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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야 Jan 24. 2024

피부과 시술 도전기

나 이

겉모습의 나이는

세월이 정하지만

마음속의 나이는

나 자신이 정한다


어스름하던 새벽이 멀어져 갈 즈음이면 어김없이 톡톡 거리며 좋은 글귀를 담은 아침인사가 배달된다. 칠 남매 무지개방에 하루의 시작을 알리고 좋은 글로 소통하며 형제자매의 우애를 다지는 시간이다. 거기에 배우자들이 뭉뚱 거려 져 강제입장을 당하고 톡톡 거리는 소리에 그저 답 없이 열어만 본다. 솜씨 좋은 배경에 좋은 글귀들이 범람함에 가끔은 괜찮은 글을 만나기도 할 때면 나도 모르게 '참 좋구나' 하며 글감으로 낙점하기도 한.


요즘 소식이 없다며 전화를 걸어온 언니는 올해도 피부과에 다녀왔다 한다. 70을 넘기니 그 곱던 얼굴에 어찌 그리 나이테 같은 주름은 늘어만 가는지 속상하다더니 기어이 다녀온 모양이다. 몇 번의 허리수술로 걸음도 오래 걷는 것이 버겁지만 그래도 고운 여자이고 싶은 언니. 얼굴이라도 볼만해야지. 여전 아프니 인상마저 곱지 못하다며 피부과의 도움이라도 받아서 자신감을 찾고 싶은 언니의 마음을 이해하고도 남는다. 간단한 리프팅과 잡티제거로 기분전환이라도 하고 싶었을 것이다


난 찬성이다. 외관의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지키고 싶어 하는 여자의 마음. 그것이 의술의 힘을 조금 빌린다 하여도 과하지만 않다면 자존감 업 시켜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기에 말리고 싶지 않다. 이리 구구절절이 긍정에 변을 해댔으니 시술하기 딱 좋은 겨울이 가기 전에 큰맘 먹고 피부과에 가서 상담을 했다. 지난 12월 초부터 헬스를 하고 이일원팩을 실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이개수만큼 늘어가는 주름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겨우 얼마나 되었다고 당장 좋아질리야 없겠지만, 여러 번 제거했음에도 자잘한 비립종과 한관종이 더 이상 피부과행을 미룰 수 없게 했다.


피부과를 가보신적이 없는 분들을 위해 피부과 시술 도전기좀 더 자세히 써보려 한다. 일단 가고 싶은 피부과를 선택하고 상담예약을 해야 한다. 피부과 선정기준을 일반의가 아닌 전문의가 있는 병원을 선택했다. 상담도 실장과 하면 무료지만 의사와 하게 되면 상담료 만원이 부과된다(피부과마다 다를 수 있음). 인터넷으로 리뷰도 살펴보고 괜찮다 싶어 카톡상담을 통하여 상담예약을 하고 10분 거리 피부과로 갔다. 개인의 사정에 따라 선택해야 하지만 몇 번의 시술이 요구되거나 지속적인 관리를 받고자 한다면 거리도 염두에 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만약 큰 시술이 필요할 시에는 반듯이 3군데 이상의 견적을 받은 후에 본인이 끌리는 곳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위의 조언이다(이 때는 성형외과를 고려해 보는 것도 괜찮을 듯싶다). 하지만 크게 할 것이 아니라서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속적인 관리를 받을 생각이기에 다른 피부과는 가지 않았다. 도착하여 초진이기에 카드를 작성한 후 세안을 하고 얼굴사진과 피부나이를 측정한 후 상담실로 안내되었다. 팩 덕분인지 피부나이는 10여 년 낮게 나왔지만 최근 몇 년 몸무게 저하로 잔주름이 많아지고 그냥 보면 모르지만 촬영된 사진 속에서는 엷게 올라오는 잡티들이 무수하다. 나이는 어쩔 수 없는 건가. 피부가 좋다는 자만심에 빠져 있었던 걸까.


때는 요때다 싶어 온갖 시술들이 등장했다. 아무리 초진이라도 들은 이야기가  많으니 일단 보톡스는 몽땅 패스했다. 티브이에서 일부 연예인들이 보톡스를 때려 맞고 팅팅 부어 부자연스러운 모습을 볼 때면 영 거시기했다. 먼저 비립종과 한관종을 제거하는 시술과 잡티제거와 탄력을 위해 리프팅 중에 초음파 시술을 선택했다. 리프팅은 피부를 팽팽하게 당겨지도록 만드는 피부과 시술로 실을 이용한 실리프팅과 초음파 리프팅, 고주파리프팅이 있다. 내가 선택한 초음파 리프팅은 일반적으로 많이 하는 시술로 그중에서도 슈링크 리프팅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이름도 생소하고 잘 모르겠지만 방학이고 새해이벤트를 적절히 활용하여 비교적 저렴한 시술만을 선택하였다.


