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조직 만들기 #4
안녕하세요?
인사 쟁이 조윤서입니다.
연일 푹푹 찌는 더위를 피하고자 심야영화로 아내가 좋아하는 공유 주연의 <부산행>을 함께 보고 왔습니다. 더운 여름밤을 서늘하게 느끼게 해주는 영화였습니다. 겁이 많은 아내는 영화 보는 내내 긴장한 탓에 허리에 담이 생길 정도였으니까요.
영화 <부산행>은 '좀비 영화' 입니다.(전 극장에 갈 때 까지도 재난영화인 줄 알았습니다. ^^;)
부산으로 향하는 KTX를 타고 가는 제한적인 공간에서 승객의 일부가 정체 모를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대부분의 승객이 감염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주인공들의 해프닝을 그린 전형적인 좀비 영화입니다.
영화의 구체적인 줄거리를 이야기하지는 않겠습니다. 전 스포일러는 되기 싫어서요.
탄탄한 스토리까지는 아니지만 한국 영화로는 색다른 도전에 높은 점수를 줄만한 영화라 생각됩니다.
거의 막바지 상영인 듯 하니 관심 있는 분들은 이번 여름이 가기 전에 한번 보시길 바랍니다.
제가 <부산행> 영화를 언급한 이유는,
이른 새벽 이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전 희한하게도 어떤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며 소름이 끼쳤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회사 내 직원들도 <부산행>의 좀비처럼 '좀비'가 되었거나, 혹은 되어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게 되어서였습니다.
제가 이런 생각이 들게 된 예시 한 가지와 사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웹툰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고 덕분에 드라마로도 제작되었던 '미생'은 많은 분들이 잘 아실 거라 생각됩니다. 회사에서 '좀비'가 되어가는 모습과 관련하여 웹툰 <미생 Part 2_#32, 33>을 보시면 조금 더 쉽게 이해가 될 수 있으니 다시 한번 보시길 추천합니다.
미생(Part 2_#32, 33)의 여자 주인공 격인 안영이 사원의 직속 상사 하대리는 회사 내 승진 시즌이 되어가자 부장에게서 실적을 올릴 수 있는 프로젝트를 기획하라는 압박을 받게 됩니다.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한 하대리는 안영이 사원에게 '미안하다'라고 얘기하며 도움을 부탁하다 곧 태도를 바꾸어 안영이에게 지시를 하게 됩니다. '준비하고 있는 아이템을 모두 보고해!'라면서 말입니다. 그리고 안영이가 기획했던 아이템들 중 한 가지를 자신에게 넘기라고 '지시' 합니다.
<미생 Part 2>에서 보여주는 회사 내 조직 평가 시스템을 분석해보면, 아래와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1] 단기 실적 평가 시스템과 상대 평가 시스템을 적용
팀의 실적에 따라 팀에 배분되는 평가 점수가 상대적으로 부여
[2] 팀에 배분된 점수는 팀원의 수에 따라 배분
만일 팀에 15점이 배분되었고, 팀원이 5명이라고 한다면, 평균적으로 팀원 한 명당 3점 점수 적용
[3] 팀 내 승진 정체자가 있다면 그에게 양보
만일 팀 내 승진 정체가 있는데 그가 승진을 위한 평가 점수가 부족하다면 다른 팀원이 자신의 점수를 그에게 양보해야 하는 경우 발생 (특히 직속 상급자인 경우 당연시 여겨짐)
위와 같은 평가 시스템에서 안영이가 하대리의 변해가는 모습을 보며, 하대리 역시 '좀비 부장'에게 감염 되어 '좀비 대리'가 되어가는 것처럼 느끼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12년 최연소 CEO로 야후에 취임하였던 구글 출신 마리사 메이어(Marissa Ann Mayer. 1975)는 지난 4년 동안 야후의 회생을 위해 노력하였으나 결국 실패하였으며, 미국 최대 통신사인 '버라이즌(Verizon)'사에 핵심 사업인 인터넷 부문과 보유 부동산 일부를 매각할 것이라고 발표하였습니다. (조선비즈 2016.08.20 일자 기사 / http://goo.gl/VKjSfN)
해당 기사를 살펴보면 야후의 CEO 메이어의 가장 큰 실패 요인은 직원을 불신(不信)하는 '영웅주의' 리더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메이어는 먼저
단기 실적 평가 시스템을 도입
상대평가를 통해 실적 우수 상위 10% 직원에게 'S'등급 적용, 가장 저조한 실적 하위 5%에게 'D'등급 적용
'D'등급에 해당하는 대다수 직원들에게 해고 통보. 이 제도를 통해 연간 1,000여 명 이상의 직원이 퇴사처리
그 결과, 야후 직원들은 혁신보다는 회사 내 생존이 자신들에게 우선과제로 안겨지면서 IT 기업에서 가장 중요한 '사내 협업 문화'가 빠르게 사라졌다고 합니다.
