다. 그러니 늘 자기 입장에서 밖에 생각하지 못하는 리더는 무능하다.


세 번째는 폭언과 화를 내는 것의 긍정적인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폭언이나 화는 일시적으로 업무 성과가 개선되는 착시 효과가 있을지는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조직의 분위기를 경직시키고, 구성원들로 하여금 위험회피적이고 소극적인 자세로 일을 하게 만든다. 또한 화가 두려운 구성원들이 표면적으로 일이 되는 것처럼 행동하고 작은 문제들은 숨기게 되는데, 이러한 문제들이 결국 나중에 경영의 큰 Risk가 되어서 돌아온다.  


결국 폭언과 고성을 일삼는 리더들은 근시안적인 것에 집착하는 사람들이고, 조직의 구성원들이 만들어가는 조직문화가 어떻게 업무의 효율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이해가 없는 사람들이다. 입으로는 생산성을 부르짖고 숫자 하나하나에 연연해 하지만, 정작 생산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일하는 사람의 기분 따위에는 관심도 없다. 그러니 정말 무능하다고 할 수밖에.


네 번째, 이들은 일이 되도록 하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들이다. 어릴 적 친구들과 말싸움을 하다가 꼭 마지막에 가서 할 말이 없을 때 우리는 화를 낸다. 직장에서 불같이 화를 내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눈앞에서 일이 안되고는 있는데, 그 이유를 모르기에 화가 난다. 다시 말해 막막한 것이다. 게다가 일이 안 되는 가장 큰 이유가 본인이라는 것도 모른 채 모든 것의 탓을 주변 사람들에게 돌린다. 내가 하라고 한 대로만 하면 되는데 왜 안 하는 거야라며 뻔뻔하게 고함친다.


유능한 리더는 정확한 방향과 길을 제시한다. 그들은 쉽게 흥분해서 폭언이나 화를 내지 않는다. 되려 연구한다. 본인이 그린 길을 가기 위해서 어떤 자원이 필요하고 어떤 역량이 필요한가를 고민한다. 구성원들의 역량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가지고 있는 자원을 어떻게 하면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 부하직원의 역량이 부족한 것은 화를 낼 이유가 될 수가 없다. 그것은 애초에 내가 업무를 계획한 순간부터 주어진 조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능한 리더는 부하직원을 비난하고 화를 낸다. 본인은 정확한 방향과 길을 알고 있는데 부하직원들이 따라주지 않는다며 윽박지른다. 그러나 부하직원들이 따라주지 않는 방향과 길은 정확한 것이 아니다. 그저 리더의 머릿속에서 추상적으로만 존재하는 것으로 현실성이 결여되어 있는 목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폭언을 달고 살며 화가 많은 사람들은 실체가 없다. 말에 구체성이 부족하고 늘 추상적이다. 본인도 본인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폭언이든 든, 이는 개인적인 관점의 부산물이다. 어떤 직원이 실수를 저질렀을 때 지나치게 이를 비난하거나 화를 내는 리더는 그 실수의 원인을 직원 개인에게서 찾고 있는 것이다. 실수를 하게 된 배경이나, 회사 내부의 업무 절차, 그리고 한 개인의 실수가 바로 경영 상의 큰 손실로 이어지는 부실한 업무 체계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를 하지 않고 있다. 조직에서 개인의 실수는 단순한 개인의 실수라고 할 수 없다. 그런데도 화를 내는 사람들은 모든 것들을 단순히 개인의 영역으로만 본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폭언을 일삼는 리더들은 스스로 뛰어나다고 생각하며, 다른 사람들이 그만큼 따라오지 못한다는 좁은 사고에 사로잡혀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본인이 리더가 된 것은 순전히 본인의 개인적인 역량이 뛰어났기 때문이라는 자수성가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조직이라는 거대한 단체에 대한 이해 없이 그저 나 혼자 잘나서 이 자리까지 왔다는 사고에 머물러있는 것이다. 그러니 어떤 일이 터지면 화부터 날 수밖에.


폭언이나 화는 감정적인 것이다. 그러나 이미 일어난 일에는 감정이 없다. 단순히 사실만 있을 뿐이다. 일어난 일에 감정을 씌워서 누군가의 가슴에 상처를 남기는 것은, 이성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은 잔인한 일이다. 폭언을 일삼는 리더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이 있다. 화를 내는 것이 너를 위해서, 회사를 위해서라는 것이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화는 구성원들에게도, 회사에게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저 무능한 리더의 자기 위안을 위한 것일 뿐이다. 그러니 회사라는 공동의 선을 위하는 척 자기 위안을 일삼는 리더들은 무능함에 더해서 정말로 비열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잘하려고 할수록 실패하는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