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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호 Oct 10. 2021

조직에서 기대하는 인재상

창조경제에서 필요한 요건


몇 년 전 국내 모 정당 지도부에서 각계각층에 보내는 연말 선물로 절에 계신 스님들에게 육포 선물세트를 보내는 일이 있었다.


스님에게 육식이 금기사항이란 것은 누구나 다아는 상식 중의 상식인데 어떻게 그런 일이 생길 수 있을까?


그 업무를 지시한 사람이 있을 것이고, 관리자가 있을 것이고, 담당자가 있을 것이고, 하다못해 그 선물을 포장하고 발송한 대행업체가 있을 것인데, 그 많은 손을 거쳐가면서 과연 아무도 몰랐을까?


심히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조직 내에는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자기 일을 하는 구성원들이 정말 많다.


그 일의 의미가 무엇인지, 조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게 최선인지 등에 대해서 생각하고 고민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왜냐하면 어릴 때부터 그렇게 교육을 받지도 않았고 사회에서도 직장에서도 그렇게 사고하고 행동하도록 유도하지도 않았으니까.


아마도 스님들에게 육포 선물세트가 부적절하다는 것을 관련자 중 누군가는 알았을 것이다.


그러나 말해서 바로잡지 않았다. 내가 잘못한 게 없으니까. 그냥 시키는 대로 일만 하면 되니까.

어쩌면 그 직원은 과거에 '넌 쓸데없는 생각 말고 시키는 일이나 잘해~!'하고 핀잔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한 번 두 번 그런 일이 반복되면 직원들은 입을 닫는다. 그리고 조직 내에 일이 아무리 엉망으로 흘러가도 그냥 외면한 체 자기 일만 한다.


그리고 밖에서 친구들을 만나면 '우리 회사는 안돼~' '우리 팀장은 아니야~!' 하며 한잔 술의 안주거리로 회사를 씹는다.




우리나라가 해방 이후 거의 지금까지 걸어왔던 길은 '모방경제'이다.

선진국에서 이미 개발한 제품을 싸고 질 좋게 빨리 카피하여 팔아먹었다.


이런 모방경제 하에서는 '원가' '품질' '납기' '생산성' '불량률' '벤치마킹' 등의 키워드가 중요시된다.

그리고 직원들은 '빨리빨리' '실수 없이' '열심히' '매뉴얼대로' '시키는 대로' 등의 행동을 강요받는다.


학교에서나 사회에서도 여기에 부합하는 인력을 양성해 왔다.


그러나 그 경쟁력이 언제까지 유효할까?


이미 많은 산업분야에서 무너져 내리고 있다. 생존의 위기에 직면한 많은 기업들이 중국을 거쳐 동남아 등지로 빠져나갔고 우리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잃었다.


이미 시작되고 있지만 앞으로의 경제는 어떨까? 바로 '창조경제'이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야 한다. 우리나라는 더 이상 선진국으로부터 베껴먹을 게 없는 위치까지 올라왔다.


그리고 창조경제 하에서는 사실상 베끼는 게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눈으로 보이는  20~30%에 불과하고 70~80%는 눈에 보이지 않는 그 저변의 시스템 자체이기 때문이다.


창조경제는 '본질에 대한 성찰'에서 출발하며 '독창성' '도전' '중장기' '시행착오' '지속적 탐색' 'know-why' 등의 키워드가 중요시된다.


그리고 직원들의 '자발적' '능동적' '창발적'인 사고와 행동을 이끌어내야 발전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우리나라 인력양성 체계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요즘 'K-POP'이니 '한류'니 하는 작은 성공이 회자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작은 분야이다. 나라가 건강하려면 제조업이 튼튼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 같이 천연자원이 없고 전적으로 대외거래에 의존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제조 경쟁력'이 국가의 존망을 좌우한다.


자칫 미래에는 우리나라가 중국의 '하청 국가'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는 우려를 하는 분들이 많이 있다.




창조경제 하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는 어떻게 육성해야 할까?


사실은 학교교육부터 다 뜯어고쳐야 한다. 선진국가에서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 속칭 '구구단' 같은 기술을 가르치지 않는다고 한다.

왜냐하면 스스로 머리를 쓰고 고민을 해서 풀어내야지 '기술'로 정답만 도출해내면 창의력을 키울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초등학교, 중고등학교를 거쳐 대학교까지 심지어 과외수업까지 받아가면서 '기술''요령'을 배운다.


혼이 없는 기술, 십수 년을 학교와 학원 등에서 암기 위주의 '수동적인 교육'과 '찍기 요령'을 연마하고 사회에 나온 사람들이 과연 갑자기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사고와 행동을 할 수 있을까?


게다가 많은 조직에서의 기득권층도 그런 교육을 받고 그런 행동을 하며 오랜 세월을 버텨온 사람들이라면..


어쨌든 제대로 된 회사라면, 적어도 앞으로의 창조경제 하에서 살아남을 생각을 갖고 있는 회사라면 직원들을 재교육시키고 행동이 바뀌도록 노력해야 한다.

앞에서 언급한 육포 선물세트 같은 사건이 생기는 조직이라면 가망이 없다.


누구든 어떤 의견이든 망설임 없이 이야기할 수 있고, 비난받지 않고 존중받으며, 자기 일의 의미를 생각하는 조직 분위기와 기업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갈길은 멀지만 그나마 기업에서 초창기에 시도해 볼만한 방안이 있다.

바로 '독서토론''소규모 그룹 활동'이다.




'독서토론'은 사람의 생각과 사고를 말랑말랑 하게 하는데 좋은 인문학 위주의 책을 선정하는 게 좋고, 읽고 난 후 서로 느낀 점을 토론하는 것이다.


처음엔 어색하더라도 횟수를 거듭하면 직원들의 발표력도 늘고, 남의 말이나 의견을 경청하는 태도도 좋아지고 또 어떤 사물이나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도 꽤나 예리해진다.


'소규모 그룹 활동'은 회사 내 취미나 관심사 등이 같은 사람끼리 그룹을 만들어 공동 활동을 하거나 혹은 '스터디 카페(study cafe)' 같이 특정분야의 업무능력이나 전문지식에 대해서 공부하는 그룹 활동을 도모하는 것이다.


이런 활동이 활성화되면 직원 개인의 역량 향상이나 조직에 대한 유대감 고취 외에 전사적으로 전혀 연관이 없었던 부서 사람과의  인적교류가 활발해지면서 부서 간 협업에 대한 시너지 효과를 이끌어 낼 수도 있다.


이런 독서토론이나 그룹 활동을 처음부터 회사 전체적으로 시작하기 힘들다면 샘플 집단을 통한 시범운영 후 전체적으로 확장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회사의 조직 분위기와 기업문화를 바꾸는 데에는 윗사람이 솔선수범해야 한다.

윗사람이 공부도 더 많이 해야 하고, 고민도 더 많이 해야 하고, 직원들을 더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조직환경 하에서는 정말 힘든 일이다. 그러나 생존하기 위해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 같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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