위의 두 가지 경우는 [사례]에서 보여준 '조직문화'에서 [예시]와 같은 '구체적인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는 개연성이 아주 높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예시]로 들었던 <미생>에서 보여지는 회사의 평가 시스템과 야후에서 적용된 평가 시스템과 비교하여 본다는 완벽히 동일하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다만. 가장 근본이 되는 '단기 실적 평가'와 '상대 평가' 시스템이라는 부분은 동일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 경험을 미루어 보았을 때 웹툰 <미생>에서 표현되지 않았지만 팀원들의 인사 평가자 즉 평가 등급(S, A, B 등)을 부여할 수 있는 사람은 제한되어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한국의 대부분의 회사는 야후의 CEO 메이어가 적용하였던 '줄 세우기 식 평가 시스템'으로 평가하고 있을 것입니다. <미생>의 안영이 사원의 평가 역시도 미워할 수밖에 없는 마 부장이 분명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회사 내 우수 인재로 평가를 받는 안영이는 자신의 직속 상사인 하대리에게 자신의 성과 점수를 나눠주어야 할 것이며, 그로 인해 자신의 평가 점수가 감해지고 이러한 평가를 합리화할 수 있는 자신의 프로젝트 역시도 내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이 실제 회사 내에서 발생한다면 분명 상사는 한 가지 약속을 하게 될 것입니다.
'내년 평가에서는 꼭 네가 팀 내에서 최고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해줄게. 혹은 네가 승진할 수 있도록 추천해 줄게.'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과연 그 약속은 지켜질 수 있을까요?
과연 내년에 당사자는 그 팀에 남아 있을까요? 아니면 그 직속 상사는 내년에도 나의 평가를 할 수 있을까요? 그 부분은 아무도 모릅니다.
그러니 직속 상사는 어떠한 이견도 제시할 수 없는 부하직원에게 100% 보증할 수 없는 '공수표'를 날려 평가를 가로채 버립니다.
위와 같은 상황을 경험하면서 승진과 관련하여 자신의 능력과 역량만으로는 될 수 없음 을 몸소 깨닫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안영이처럼 살아가던 '사람'이었던 사원은 <미생>에서 그렇게도 미움을 많이 받았던 마 부장과 같이 자신도 모르게 점차 좀비처럼 변해가게 되지 않을까요?
저는 이러한 회사 내 상황들로 인해 점차 직원들이 '좀비'가 되어 가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인간적이지 못한, 그리고 조직 내 나의 생존을 위해 부하 직원을 이용해야 하는 그런 모습들이 말입니다.
저는 '좀비'와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그들을 탓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그들 스스로가 '좀비'가 되고자 자처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서입니다.
그렇다면 '왜??' 그들은 조직 내에서 '좀비'와 같은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일까요?
제 생각은 바로 '회사의 평가 시스템'이 그들을 '좀비'로 만든다고 생각되어집니다.
영화 <부산행>을 보고 집에 돌아와 생각을 정리하며 글을 쓰다 보니 주말이기는 하지만 밤을 꼬박 새웠네요.(분명 아내가 일어나면 퉁퉁거릴게 분명합니다.)
방안까지 작성하다 보니 이번 편은 무척이나 길어졌습니다. 하여, 두 편으로 나누어 발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이러한 '좀비'가 만들어지는 '회사의 평가 시스템'의 문제점과 제가 생각하는 방안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잊지 마시고 다음 주에 발행되는 편까지 기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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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진단 및 HRM Consultant 조윤서
joyunseo@naver.com
상단 이미지 출처: 인사이트 영화 '부산행' 기사(http://goo.gl/a9yJf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