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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희졔졔 Mar 18. 2021

로컬 맥주로 미국 동네 주민티 내기

사실 로컬 맥주 아니면 집 밖으로도 못 나가는 우리


새로운 로컬 맥주를 발견할 때마다 이 지역과 조금 더 친한사이가 되는 것 같다.





요즘 뭐가 재미있냐는 얘기를 하다가, 서로 '혹시 너도 맥주...?'라며 수줍게 고백하고는 함께 껄껄 웃었던 기억이 난다. 각자가 있는 지역에서 만드는 로컬 맥주들을 찾아마시는 것이 우리가 공유한 첫 번째 취미였다.



코로나 시국에 집콕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늘어나는 건 술이 생각나는 저녁과 밤 (가끔은 낮에도..)이다. 매일 밤 취하고 싶은 건 아니라는 걸 확실히 해 두자. 우리는 그저 약간의 알코올과 탄산이 피자를 먹다가도, 삼겹살을 굽는 중에, 유투버가 맥주를 너무 시원하게 마셔서, 그리고 그냥 이 코로나가 지긋지긋해질 때마다 생각날 뿐인 것이다!







대자본의 몸집 불리기에 일조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로컬 브루어리를 찾아가고 싶은 우리지만, 현실은 동네 대형마트에서 맥주를 골라야 한다는 것. 코로나 19의 장벽은 생각보다 높다. 로컬 브루어리들은 문을 닫았고, 브루어리에 직접 가지 않고도 로컬 맥주를 가장 다양하게 접할 수 있는 곳은 결국 동네 대형마트.. 오늘의 슬픈 이야기는 여기까지.





5000킬로쯤 떨어진 곳에서도 맥주를 사러 나가는 우리의 모습은 똑같다. 혹시 우리의 포스팅을 읽고 있는 여러분도 맥주를 사러 나갈 마음이 생겼다면, 여기부터가 정말 중요하다. 우선 집에 있던 차림 그대로 롱패딩을 주섬주섬 주워 입고 동네 마트에 가야 한다. 꼭 후줄근한 차림새여야 한다. 그래야 왠지 그 지역산 맥주를 사러 가는 사람 같으니까.





마트에 들어가 휘찬란한 패키지의 맥주들을 찬찬히 살피며 누가 보면 보석 감정이라도 하듯이 맥주를 골라준다. 물론 맥주를 고르는 데 전문지식 같은 건 필요 없다. (우리가 맥주를 잘 몰라서 하는 말이 아니다. 정말이다.) 졔졔는 온라인 후기를, 희희는 꽂히는 캔 디자인을 보며 그 날의 맥주를 고른다.





세상 신중하게 골라 담은 로컬 맥주들을 품에 안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벌써부터 이 맥주를 어떻게 마셔볼까 고민하느라 신이 난다.  마스크도 우리의 신남을 가릴 수 없지.





그렇게 공들여 골라온 로컬 맥주는 우리 입맛대로, 때로는 그냥 그 날 집에 있어서 당첨된 음식과 함께 마셔준다. 그럴 땐 유튜브 조차도 미묘하게 더 재밌다. 로컬 맥주를 손에 들면 무언가 살짝 빠진 것 같았던 일상이 소소하게 채워진다.





우리가 사는 곳에서 만들어진 맥주를 마실 때면 대기업 맥주는 끼어들 수 없는, 맥주와 나 사이의 특별한 관계가 생기는 것만 같다. 새로운 로컬 맥주를 하나씩 발견할 때마다 이 지역과 조금 더 친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고. 그렇게 몸은 집에 있어도 우리의 마음은 동네 곳곳을 들여다보는 느낌으로 로컬 맥주를 마신다.



언젠가 아무 걱정 없이 브루어리에 앉아 그곳만의 분위기와 맥주를 즐길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다리며.





다음 화는 우리의 지난가을과 겨울을 책임져 준 로컬 맥주를 소개할 예정이다. 아주 영롱한 맥주들을 희희졔졔만 줄 수 있는 팁과 함께!



 


미국 아틀란타에서 아시안 혐오 총기사건으로 돌아가신 8명의 희생자들을 기억하며 애도합니다. 미리 준비한 원고임에 추가 메세지로 덧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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