3일 후 10시 첫 타임으로 예약을 하고 일단 집으로 왔다. 나 같은 겁쟁이가 또 어찌 참으려고 덜컥 예약을 했을까 걱정이 태산이다. 아픈걸 못 참는다. 아무리 예뻐진다 해도 비립종과 한관종을 태워버릴 때면 차라리 애 하나 더 낳고 말지 싶었었다. 손에 쥐어졌던 쿠션들아마그 고통을 참느라 초주검이 되었을 것이다. 그래도 세월을 거스르면서까지 기어이 예뻐지고 , 먹어가는 나이마저 비껴가고 싶다. 겉모습이 예뻐지면 마음도 예뻐질 거란 엉뚱한 희망까지 품으며 용기를 장착하고, 겉모습이든 마음속의 나이 든 자신이 정해 보겠노라 비장한 각오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피부과 시술 예약을 하고 온 후에 잠을 거의 못 잤다. 예전에 아팠던 그 트라우마에 눈이 초롱초롱해지고 왜 예약을 했을까 취소할까 별의별 생각으로 불면의 밤을 보내다 결국 시술전날에는 신경안정제 반쪽을 먹고서야 잠이 들었다. 고생을 사서하고 있다. 하루일과는 빽빽하고 잠도 못 잤더니 코밑이 헐고 당일 아침에는 손까지 덜덜 떨렸다. 이런 천하에 겁쟁이 같으니라고.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혼자 난리도 아니다. 참 가관이다. 그래도 어쩌랴. 또 남은 반알을 먹고 예약된 10시가 되기 전에 터덜터덜 걸어서 갔다.


먼저 결재가 이루어져야 시술에 들어간다. 아무리 이벤트로 선택을 했어도 피부과 시술비는 만만치 않다. 특히나 살림을 하는 주부들로서는 선뜻 꼭 필요치 않은 곳에 지출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가난에서 벗어나겠다고 일을 하던 시절 부랴부랴 준비해서 시어머니 점심을 차려드리고, 일곱 식구의 저녁준비까지 해놓고 나오다 보면 정작 나는 시간에 쫓겨 밥도 못 먹고 나올 때가 종종 있었다. 파트타임으로 8시까지 하려면 뭘 먹어야 하기에 일터 가까이에 있는 곳에서 급한 대로 스콘 한 조각과 우유 한잔을 마시며 나만의 작은 호사(?)를 누리곤 했다.


계속 일을 하면서도 월급을 받으면 가끔은 나를 위해 약소하게라도 머리핀이나 손수건 또는 스카프 하나라도 사서 두르곤 했었다. 그것이 나를 지탱하게 해주는 작은 선물이었고, 나를 위한 이벤트 같은 것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두 손자들을 돌봐주다 보니 딸이 엄마 고생한다며 주머니를 넉넉하게 채워준다. 가끔 손자들과 외식도 하고, 식재료 구입도 하고, 필요한 물품도 사다 채워주곤 해도 얼마간의 여유가 있으니 나를 위해 쓰고 싶어졌다. 딸 형편이 어렵고 하면 좀 그렇겠지만 그것도 아니니 어디에 쓰든 마음이 불편하지는 않다.




그렇게 맘 편히 일시불로 결제를 하고 개인옷장에 겉옷과 소지품을 넣어두고 세안을 했다. 잠시 후 마사지실과 같은 작은 침대가 놓여있는 방으로 안내되어 누우니 등뒤에 네모난 올리지오 패치를 붙여주었다. 레이저를 하기 위해서는 필요하단다. 그때까지도 벌벌 떨고 있던 나는 상냥한 직원이 건네주는 인형을 가슴에 꼭 안았다. '지금은 너뿐이야'. '나 좀 지켜줘'. 내가 좀 세게 안더라도 이해해 달라며 눈을 감았다. 드디어 의사 선생님께서 등장하시고 어쩌면 그렇게 사근사근한 말투로 시술과정을 조곤조곤 설명을 잘해주시는지 나도 모르게 무장해제가 되어 묻지도 않은 말을 주저리주저리 하고 있었다.


'아프지 않게 해 주세요'.

