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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줌마 Nov 12. 2020

치킨, 갱년기를 위로하다

잠 못 이루는 갱년기의 뜨거운 밤, 힘들다.

쉰도 되지 않은 나이에, 그것도 결혼기념일에 빈궁마마가 되었다.

같은 병실에 나와 같은 연령대의 아줌마는 자궁을 지키고자 근종만 절제했다. 이 나이에 저렇게 할 필요가 있을까?라고 생각했다.    


주위에 빈궁마마들이 많았기에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몇 년 동안 알게 모르게 몸도 힘들어졌다. 그 아줌마는 이 사실을 알고 자궁을 지켰었나 보다. 단 한 가지 여성분들은 다 아는  그것만 좋았다. 정기적으로 부인과 진료를 보지만 폐경이 언제 오는지 정확히 알 수 없으니 갱년기 증상이 나타나면 내원하라고 하였다.   

 

자다가 스멀스멀 더워져 이불 밖으로 발을 내밀어야 한다.

얼굴이 열감이 확 오르며 홍조가 되고 가슴이 두근거린다.  

   

폐경으로 에스트로겐이 결핍되어 다양한 갱년기 질환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호르몬제 복용을 권유하였다.

단순한 체온조절 기능 감소뿐 아니라 심리적 요인으로 우울증도 오고 개인에 따라 중증도의 차이는 있으나 동맥경화 및 골다공증 등의 위험이 있다고 한다. 여성 호르몬제 복용은 유방암에 대한 걱정이 있긴 하나 그 전과 비교하여 위험률도 낮고 매년 유방암 검사를 하면서 복용하는 것이 건강을 위해서 좋다고 하여 호르몬제를 복용하기 시작하였다.

    

4년 정도 복용한 후에는 호르몬제 중단에 따른 신체 적응을 위해 1년간은 용량을 줄여 복용하고 그렇게 5년이 지났다.   

 

부인과 의사는 유방에 문제가 없으니 유방 검사를 병행하며 조금 더 복용해도 된다.

유방과 의사는 호르몬제는 5년만 먹어야 한다. 그 이후에 혹시나 모를 부작용의 위험이 있다.

더 복용하자니 5년 이상의 부작용이 겁나고, 중단하자니 이제 다시 시작하는 늦은 갱년기가 겁이 났다. 용량을 반으로 줄였을 때도 힘들었었는데 완전히 중단하면 어떨까 걱정이 되었다.   

 

친구들은 골다공증으로 치료를 받고, 어떤 친구는 갱년기의 가슴 두근거림과 답답함이 너무 심해 대학병원에 입원하며 검사를 하는 등 고생을 했지만 나는 호르몬제 덕분에 별다른 갱년기 증상 없이 잘 지내왔다.   

  

1년의 적응 기간을 믿고 호르몬제를 중단하였다.    


목이 뻐근하니 너무 아프다.

팔과 다리도 아프다.

다행히 낮의 열감은 잠시 왔다 가서 괜찮다.    


평소에도 불면증이 있어 가끔 수면제를 먹었다.

이제는 정말 잠을 못 잔다.

수면제를 먹어도 2시쯤 깨어나 밤을 새운다.

게다가 덥다.

잠 못 이루는 갱년기의 뜨거운 밤은 정말 힘들다.

어제는 한 시간도 못 잤다.    


남편이 하는 말, 아들이 하는 말, 딸이 하는 말 모두가 예쁘게 들리지 않는다.

물론 내 말도 예쁘지 않을 것이다.

말하는 것도 듣는 것도 삐딱하고 뾰족하다.  

  

문제는 밤이 되면 이 갱년기 증상이 3종 종합진상세트가 되는 것이다.    


밤이 되면 아프다.

밤이 되면 아프고, 덥고 잠이 오지 않는다.

밤이 되면 아프고, 덥고 잠이 오지 않으며, 남편과 아들과 딸의 말을 곱씹으며 서운하고 화가 난다.

눈물도 난다.    


잠 못 이루는 갱년기의 뜨거운 밤은 절대 59 禁이어야 한다.

늦은 갱년기가 제발 늦게 배운 도둑질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잘 받아들여 내 몸과 마음이 순응했으면 좋겠다.  

   

며칠 못 잔 탓에 오늘은 초저녁부터 잠이 온다.

며칠 먹지 못한 탓에 이제 배도 고프다.    


아마 남편이 퇴근하면서 치킨을 사 올 것 같다.

어쩜 아닐 수도 있다.

아들과 딸에겐 못했지만, 남편에겐 갱년기 3종 종합진상세트를 다 퍼부었었다.

게다가 남편도 갱년기라 예전처럼 마냥 동글동글하지 않다.    


남편이 왔다.

역시 내 남편, 치킨도 왔다.

군침이 흐르기 전에 마음이 녹는다.

치킨이 갱년기 진상세트를 이겼다.   

 

실컷 먹고 잘 잤다.

치킨이 갱년기를 위로해주었다.    


군침이 흐르기도 전에 마음이 녹은 것처럼 갱년기도 마음먹기에 달려있다.   

 

엄마의 갱년기를 걱정하여 칡즙을 사다 주던 딸의 예쁜 마음,

석류를 사다 주며 챙겨주던 아들의 자상한 마음,

화내고 잠 못 자는 마누라를 위해 치킨을 내밀던 남편의 마음,

딸과 아들, 남편의 마음 3종 종합선물세트로 갱년기 3종 종합진상세트를 이겨내면 된다.

  

그래도 힘들 땐 다시 치킨을 먹으면 된다.

남편은 또 사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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