'리뷰도 잘 쓸게요'.

'이 정도면 친구들에게 소개 다 해줘도 될 것 같아요'.

뭔 짓인지. 갑자기 피부과 영업사원이 될 판이다. '눈가 바짝! 알리올리슈패키지' 들어본 적 없는 시술법. 올리지오라 하시며 눈가에 젤을 바르고 눈가 주름을 잡아주기 위해 고주파 레이저로 시술을 하는데 쓱쓱 소리만 나고 열감이 조금 있을 뿐 전혀 아프진 않았다. 이 정도면 껌이지, 인형을 쓰다듬으며 계속 괜찮으냐는 의사 선생님의 물음에 네, 네, 네를 수없이 하며 며칠 걱정한 내가 멋쩍었다. 올리지오는 피부에 고주파를 쏘아 발생된 열이 조직을 자극시키는 원리를 이용한 장비를 사용하여 눈가주름에 탄력을  준대나 뭐래나.


10분도 채 안 되어 끝나고 다시 슈링크 유니버스 300샷으로 입가주름도 잡아주고 얼굴탄력을 위해 3가지 기구를 바꾸어가며 사용하는데 이 또한 큰 자극이 없어 불편하지 않았다. 이어 눈가 쪽으로 이동하여 매끄럽게 주름을 잡아주는 거라며 집중적으로 해주셨다. 또다시 발라졌던 젤을 정리하고 이제 드디어  공포의 시간이 왔다. 비립종과 한관종을 시술(아그네스) 하기 위해  마취크림을 듬뿍 발라주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마취가 되어가며 감각이 둔해져 왔다. 20~30분 정도 지났을까 마취크림을 모두 닦아내고 한 손에 봉을 잡고 인형을 꼭 끌어안았다. 사정없이 쏘아대는 따끔함에 찌릿찌릿 나도 모르게 인상을 쓰게 되었다. 그래도 다행히 한번 할 때마다 '따끔이요' 하며 알려주시는 바람에 그런대로 참을만했다. 하지만 몇 개 하지도 않고 더 해준 거라며 나가버렸다. 개수로 따지는지 참 야박하다. 그럴 거면 왜 온 얼굴에 마취크림을 도배했단 말인가. 예전에 레이저로 무자비하게 온통 태워대던 그 방식이 아니라서 다행이었지만 꼴랑 몇 개 해주다니 그것이 또 아쉬웠다. 또 오란 거겠지 싶다. 어쨌든 너무 긴장한 나머지 내 코가 고장이 났는지는 모르겠지만 타는 냄새는 1도 없었다.  




역시 그런 거였나?.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친구나 지인들이 저렴하게 잘 빼준다 하여 간 것이 문제였나? 싼 게 비지떡이었나? 그 값을 얼마나 할지는 모르겠지만 당장은 아프지 않게 끝났다는 사실만이 중요했다. 덕분에 보라돌이 인형은 내 가슴에 포근히 안겨있다가 무사히 임무를 마치고 제자리로 돌아갔다. 모든 시술이 끝나고 나와서 파우더룸 거울을 보니 이게 한 건가 싶게 전혀 달라진 부분이 없다. 그래서 바로 화장하고 활동해도 된다는 거였구나 싶었다.


이렇게 나에 피부과 시술 도전기는 일단 막을 내렸다. 하지만 눈가, 입가를 집중적으로 하다 보니 이마주름은 꼼꼼히 안된 것이 보이고, 눈과 눈사이 가로주름은 보톡소로만 가능하다 하니 갈등이 생긴다. 지금 당장은 이것으로 마무리하고 며칠이 지나면서 효과가 나타난다지만 가격대비 유지기간이 길지 않다는 후기들이 많다. 어쨌든 미리 했던 걱정들이 무색하게 나에 도전기는 싱겁게 끝났고 1시간여 만에 신사임당 님을 여러 장 지불하고, 말썽이던 비립종과 한관종을 몇 개 제거하고 가짜 젊음을 아주 조금 그것도 잠시 빌려왔다.

<보라돌이 고맙다. 정확한 가격은 병원마다 다를 수 있어 미기재함>

하다 하다 별짓을 다해보았습니다. 이제 정신 차리고 일상으로 돌아가렵니다. 무엇이든 안 해본 것보다는 그래도 해본 것이 나았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이제 부산했던 마음 잠재우고 내면에 나를 바라보며 곱게 나이 들어가야겠지요. 아름다운 인생의 꽃밭에서 따스한 봄날을 기다리는 그런 마음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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